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어쩌다 킬러 시리즈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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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여성 콤비의 유쾌한 사건 해결]  


이야, 첫 장면부터 빵 터지게 만드는 소설이라니, 정말 기대 이상의 이야기입니다.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핀레이와 재크, 그리고 두려움에 빠져 떨고 있는 남자의 에피소드만으로도 이번 이야기가 전편들을 넘어서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다' 프로 킬러로 오인받은 로맨스 작가 핀레이와 '어쩌다' 핀레이의 일에 엮이게 된 사정 있는 베이비시터 베로의 이야기도 어느덧 3권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2권에서 밝혀지지 않은 킬러 싹쓸이의 정체와 핀레이의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듯 로맨스에 대한 떡밥을 회수라도 하듯 궁금증이 확! 풀릴까요??!! 


어서 빨리 싹쓸이의 정체를 알아내라며 마피아 보스 펠릭스는 여전히 핀레이를 협박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의도치 않게 사망사건까지 발생해요! 이제는 삽을 들 일이 없게 하자고 굳게 맹세했던 핀레이는 결국 또 삽을 들 뻔 하다가 펠릭스가 제시한 싹쓸이의 정체를 2주 안에 밝혀내라는 제시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하고 말죠. 싹쓸이가 어쩌면 경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핀레이와 베로는 경찰 아카데미에 잠입하게 됩니다. 과연 이 좌충우돌 콤비의 경찰 아카데미 잠입은 성공리에 끝날 수 있으려나요. 


악당 찾기도 악당 찾기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핀레이의 로맨스 행방을 무척 궁금해하실 거예요. 매력이 철철 넘쳤지만 지금의 핀레이와는 어울리지 않았던 남자 줄리언. 솔직히 저는 줄리언이 핀레이를 이해해주고 보듬어줄 수 있는 연하남이길 바랐지만, 아무래도 그런 연하남은 드무니까요. 아직까지 핀레이를 향한 구애를 멈추지 않고 있는 닉이 과연 그녀의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인가, 핀레이의 마음은 과연 무엇인가 저 또한 너무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핀레이가 한 모든 일들이 닉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도요!!


1편은 굉장히 재미있었고, 사실 2편은 조금 밋밋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3편은 2편의 아쉬운 점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페이지가 쭉쭉 넘어갑니다. 이제 핀레이와 베로, 닉이 등장하는 작품이 언제 출간되려나 기다릴 것 같아요. 다행히도 7권까지 출간 계약이 성립되었다니, 다음 권에서는 어떤 사건과 좌충우돌 해결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 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 출판사 <인플루엔셜>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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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뜨는 숲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승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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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작가가 필요하다면, 아오야마 미치코입니다. 그녀의 작품을 읽다보면 몽글몽글한 무언가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오르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뾰족해져 있던 마음도 살짝 풀어지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도 언젠가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도서관에서, 때로는 카페에서, 그리고 이제는 팟캐스트로 독자의 마음을 달래주는 아오야마 미치코. 달과 지구와 태양의 거리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 비유하며 들려주는 이번 이야기들은 몽환적이고 나른하면서도 따스하게 우리 마음을 다독여줍니다.

오랜 세월 간호사로 근무한 후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려는 전직 간호사, 택배 직원으로 일하면서도 개그맨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 갑자기 결혼한 딸과 어떻게 지내야 할 지 몰라 고민하는 아버지, 부모와 떨어져 살고 싶은 고등학생, 일과 가정의 양립하며 괴로워하는 액세서리 작가. 각자의 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은 현실 속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원하는 일만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언제나 더 나은 내일, 더 멋진 자신을 꿈꾸며 현실을 감내하는 거죠.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며 읽었던 책 속 문장이 떠오르네요. 사람은 다 아프면서 사는 거라는.

하지만 아프기만 해서는 이 삶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사람을 위로하는 것도 다름 아닌 사람인 것을요. 각각의 단편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달도 끝도 없는 이야기'라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위로와 공감을 얻습니다. 저는 특히

조금씩 멀어지면서 그때그때 서로에게 가장 알맞은 상태로 관계하는 달과 지구. 어쩌면 인간관계도 그런 게 아닐까. 일도.

p61

문장에 공감했어요. 저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운을 잃는 스타일이라 적당한 거리감을 필요로 하거든요. 어쩐지 저의 그런 성향과 작가님이 닮아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혼자 기뻐했다고나 할까요.

