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들을 생각해
정지혜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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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가 기대되는 서정호러작가] 


저는 호러 소설을 잘 읽지 못합니다. 안 읽는 게 아니라 못 읽는 겁니다!! 읽고나면 이상하게 나쁜(?) 기운이 느껴져서 몸이 아프거나 꿈자리가 사나워 잠을 잘 이루지 못해요. 그런 제가 뒷감당을 무서워하면서도 읽는 호러 소설 작가가 딱 두 명 있어요. 바로 우리나라 전건우 작가님과 일본 미쓰다 신조 작가인데요, 이번에 읽게 된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 도 사실 크게 읽을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건우 작가님이 추천의 말을 쓰셨다고 하셔서, 그리고 '서정적인' 호러라는 말씀에 대체 '서정적인' 호러란 무엇인가 궁금해 읽기 시작했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호러 소설 읽다가 눈물 흘린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너무 슬퍼서요! 지금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콧날이 시큰하고 목에 뭐가 걸린 것마냥 숨이 콱 막혀옵니다. 


총 세 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등장하는 인물들이 연관성을 가지고 결국에는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형식이었어요. 부모가 아닌 할아버지의 사랑만으로도 충분했던 아이.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이는 부모에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됩니다. 서로를 탓하며 고성이 이어지는 부부싸움. 으레 그렇듯 부부는 이혼을 하고 아이는 오직 할아버지와 살던 집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아빠와 사는 것을 선택하죠. 또 으레 그렇듯 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던 아빠가 어느 날 새엄마를 데려옵니다. 


아니 대체 왜 그러는 거죠??!! 어떻게 자기가 낳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일이 가능한 거에요? 저도 물론 혼자만의 시간을 간절히 원할 때도 있고 살림이며 육아가 귀찮을 때 많지만 그럼에도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저에게 도오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게다가 이 아빠와 새엄마는 위선자입니다. 옆집 부부에게 사정이 생겨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자, 그 옆집 아이를 데려와 살뜰히 챙겨요.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새엄마에게는 자기 배로 낳은 자식이 있었는데 그 자식에게는 어찌나 매몰찬지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 읽으면서 어찌나 화가 나던지요. 결국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아이는 강령술에 의지하고, 망령인지 귀신인지 하는 존재가 아이를 갉아먹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혼이 보이는 아이 강이의 이야기가 첫 번째 이야기와 어우러져 진행되고, 세 번째 이야기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를 품으면서 안타깝지만 따스한 결말을 선사합니다. 읽으면서 무서운 건 강령술로 소환되는 귀신이 아니구나, 사람이면서 사람답지 못하게 사는 인간들이야말로 제일 무서운 존재인 게 맞구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깊이 깨달았어요. 그 사이에서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지켜주려 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빛을 발하는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전건우 작가님이 어째서 추천의 말을 써주셨는지 너무나 이해가 가는 훌륭한 작품이었어요!! 


앞으로 정지혜 작가님의 작품도 이런 '서정적인' 미스터리라면 계속 챙겨보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서정 호러물로 유명해지기를 바라봅니다!! 


** 출판사 <자이언트북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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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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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미스터리의 매력이 한껏 발산된 이야기]

