순수의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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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다고! 우리는 같은 종이에서 잘라낸 인형들처럼 다 똑같은데, 뭘. 벽에 찍은 스텐실 패턴처럼 똑같다고. 우리는 좀 다르게 살 수 없을까, 메이?
p96

자신만은 평범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나만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이의 치기가 엿보이는 듯 하다. 젊은이여, 나도 그리 나이를 많이 먹은 것은 아니네만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으면 싶네. 혹시 자네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보이는 엘런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가??!! 그녀가 자네에게만 기대기를, 혹시나 자네를 특별한 사람으로 여겨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조심하시게. 그러다 정말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전 왜 이렇게 엘런이 등장하면 짜증이 나는 걸까요. 자기 곁에 좀 더 머물러 달라는 둥, 자신을 찾아오라는 둥의 말을 남기는 것도 모자라 사촌의 약혼자 앞에서 왜 우냐고요!! 저의 이해심이 얕은 것인지 이 엘런이란 여성, 이상하게 자꾸 미워요??!! 왜죠? 작품 끝까지 읽어도 여전히 엘런을 미워하게 될 지, 그녀를 이해하게 될지, 저조차도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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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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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 전 일어났던 대구의 지하철 참사, 혹시 기억하시는 분 계실까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고 그 사고로 인해 누군가를 잃었던 것은 아니지만 뉴스를 접했던 당시를 생각하기만 해도 여전히 마음이 먹먹해져 옵니다. 사고를 당한 분들이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냈던 문자 메시지를 인터넷에서 보신 적도 있을 거예요. 고통 속에서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 분들을 생각하면, 유족분들의 아픔이야 가늠할 수 없더라도, 저 또한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는데 이 사건 생각이 많이 났어요.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만나기 위해 열차에 올라타는 사람들. 작품을 읽기 전부터 큰울음이 예상되어서 책장을 조심스럽게 넘겨야 했습니다.

 

봄이 시작되던 3월, 열차 한 대가 탈선해 절벽 아래로 떨어집니다. 순식간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유족들에게 한 가지 소문이 들려와요. 사고가 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마'에 가면 유령 '유키호'가 나타나 사고가 났던 그 날의 열차에 오르게 해준다는 것. 단 4가지의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열차에 올라탄 사람도 죽게 됩니다. 약혼자를 잃은 여성, 아버지를 잃은 아들, 짝사랑하던 사람을 잃은 남학생, 사고 열차의 기관사였던 남편을 잃은 아내. 각자의 사연을 안고 열차에 오른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무슨 말을 건네게 될까요. 과연 이들은 4가지 규칙을 잘 지키고 무사히 열차에서 내리게 될까요.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마음으로 넘기게 되는 페이지들이었습니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사고. 이미 마음과 안구는 울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는데요, 그저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네는 상황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빨개진 눈시울로 억지로 눈물을 참고 있던 저의 눈에서 홍수를 일으키게 한 것은 사연 속 반전들이었습니다. 전 한의원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읽다가 도저히 못참고 책을 덮고는 집에서 마저 읽었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목 입구까지 눈물이 가득 차서 끅끅거리며 읽는데, 사연 중에 아이를 잃는 경우는 없어서 어찌나 다행이었는지요. 만약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와, 오열은 기본이고 통곡에 발버둥을 쳤을지도 몰라요.

 

많은 것을 알려드리면 감동과 반전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입을 꾹 닫아야 하는게 너무 아쉽지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역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 음미하시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각자 흩어졌던 가족들이 저녁에 다시 집에서 모일 수 있다는 것, 비록 일이 힘들고 고되도 저녁이면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오늘 하루도 아프지 않고 무사히 잘 보냈다는 것. 저는 이 모든 것이 축복이자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참 어렵지만, 자신의 마음 속에만 담아두었던 해묵은 감정들-미안함, 고마움, 사랑-을 수시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도요. 죽음으로 헤어지고 나면 내 마음을 전달할 수도,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들을 수도 없잖아요. 그것이 얼마나 슬프고 안타까운 일인지 이번 작품을 통해 충분히 깨달았습니다.