출간되는 소설마다 일본서점대상에 노미네이트된다는 작가입니다. 아마 그녀가 전하는 따스함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위로받기 때문일 거예요. 혹시 불어오는 찬바람에 마음까지 얼어버릴 것 같은 분, 어떤 길을 선택할지 방황하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짧은 이야기 하나만이라도 읽어보시고 잠시나마 평온을 얻으시길 바라봅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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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몬스터 1~2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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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잔인한 세상에 진정한 몬스터는 누구인가]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의 동명 원작소설의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 이 작가의 스릴러는 <타우누스 시리즈>라고 불리며 등장인물 중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하기라도 한 듯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들의 다음 이야기가 출간되었는데요, 이번 작품의 소재는 특히 더 흥미롭습니다. 잔인한 범죄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 가해자들은 그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일정 기간 동안의 수감 생활이 지나면 금방 사회로 복귀하는 경우가 흔하죠. 그런 가해자들을 향한 사적 복수. 마음 아프고 복잡한 소재를 작가는 어떻게 풀어냈을까요.

하얀 눈 아래에서 시체로 발견된 소녀 라리사 뵐레벨트.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 약간의 갈등으로 인해 원래의 약속을 취소하고 홀로 지하철 역으로 향했던 소녀는 그 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버립니다. 누군가가 덮어준 것처럼 상체와 머리가 재킷으로 덮여 있던 소녀의 시체. 누군가는 그녀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꼈던 걸까요. 라리사의 옷과 몸에서 확보한 남성의 DNA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자 성폭행 혐의로 1년 넘게 미결 구금되었다가 사흘 전 석방된 파바드 마흐무디의 것이었습니다. 라리사의 살인사건은 난민과 통합 문제로 번져가며 언론을 타게 되고, 어느 때보다 예민한 상황 속에서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사건 해결에 집중합니다.

딸을 잃은 어머니 앞에 누군가 나타납니다. 딸을 죽인 범인의 행방을 알고 있다고. 그 범인에게 직접 복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노라고. 과연 이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한쪽에서는 한 남자가 심한 상처를 입고 도주하다 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과연 이 남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상처입은 가족들의 틈을 파고들어 복수를 도와주겠노라 속삭이는 의심스러운 집단. 이 집단이 원하는 것은 정말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었을까요.

소중한 사람을 잃은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이가 어찌 감히 논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상상할 뿐이에요. 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희생된다면 저라도 가만 있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품 안에서는 범인도 범인이지만 그 주변 인물들에게 더 가소로움을 느꼈어요. 친분이 없었음에도 라리사의 죽음을 슬퍼하는 척하는 소녀들, 관심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던 아이의 친구들, 제대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마음대로 떠드는 언론과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가십. 어쩌면 유가족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을까요. 진정한 '몬스터'는 누구인지 생각해볼만한 문제입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북로드>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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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헬레네 플루드 지음, 권도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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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심리가 현실처럼 느껴지는 스릴러]

헬레네 플루드의 작품 [테라피스트]를 읽은 것은 약 4년 전입니다. 한참 심리스릴러 붐(?) 이 일어났던 때였던 걸로 기억해요. 지금은 좀 열정이 식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릴러라면 무작정 읽었던 저로서는 사실 그렇게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어요. 심리스릴러라는 장르에 지쳐있기도 했고요. 그런데 헬레네 플루드의 작품을 읽고나서는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인 [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가 출간이 무척 반가웠어요.

어느 일요일, 아파트 이웃인 요르겐이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그와 불륜 관계였던 리케는 요르겐의 죽음에 절망하고 슬퍼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안심을 느껴요. 사실 요르겐이 살해당했다고 여겨지는 그 시각, 리케는 연락 없는 요르겐을 궁금해하며 그의 집을 찾아갔었습니다. 닫힌 서재 문을 바라보며 어딘가 위화감을 느꼈던 리케. 더 이상 요르겐의 집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강한 예감에 그의 집을 빠져나오지만, 그녀는 이제 요르겐과의 불륜 관계를 밝히지 않으면서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결백까지 밝혀야 하는 상황에 처해요. 범인을 찾아내는 것만이 이 답답한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고 두려움은 깊어질 뿐입니다.

