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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약 20년 전 일어났던 대구의 지하철 참사, 혹시 기억하시는 분 계실까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고 그 사고로 인해 누군가를 잃었던 것은 아니지만 뉴스를 접했던 당시를 생각하기만 해도 여전히 마음이 먹먹해져 옵니다. 사고를 당한 분들이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냈던 문자 메시지를 인터넷에서 보신 적도 있을 거예요. 고통 속에서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 분들을 생각하면, 유족분들의 아픔이야 가늠할 수 없더라도, 저 또한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는데 이 사건 생각이 많이 났어요.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만나기 위해 열차에 올라타는 사람들. 작품을 읽기 전부터 큰울음이 예상되어서 책장을 조심스럽게 넘겨야 했습니다.
봄이 시작되던 3월, 열차 한 대가 탈선해 절벽 아래로 떨어집니다. 순식간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유족들에게 한 가지 소문이 들려와요. 사고가 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마'에 가면 유령 '유키호'가 나타나 사고가 났던 그 날의 열차에 오르게 해준다는 것. 단 4가지의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열차에 올라탄 사람도 죽게 됩니다. 약혼자를 잃은 여성, 아버지를 잃은 아들, 짝사랑하던 사람을 잃은 남학생, 사고 열차의 기관사였던 남편을 잃은 아내. 각자의 사연을 안고 열차에 오른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무슨 말을 건네게 될까요. 과연 이들은 4가지 규칙을 잘 지키고 무사히 열차에서 내리게 될까요.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마음으로 넘기게 되는 페이지들이었습니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사고. 이미 마음과 안구는 울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는데요, 그저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네는 상황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빨개진 눈시울로 억지로 눈물을 참고 있던 저의 눈에서 홍수를 일으키게 한 것은 사연 속 반전들이었습니다. 전 한의원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읽다가 도저히 못참고 책을 덮고는 집에서 마저 읽었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목 입구까지 눈물이 가득 차서 끅끅거리며 읽는데, 사연 중에 아이를 잃는 경우는 없어서 어찌나 다행이었는지요. 만약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와, 오열은 기본이고 통곡에 발버둥을 쳤을지도 몰라요.
많은 것을 알려드리면 감동과 반전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입을 꾹 닫아야 하는게 너무 아쉽지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역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 음미하시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각자 흩어졌던 가족들이 저녁에 다시 집에서 모일 수 있다는 것, 비록 일이 힘들고 고되도 저녁이면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오늘 하루도 아프지 않고 무사히 잘 보냈다는 것. 저는 이 모든 것이 축복이자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참 어렵지만, 자신의 마음 속에만 담아두었던 해묵은 감정들-미안함, 고마움, 사랑-을 수시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도요. 죽음으로 헤어지고 나면 내 마음을 전달할 수도,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들을 수도 없잖아요. 그것이 얼마나 슬프고 안타까운 일인지 이번 작품을 통해 충분히 깨달았습니다.
대구 지하철 사건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많은 분들께 글로나마 애도의 마음을 보냅니다. 이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그 분들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 <모모 : 스튜디오오드리>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