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답고 착한 것이 가장 더럽게 썩을 수도 있다는 경구는, 우리들 개개인에게 스스로를 새롭게 하기 위해 매 순간마다 자기를 반성하고 깨우쳐가기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p23

 

담담하게 자신의 상황과 감정에 대해 서술해나가는 문장들. 맑고 담백하다. 격동의 시절 속에서 오직 그가 있던 곳만이 순수의 향기가 풍겨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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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72
토미 드 파올라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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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소개해드렸던 [우리는 최고야]의 토미 드 파올라의 [고요히]입니다. 이 책도 [우리는 최고야]처럼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그림책인 것 같아요.


 

할아버지와 산책을 나온 듯 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자연 속에서 모두 하나같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새들은 바삐 날아다니고, 강아지도 공을 쫓아 달리고, 개구리도 연못으로 펄쩍 뒤어 들어가는, 친숙한 자연의 모습들.


 

할아버지는 우리는 너무 서두르지 말자면서 벤치에 함께 앉자고 권해요. 더불어 잠시 행동을 멈추고 쉬는 듯한 자연. 세 사람은 '고요히' 앉아 각자의 생각에 빠지고,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 책은 마치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여기 와서 앉아보라고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전달해요. 그렇게 쉼없이 움직이지만 말고, 여기 와서 함께 잠시 앉아 있자고요.

 
저는 소위 말하는 '멍 때리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어느 때는 옆지기에게도 잠시만 말 걸지 말아달라고, 잠깐만 멍하게 있고 싶다고 말할 정도예요. 복잡한 머리속도 정리하고, 몸도 한 템포 쉴 여유를 주는 거죠. 그렇게 있다보면 보이지 않았던 것도 보이게 되고, 제 감정도 들여다볼 수 있어요.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랄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쉬는 날 하루만큼은, 아니면 반나절만이라도 '고요히'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출판사 <북극곰>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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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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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아버린 열네 살 소년 제이스 윌슨. 범행 현장을 목격한 제이스를 살해하기 위해 킬러들이 그를 뒤쫓는다. 연방보안관 제이미 베넷은 과거 공군에서 '생존 교관'으로 활약했고 현재는 문제아이들을 위한 캠프를 운영하는 이선에게 제이스의 신변을 부탁한다. 킬러들이 그들이 있는 곳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제이스를 받아들이는 이선과 앨리슨 부부. 결국 킬러들이 찾아오고, 제이스는 전직 정예 산림 소방대원이었으나 뼈아픈 고통과 후회를 안은 채 산 속 감시탑에서 일하는 해나의 도움으로 탈출을 감행한다.

 

 

얼마 만에 만나는 마이클 코리타인지!! 한창 스릴러물에 빠져 지낼 때 접했던 그의 작품이 한동안 나오지 않아서 이제 다시는 못만나나 보다 했는데,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기쁨과 설레임을 억누를 수 없었다. 이거슨! 과거 친하게 지냈으나 연락이 두절되었던 친구의 소식을 들은 것만 같은 기분!! [오늘 밤 안녕을] 로 최우수 사립 탐정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던 마이클 코리타의 신작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우연히 범행 현장을 목격한 소년을 뒤쫓는 킬러들과 그 킬러들에 대적하는 용감하고 단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것이다'라고 평한 스티븐 킹의 말처럼, 한 번 읽기 시작하자 중간에 그만 둘 타이밍을 찾기가 어려웠다. 킬러들의 코 앞에서 몸을 숨기며 숨 죽이고 있는 제이스의 모습을 묘사한 숨막히는 도입부와, 롤러코스터가 하강하기 직전에나 느낄 법한 터질 듯한 긴장감에 나조차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여기에 산불과 번개까지 가세하는 위기감이라니!! 세상에 자신들 둘만 있는 듯한 화법을 구사하는 바람에 살짝 신경질이 나게 하는 킬러들은, 뵈기 싫기도 하면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 중 가장 인상적인 인물들이기도 하다.

 

 

마이클 코리타의 작품이라 출간 예고부터 흥미를 가지기도 했지만, 앤젤리나 졸리와 니콜라스 홀트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더랬다. 좋아하는 배우인 졸리가 맡은 해나는 어떻게 그려졌을까. 숭고하면서도 안타까운 선택을 했던 해나와 졸리의 모습이 잘 어울릴 것 같다. 니콜라스 홀트는 나에게 그 동안 착한 이미지로만 각인되어 있는데 악역을 맡은 모습이 어떨지 매우 궁금하다. 오랜만에 숨 헉헉 몰아쉬며 빠져든 스릴러. 앞으로도 종종 마이클 코리타의 작품을 만나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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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4 - 의사의 길 아르테 오리지널 9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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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대한 담담하면서도 장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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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4 - 의사의 길 아르테 오리지널 9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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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전 가수 보아의 오빠가 말기 복막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기사에서 그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말하는 의사들에게서 차가움을 느꼈다면서 서운함을 토로했는데, 생로병사는 남일이 아닌지라 나 또한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고 말았다. 그가 언급한 '의사의 냉정함'이 어떤 것인지, 쉽게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의사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고 했고 그 부분을 배제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의사가 아닌 나는 여전히 환자의 마음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것은, 어쩌면 현실에서는 결코 만나볼 수 없는 의사를 드라마를 통해 겪으면서 시청자들이 대리만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쓰카와 소스케의 소설 [신의 카르테]의 의사 구리하라 이치토가 처한 상황도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24시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혼조병원에서 근무하다 시나노대학 의학부에 들어간 구리하라. '환자를 끌어당기는 구리하라'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여기에서도 바쁜 생활은 계속 이어진다. 소화기내과의로 근무하는 한편 대학원생으로서의 연구도 진행해나가야 하고, 여기에 딸 고하루가 태어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그가 맞닥뜨린 대학 의국은 참으로 오묘한 곳이었다. 규칙이 난무하는 이 곳에서 오직 '환자'를 중심에 두고 의술을 펼치려는 구리하라는 괴짜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그 앞에 나타난 29세의 췌장암 환자 후타쓰기 미오. 그녀의 치료법을 둘러싸고 의국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우사미 준교수와 번번히 충돌하는 구리하라는, 과연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남들이 뭐라 하든, 어떤 상황이 놓여 있든 '그대는 그대의 길을 가라'라는 나쓰메 소세키의 문장을 읊조리던 구리하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이야기'였다. 마지막을 앞둔 후타쓰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리고, 그녀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사로서 전력을 다해 돕는 것. 설사 그 일이 의국을 적으로 돌리고 좌천까지 당하게 되는 결과를 낳더라도 말이다. 구리하라는 냉철하되 냉정한 의사는 아니었다. 머리는 냉철하고 가슴은 뜨거운 의사. 우리가 만나길 바라는 의사도 바로 이런 인물이 아닐까.

 


 

작가 나쓰카와 소스케가 <신의 카르테>를 쓰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흘렀다고 한다. 3권으로 완결인 줄 알았더니 깜짝 선물처럼 출간된 4권. 이 안에서 어떻게든 작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보려 애쓰는 구리하라를 보면 가슴 뭉클한 감동이 솟아오른다. 게다가 이번 이야기에서는 젊은 나이에 췌장암에 걸렸지만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용기있는 여인의 모습까지 더해져 삶과 죽음의 장엄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 동안 <신의 카르테>를 읽으면서 정들어버린 '온타케소'의 식구들과 만담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구리하라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어 무척 행복했던 시간. 나쓰메 소세키의 문장을 읊조리며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구리하라. 부디 그와 같은 의사를 현실에서도 많이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아르테>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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