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더스
나가우라 교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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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못할 짓을 저질렀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은 완전한 타인일 수도, 세상 누구보다 아이들을 지켜야 마땅할 당신의 부모일 수도 있다. 엄마의 학대, 계부의 성폭력. 소설에서만 볼 수 있다고 여겨졌던 잔인한 일들을 이제 일상에서도 빈번히 마주할 수 있다. 누구라도 벗어나고 싶은 폭력의 장소. 기회만 주어진다면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지 않겠는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사회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아쿠쓰 기요하루는 고등학교 3학년 여름, 사람을 죽였다. 그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빼앗았기 때문에. 범인과 관련된 사람도 전부 세상에서 제거했다.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능한 상사맨의 가면을 쓰고 살아온 기요하루 앞에 수수께끼의 여인 유즈키 레이미가 나타나 그에게 비밀을 들이밀기 전까지는. 나는 네가 그 해 여름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어. 레이미는 경찰에 그 사실을 알리는 대신, 19년 전 살해당한 엄마와 실종된 언니 사건을 재조사해달라고 '명령'한다. 기요하루의 비밀을 미끼로. 여기에 과거 친오빠 살해 용의자로 지목당한 여형사 노리모토 아쓰코까지 협박해 진상을 밝혀달라고 요구하는 레이미. 어쩔 수 없이 레이미의 요구에 응하게 된 기요하루와 아쓰코는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생각지도 못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신앙의 힘으로, 혹은 태어났을 때부터 지닌 엄청난 자비심으로 자신에게 고통을 준 사람을 용서했다는 사람의 인터뷰를 볼 때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의심의 연기가 피어오른다. 정말 용서했나요? 만약 그 사람이 당신 눈 앞에서 피해자를 다시 한 번 모욕한다고 해도 견딜 수 있나요? 안다. 결코 대인배가 될 수 없는 나의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치기어린 도발이라는 것을. 하지만 정말 궁금하다. 어떤 마음으로 용서할 수 있는 것인가. 그 마음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때문에 기요하루와 아쓰코가 과거에 저지른 일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아무리 법치주의 국가라 해도 현실에서 피해자에게 법은 멀고, 그 법의 죄의 사함이 너무나 쉬운 경우를 배제할 수 없으므로. 평소에는 '법'에 동조하며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면, 형법체계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면.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작품의 특별한 긴장감이 생성된다. 레이미의 입장도 이해가 되면서 기요하루와 아쓰코의 입장까지 고려하게 되는, 그래서 이 셋 중 어느 하나도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생성된 긴장감. 마음 속으로는 복수를 원하지만 머리로는 법치주의의 테두리 안에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긴장감. 소중한 존재를 빼앗긴 이가 복수하면 왜 안 되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 법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세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통쾌하게 복수하는 다크 히어로물인 줄 알았더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처음에는 다소 당황했다. 선과 악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들. 하지만 그 점이 꾸밈없는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것 같아 더 솔직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방송작가라는 경력이 충분히 빛을 발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 작품.

 

결말 부분을 보면 속편이 나올 것 같기도 한데, 작가의 건강이 좋지 않은 듯해 과연 가능할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작가의 병력을 알고 나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이 상상되어 더 치열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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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 이 답답한 아저씨 보소!!
아니라고 하잖소,
코코아 모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지 않소!!
아니라는데 뭘 자꾸 본인도 아니라고 합니까!!

 

여자가 아무한테나 꽃을 줍니까!!
당신을 좋아했던 거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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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아는 사람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괴로운 일은 없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하기도, 또 동조하기도 어려운 상황. 그러느니 차라리 그 사람에 대해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 처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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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조차 어떻게 집사의 직무를 우선할 수 있었을까. 나라면 손은 물론 온몸이 떨리고 가슴이 죄어들어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것 같은데. 스티븐스에게 ‘집사’가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게 보여 준, 아버지와의 일화.

 

그런데 이 냥반, 왜 여행 가서도 자꾸 집사로서의 자신의 과거만 생각하는 걸까. 제목도 그렇고, 설마 유령이 된 스티븐스가 죽음의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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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떨어뜨린 귀한 보석이라도 찾고 있는 사람처럼.

p 106

 

 

스티븐스 1세가 정자로 올라가는 언덕배기 쪽, 네 개의 석판으로 된 그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찾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집사로서의 여전한 자긍심이었을까, 세월의 흐름에 휩쓸려 젊음이 사라져가면서 이제 결코 예전같을 수 없다는 깨달음이었을까. ‘실수들 자체는 사소할 지 몰라도 더 큰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아채야 하는 인생의 황혼.

 

마음을 먹먹하게 하는 대목. 담담한 기술이 더 가슴에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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