작품은 굉장히 느린 속도로 진행됩니다. 빠른 전개를 자랑하는 스릴러에 익숙한 독자라면 조금 답답하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심리스릴러는 오랜만이라 그런지 처음에는 좀 속이 터지더라고요.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심리스릴러이기에 등장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그 덕분인지 주변 인물들을 의심하는 리케의 심정이 굉장히 생생하게 다가와요. 저조차도 이 사람이 범인인지, 저 사람이 범인인지 헷갈렸던 데다 마지막에 밝혀진 결말 부분조차도 정말 그가 범인이 맞는지 머리가 뱅뱅 도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심리학자가 쓴 심리스릴러. 말 그대로 심리스릴러의 진한 맛을 보고 싶은 독자라면 추천합니다. 초반의 답답함을 어느 정도 견디다 보면 리케의 내면 세계로 여행을 떠나실 수 있을 겁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푸른숲>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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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법학자 - 화가의 날선 붓으로 그린 판결문
김현진 지음 / 어바웃어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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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바라보는 깊이있는 시각을 느낄 수 있는 미술서!!]

<미술관에 간> 시리즈는 제가 미술 관련 도서 중 가장 애정하는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출간된 책들 전부 읽었어요. 물론 화학이나 수학, 물리학, 의학에 통달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전부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렇게 다양한 시각에서 미술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해서 밑줄 좍좍 그어가며 읽었답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미술관에 간 법학자] 예요. 진실을 밝히는 미술과 법에 얽힌 불꽃논쟁들. 과연 법의 관점에서 어떻게 미술 작품들을 바라보았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포문을 연 작품은 카유보트의 <마루를 깎는 사람들>입니다. 세 명의 건장한 일꾼들이 웃통을 벗고 마루를 깎는 그림이에요. 카유보트가 인상파 화가였던 덕분에 빛과 원근법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있어 창문에 비치는 빛으로 마루가 반짝이고 인부들의 근육이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카유보트는 1875년 이 작품을 살롱전에 출품했지만 낙선하게 되는데요, 그 이유가 '고된 노동이라는 저급하고 천박한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라고 하니 지금 저의 시각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낙선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본질에 계급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도미에의 <삼등칸>과 <일등칸>을 예로 들며 더 쉽게 설명을 이어가요. 그 뒤에 이어지는 작품들을 보니 생각보다 계급과 노동을 다룬 작품들이 많더라고요!

혹시 콜리에의 <고디바 부인>이라는 그림을 아시나요? 벌거벗은 부인이 말 위에 올라앉아 마을을 도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요. 이 작품은 11세기 초 영국 중서부의 코번트리 지역을 통치하던 봉건 영주 레오프릭 백작의 높은 세금 부과에 반대한 고디바 부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그녀는 영주의 젊은 아내로 남편 때문에 고통받는 소작농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했죠. 남편에게 세금을 낮춰 줄 것을 간청하지만 영주는 '당신이 정오에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모를까...' 라며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이에 고디바 부인이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감동받은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벌거벗고 마을을 돌 동안 집의 창문을 모두 닫아놓기로 약속해요. 저는 이 그림을 '관음'의 측면에서 바라본 해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관음증을 일컫는 '훔쳐보는 톰'이라는 표현이 여기서 나왔죠. 그런데 '조세저항'이라는 시각에서 살펴보니 고디바 부인의 행동이 무척 숭고해 보입니다. 여기에서 관습과 상식을 깨는 정치적 행동을 뜻하는 '고다이바이즘'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사회의 여러 현상과 사건을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합니다. 전쟁법과 양심적 병역거부, 장애와 차별에 관한 오해와 편견들, 거장들이 그린 성폭력과 보복의 미술사, 뇌물의 역사, 대리모와 익명출산에 대한 논쟁 등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일들이 다채로운 그림과 함께 펼쳐집니다. 앞서 읽은 다른 <미술관에 간> 시리즈 때도 느꼈지만 이번 법학자 편을 읽으니 주변과 사회를 보는 시각이 한층 깊어지는 듯한 느낌이에요. 단순히 아름다움과 독특함의 관점이 아닌 인간의 삶 그대로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어바웃어북>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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