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카르테 4 - 의사의 길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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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전 가수 보아의 오빠가 말기 복막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기사에서 그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말하는 의사들에게서 차가움을 느꼈다면서 서운함을 토로했는데, 생로병사는 남일이 아닌지라 나 또한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고 말았다. 그가 언급한 '의사의 냉정함'이 어떤 것인지, 쉽게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의사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고 했고 그 부분을 배제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의사가 아닌 나는 여전히 환자의 마음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것은, 어쩌면 현실에서는 결코 만나볼 수 없는 의사를 드라마를 통해 겪으면서 시청자들이 대리만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쓰카와 소스케의 소설 [신의 카르테]의 의사 구리하라 이치토가 처한 상황도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24시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혼조병원에서 근무하다 시나노대학 의학부에 들어간 구리하라. '환자를 끌어당기는 구리하라'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여기에서도 바쁜 생활은 계속 이어진다. 소화기내과의로 근무하는 한편 대학원생으로서의 연구도 진행해나가야 하고, 여기에 딸 고하루가 태어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그가 맞닥뜨린 대학 의국은 참으로 오묘한 곳이었다. 규칙이 난무하는 이 곳에서 오직 '환자'를 중심에 두고 의술을 펼치려는 구리하라는 괴짜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그 앞에 나타난 29세의 췌장암 환자 후타쓰기 미오. 그녀의 치료법을 둘러싸고 의국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우사미 준교수와 번번히 충돌하는 구리하라는, 과연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남들이 뭐라 하든, 어떤 상황이 놓여 있든 '그대는 그대의 길을 가라'라는 나쓰메 소세키의 문장을 읊조리던 구리하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이야기'였다. 마지막을 앞둔 후타쓰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리고, 그녀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사로서 전력을 다해 돕는 것. 설사 그 일이 의국을 적으로 돌리고 좌천까지 당하게 되는 결과를 낳더라도 말이다. 구리하라는 냉철하되 냉정한 의사는 아니었다. 머리는 냉철하고 가슴은 뜨거운 의사. 우리가 만나길 바라는 의사도 바로 이런 인물이 아닐까.

 


 

작가 나쓰카와 소스케가 <신의 카르테>를 쓰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흘렀다고 한다. 3권으로 완결인 줄 알았더니 깜짝 선물처럼 출간된 4권. 이 안에서 어떻게든 작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보려 애쓰는 구리하라를 보면 가슴 뭉클한 감동이 솟아오른다. 게다가 이번 이야기에서는 젊은 나이에 췌장암에 걸렸지만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용기있는 여인의 모습까지 더해져 삶과 죽음의 장엄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 동안 <신의 카르테>를 읽으면서 정들어버린 '온타케소'의 식구들과 만담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구리하라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어 무척 행복했던 시간. 나쓰메 소세키의 문장을 읊조리며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구리하라. 부디 그와 같은 의사를 현실에서도 많이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아르테>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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