새로 부임한 라둘푸스 수도원장과 시장을 필두로 한 길드 상인들의 대립으로 인해 처음부터 삐걱거리며 시작된 성 베드로 축일 행사. 여러 각지에서 모여든 장사꾼과 구경꾼들로 인해 소란스러운 이 때, 한 명의 남자가 알몸의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브리스틀에서 온 그는 토머스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운 조카딸 에마와 함께 이 곳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거예요. 마침 그 전에 토머스가 시장의 아들 필립과 그 무리로 인해 한바탕 소동을 겪은 탓에 필립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곧이어 죽은 토머스의 배와 장사 부스가 털리고, 또 다른 장사꾼이 살해되면서 토머스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얻기 위한 누군가의 소행으로 비춰지죠. 이제 위기는 토머스의 조카딸인 에마를 노리고, 캐드펠 수사와 휴 베링어는 다시 한 번 힘을 합쳐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네 번째인 [성 베드로 축일] 은 축일 행사 속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권인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부터 역사 미스터리의 매력이 한껏 발산되고 있다는 느낌인데요, 이번 편에서는 특히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를 둘러싼 암투로 인해 사건이 벌어지는만큼 더 생생한 현장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원한이나 사리사욕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사건(물론 인간의 사리사욕만큼 더한 살인 동기도 없겠지만요) 으로,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어떤 선택이 올바른가에 대한 현명한 대처 방법을 에마를 통해 보여주었던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시대가 사람을 만드는 걸까요. 현대로 치자면 아직은 어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이렇게 어린 아가씨가 용기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은 정말 큰 감동을 주었어요.

사건도 사건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라둘푸스 수도원장이 과연 어떤 사람인가 너무 궁금했습니다. 해리버트 수도원장은 이제 평화로운 시간을 즐기며 졸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도원에서 어떤 역할을 해낼 것인가. 확실히 라둘푸스는 해리버트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해리버트는 캐드펠이 하는 일에 대해 믿고 지켜본다는 입장이었다면, 라둘푸스는 사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어하고 심지어 캐드펠과 대화를 나누는 일을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초반 시장과 길드 상인들과 보여준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냉정하고 수도원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보여준 반전에 엄지 척.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캐릭터입니다.

캐드펠을 바라보고 있자면 이렇게 늙어간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의를 위해 시간과 몸을 아끼지 않고 자신의 경험으로 얻은 통찰로 어지간한 일은 꿰뚫어보는 사람. 모든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그런 통찰력을 갖추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수도원의 평화로운 시간을 누구보다 원하면서도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에게는 한 없이 너그럽고 강해지는 매력적인 캐드펠!! 권 수가 더해질수록 그의 매력도 한층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 출판사 <북하우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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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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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의 다정함이 한층 돋보이는 이야기]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3권 [수도사의 두건] 에는 캐드펠의 오래된 사랑이 등장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리힐디스. 서로 미래를 약속했지만 젊은 시절 캐드펠이 십자군 원정에 참여하면서 헤어지게 되었어요. 그녀를 생각하면 바로 고향에 돌아갔어야 했지만, 젊은 혈기로 모험과 전쟁이 주는 자극에 흠뻑 취한 캐드펠은 결국 오랜 시간 리힐디스를 기다리게 합니다. 리힐디스는 캐드펠을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결국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게 되었죠. 그런 그녀가 40년만에 캐드펠 앞에 나타난 겁니다! 그것도 수도원에 땅을 기부하고 수도원이 소유한 몇 개의 집 중 하나에 들어온, 남편이 독살당한 누군가의 아내로요. 


살해당한 남자는 리힐디스의 두 번째 남편이자 장원의 소유자였습니다. 장원을 수도원에 기부하고 수도원의 관리 하에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 거죠. 그런 남편이 '수도사의 두건'이라는 독풀이 든 독약을 먹고 사망합니다. 그런데 하필 그 약물을 만든 사람이 캐드펠이었어요! 한때 사랑했던 리힐디스를 다시 만난 반가움도 잠시. 리힐디스가 첫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에드윈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고, 캐드펠은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전력을 다합니다. 


