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5 - 듄의 이단자들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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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은 듄 시리즈 중 가장 혼란스럽고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마무리였던 것 같다. 베네 게세리트와 명예의 어머니들의 싸움은 6권으로 이어질 것 같은데, 중심되는 인물 없이 이 사람 저 사람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니 조금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여태까지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에 집중해서 어려워도 심오한 뭔가를 깨우쳐가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편은 뭔가 아쉽다. 다음 권은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힘을 내서 마지막 권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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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열전
박시백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비아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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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로 알려져 있던 인물들 중 나를 가장 깜짝 놀라게 했던 것은 이광수, 최남선 같은 문학인들의 변절이었다. 교과서에서 보고 접했던만큼 그들로 인한 배신감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무엇이 그들을 친일의 길을 걷게 만들었을까. 문학인이라면, 적어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어떤 길 위에 서 있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정한 문학인의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것인가.

나라면 어땠을까. 안락한 생활, 재산, 사회적 지위가 과연 나를 친일의 길로 이끌었을까. 읽는 내내 참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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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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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지는 한참 되었는데 글이 쉽게 쓰이지 않았다. 그런 책들이 종종 있다. 마음 속 감정을 차마 꺼내지 못해 답답함에 가슴만 쾅쾅 치게 만드는 책. 한 줄 적고 지우고, 한 줄 적고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내려놓았는데 어쩌다보니 시간이 흘러 결국 재독까지 하게 되었다. 이 작품이 과연 재독까지 할만한 작품인가 묻는다면, 글쎄. 개인의 취향이므로 확고한 답을 내놓지는 못하겠지만, 처음 읽을 때도 먹먹했던 가슴은 두 번째 읽을 때도 여전히 먹먹했고, 책과 리뷰와 육아와 살림으로 가득한 내 시간을 돌아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얼마 전 부고 문자를 받았다. 10년도 전에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그 남편분의 메시지. 나보다 고작 한 살이 많고, 아이의 나이도 우리 첫째와 비슷해서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무척 친했던 것도 아니고 그 분이 전근가신 후 따로 연락을 취했던 것도 아니건만 동년배의 때이른 죽음에 받은 충격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사람 목숨이란 참으로 덧없는 것이구나, 아등바등 살아가는 이 생이 허무하기도 하구나. 표면적으로는 어찌어찌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마음 속 균열은 생각보다 오래간 듯 그 어떤 것에도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심지어 책 읽는 것마저도 힘겨웠을 정도였으니까. 이 책을 읽어 무엇하나, 이걸 읽은들 내가 뭘 알기나 할 수 있을까-그런 생각만으로 책탑을 바라보기만 했던 순간들.

 

시간이 흘러 읽어야 할 책이 쌓여갔고 할 수 없이 다시 책을 손에 든 그 때, 그 많은 책들 사이에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이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였다. 다른 책들을 미뤄두고 홀린 듯 다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조산사였던 할머니 요네를 필두로 가족 3대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마치 물 흘러가듯 조용히 묘사되어 있다. 큰 감정의 파동 없이 그들의 삶과 죽음에 관해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일본작품의 느낌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런 분위기다. 크게 소리내어 이야기하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스며드는 무언가. 굳이 이것이 무엇이다-라고 정의하지 않아도 그 속에 푹 파묻혀 있게 만드는 무언가.

 

원제가 [빛의 개]이고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하는만큼 홋카이도견과 주인공 3대의 집에서 키우는 개들의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그들도 그들의 가족들처럼 태어나고 자라고 무지개 속으로 사라졌다. 출판사에서는 어째서 원제 대신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라는 제목을 지은 걸까. 내가 이 작품에서 생각한 '집'은 우리가 살고 생활하는 현실의 집이 아니었다. 언젠가 우리가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는 그 어딘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가 빛이 되어, 공기가 되어 돌아갈 어딘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에서 죽음은 특별한 것, 생소한 것, 공포스러운 것이 아니라 탄생과 하나 되어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다.

 


하지메가 아유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대자 산소마스크 너머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말을 하고 있다.

영차, 영차를 되풀이하는 것처럼 들렸다.