 

대구 지하철 사건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많은 분들께 글로나마 애도의 마음을 보냅니다. 이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그 분들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 <모모 : 스튜디오오드리>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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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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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도 우리처럼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어요.
p 51

메이와의 결혼을 앞둔 뉴런드는 그 때문인지 더욱 엘런에 대한 소문에 신경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비록 비서와 함께 달아나기는 했지만, 그 전에 먼저 엘런의 남편이 그녀를 배신했기 때문에 엘런에게도 선택의 여지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하지만 저는 뉴런드가 내뱉은 저 말이 과연 그의 진심일까 의심스러워요.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아내가 될 메이에게도 저 말을 똑같이 적용시킬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저는 자꾸 엘런이 뉴런드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 같아요. 자꾸 자기를 찾아오래요. 사촌과 결혼을 앞둔 남자가 어렸을 때는 자기를 좋아했다는 둥, 한 번 자신을 찾아오라는 둥 하는 행동이 영 예쁘지가 않네요. 설마 뉴런드가 엘런과 이상한 사이가 되어서 메이를 상처주게 되는 걸까요? 혹시 메이에게도 말못할 비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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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의 아이들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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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를 배경으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통쾌함을 전달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작가 이케이도 준. 이번에 출간된 [샤일록의 아이들]은 그런 작가가 '내가 소설을 쓰는 방식을 결정지은 기념비적인 책'이라고 말할 정도로 의미가 큰 작품인 듯 보인다. 지금까지 읽어온 <한자와 나오키> 나 <변두리 로켓> 시리즈와는 달리, 총 열 개의 단편 속 등장하는 각각 다른 인물들로 비춰지는 도쿄제일은행의 나가하라 지점을 통해 은행원의 비애와 고달픔을 쓰게 맛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보통은 이케이도 준의 작품을 읽으면 이번에는 어떤 통쾌함을 맛보게 해줄 것인가 하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두근두근했는데, 이 작품을 읽는 동안에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우울했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부하 직원들을 닦달하고 채근하다가 끝내는 폭력까지 휘두르는 관리직, 어떻게든 실적을 올리기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과연 은행원으로서의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취업할 당시만 해도 큰 은행에 취업했다고 하면 굉장히 똑똑하고 학업 면에서도 우수한 사람으로 여겨졌었다. 현실 속에서 그들의 삶이 모두 소설 속 모습과 같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충분히 벌어질 법하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나라면 버틸 수 있었을까. 단편 <시소 게임>을 읽고 나니 '나라도' 이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와의 비교, 계약을 따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결국에는 스스로를 놓아버린 직원. 이야기의 반전에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순간 멍해지면서 울음이 울컥 올라왔다. 이어지는 답답함 속에서 미스터리 하나가 피어오른다. 사라진 현금. 그리고 그 현금의 행방을 좇는 은행원과 그의 실종이 작품의 중반부터 이야기를 하나로 연결시켜나간다. 시치미를 떼고 동료들 사이에 숨어 그의 실종을 함구하는 누군가.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긴장감은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작품은 결국 처연한 안타까움으로 막을 내린다. 

 

금융계를 배경으로 이토록 다양한 분위기의 작품을 써낼 수 있는 작가가 과연 또 있을까 싶다. 비록 이번에는 기대했던 통쾌함 대신 씁쓸함과 안타까움만 가슴 가득 안게 되었으나 '역시 이케이도 준!'이라는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 어디서나 먹고 살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이렇게나 안타까운 인생들이라니!!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가  '샤일록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 <인플루엔셜>을 통해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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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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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은 역시 우왕좌왕. 어떤 책이든 처음에는 등장인물들 기억하고, 감정의 작대기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듭니다. 어쨌거나 중요한 사실은 메이와 아처가 약혼했다는 것!!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충만한 이 두 남녀의 미래가 밝고 희망적이어야 하는데 저는 조금 불안해요.

그 이유는 바로!! 메이의 사촌인 엘런이 유럽에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남편 비서와 바람이 나서 돌아왔다가 여기까지 찾아온 엘런. 지금 아처는 엘런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은 듯 보이지만, 음, 뭔가 사단이 날 것 같은 이 기분!! 불안합니다, 불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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