앞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리힐디스와 그녀의 아들, 딸, 집안 관리를 도와주는 알디스와 앨프릭, 리힐디스의 남편과 관계가 있는 메이리그 등이요. 각자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저는, 사건도 사건이지만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닥친 위기(?)에 더 눈길이 갔습니다. 2권에서 스티븐 왕에게 전적으로 동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해리버트 수도원장이 수도원장의 자리에서 내려올지도 모르게 된 거예요. 이 일로 인해 자리를 비운 수도원장 대신 자신이 장차 수도원장이 될 거라는 부푼 꿈을 안게 된 로버트 부수도원장. 그리고 그런 그의 요리를 만들면서 온갖 성을 내는 패트러스 수사의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습니다. 사건의 결말보다도 과연 이 수도원장의 자리에 누가 앉게 될 것인가가 더 흥미진진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따뜻하고 다정한 캐드펠 수사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습니다. 캐드펠이 누구입니까. 마침내 범인을 밝혀내는데요, 이 범인의 판결과 관련하여 보여주는 캐드펠 수사의 모습이 감동이었어요. 누구나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아니니까요. 여기에 어느 새 같은 편이 된, 든든한 휴 베링어가 다시 한 번 등장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도 어느 새 두 권 밖에 남지 않았어요. 빨리 읽고 싶은 마음 반, 그래도 아껴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 반입니다. 이 다정하고 민첩하며 재치 있는 캐드펠 수사님, 나머지 두 권에서도 깊이깊이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출판사 <북하우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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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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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암투와 사랑, 격정의 대서사시!!]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으로 문을 열었던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는,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간에 왕위를 둘러싼 혈전이 벌어지던 1138년의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스티븐 왕이 슈루즈베리로 들어오고 그의 반대파로 성을 지키던 사람들 아흔 네 명이 한꺼번에 처형당한 그 밤, 한 구의 시체가 더해졌다는 것을 알아낸 캐드펠 수사. 한편 수도원에는 남장 소녀가 배치되고, 이 소녀의 정체를 알아챈 캐드펠 수사는 그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합니다. 수도원에 몸을 의탁하게 된 숙녀 얼라인 시모어, 스티븐 왕의 반대파 중 한 사람의 딸이자 한 때 약혼녀였던 다른 숙녀를 스티븐 왕에게 데려오겠다고 고한 휴 베링어, 더해진 한 구의 시체와 관련 있는 부상자가 얽히면서 평온했던 캐드펠 수사의 생활은 다시금 혼란에 빠졌어요. 


1편보다 더 흥미진진한 2편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각자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 소중한 사람을 잃은 큰 슬픔을 온 몸으로 맞서며 버텨내는 의연한 자태, 자신 앞에 펼쳐진 고난을 어떻게든 넘어서려는 강인함, 시류에 편승해 태도를 바꿔버리는 듯한 간사함 등 이런 시대가 아니라면 볼 수 없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었어요.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에서도 느꼈지만 엘리스 피터스, 이 작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엄청난 재능이 있네요! 등장인물 한명 한명이 모두 생생하게 다가올 정도로 저마다의 특징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 중 캐드펠 수사는 물론 휴 베링어라는 인물은 정말 '이야~'소리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휴 베링어가 이번 작품을 빛낸 최고 인물이었어요! 


오랜 세월을 전쟁터에 몸담았다가 늘그막에야 수도원 생활을 시작하여 허브 밭을 꾸미는 평온한 생활을 이어나가는 캐드펠 수사 앞에 떨어진 또다른 임무! 그것은 바로~말씀드리고 싶지만 독서의 즐거움을 빼앗을 수는 없으니 꼭 책으로 확인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죽음과 함께 걸어가는 듯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미지의 시신을 둘러싼 추리, 이 험한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까지 역사 미스터리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줄 요소가 다분히 들어 있어요. 이런 배경에서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늙은(?) 몸을 이끌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캐드펠 수사의 종종거림이 무척 귀엽게 다가옵니다! 


1편의 리뷰에서도 번역이 무척 훌륭하다고 극찬했었는데요, 번역가가 작품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번 작품의 번역도 무척 좋았어요! <캐드펠 수사 시리즈> 를 위해 엄선된 번역가님들이 아닐까요! 


** 출판사 <북하우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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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 - 아케가미 린네는 틀리지 않아
가미시로 교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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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를 추리하는 이야기라니 어떤 형식일지 너무 긍금합니다. 둘 사이에 씩트는 첫사랑의 기운도 설레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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