환상의 뭔가를 나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산길이나 어딘가를 오르고 있을까.


p401

 

우리가 돌아갈 집은 어디일까. 그 집으로 가기 전까지 결국 우리는 이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살아가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삶의 끝자락에서 돌이켜보면 찬란하게 빛났을 인생이라는 것.

 

부디, 다들 건강하세요. 잘 살고 계세요.

 

겨울이 되고 날씨가 추워지면 또 한 번 읽어보고 싶다. 홋카이도가 나와서 그런지 겨울에 차가운 공기를 가슴 가득 안고 읽으면 맞춤일 것만 같은 느낌.

 

**출판사 <비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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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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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어 추리와 미스터리 장르에 입문(?)하게 된 것은 일본작품의 영향이 컸지만,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읽어온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야말로 나를 이 세계로 인도한 진짜 범인(?)이었다. 어린 나이에는 이 이야기들이 다소 충격이었던 듯 <얼룩 끈>을 읽고 나서는 한동안 잠들기 전 이불을 펄럭펄럭 해보기 일쑤였다. <바스커빌 가문의 개>로 인해 동물에 대한 공포심이 생겼던 것일까. 셜록 홈즈는 그야말로 섬세하고 예민한! 기질의 나를 강타한, 태풍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로 인해 책읽기에서 얻는 재미를 깨달은 시기이기도 했다. 다음에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셜록 홈즈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나갈지 지켜보는 것보다 더한 즐거움은 없었으니까.

 

작년 말에 <셜록 홈즈 에센셜 에디션>을 정독한 덕분인지 이번에는 기억을 되살리기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 <셜록 홈즈 시리즈>는 재독하는 것조차 큰 즐거움이다. 특히 왓슨이 셜록 홈즈의 활약상을 정성들여 꼼꼼하게 작성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상하게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셜록, 하면 왓슨. 왓슨, 하면 셜록. 이런 관계가 세상에 또 어디 있으랴. 심지어 기억을 더듬어보면 왓슨은 중요한 순간에는 부인마저 후순위로 둔 채 셜록을 먼저 챙기는 찐한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으니, 이 두 사람은 분명 '브로맨스'의 원조일 것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가장 첫 번째 즐거움은 홈즈가 의뢰인을 맞이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분이 한동안 육체노동을 했고, 코담배를 피우고, 프리메이슨 단원이고, 중국에 간 적이 있고, 최근에는 글씨 쓰는 일을 상당히 많이 했다는 사실은 확실해.


p54

 

상대를 만나자마자 그가 지금 어디에서 왔고, 무슨 일을 하는지, 연령대는 대략 어떻게 되는지 등을 술술 읊어대는 셜록 홈즈를 만나면 누구라도 그가 마법사가 아닐까 생각하기 마련이다. 마치 한 마리의 매 같은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재빨리 의뢰인의 상태를 점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대의 특징을 간파해내는 이 능력. 이것은 후반부에서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해내는 셜록 홈즈의 능력과 함께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준다. 마치 막혀 있던 무언가가 뻥!하고 뚫리는 듯한 유쾌상쾌통쾌한 느낌이랄까.

 

 

이번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로 선정된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에서는 표제작과 함께, 셜록 홈즈가 항상 '그 여자'라고 부르는 아이린 애들러가 등장하는 <보헤미아 스캔들>, 다소 기괴해보이는 정황 속에 숨겨진 속임수를 간파해내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빨강 머리 연맹>도 만나볼 수 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매우 짧은 만남이라 아쉬울 수도 있지만, 셜록 홈즈와 그의 친구 왓슨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들!!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이번 기회에 고전 추리의 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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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당신의 문해력 (워크북 포함 한정판) - 공부의 기초체력을 키워주는 힘 EBS 당신의 문해력 시리즈
EBS <당신의 문해력> 제작팀 기획, 김윤정 글 / EBS BOOKS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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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요즘이지만, 사실 이 문해력과 관련된 문제는 교단에 있는 사람이라면 오래 전부터 체감하고 있던 부분일 것이다. 문제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서 수업 시간은 물론 시험 시간에조차 손을 들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질문하던 학생들을 종종 봐왔던 나로서도, 아이들의 독해 실력이나 제대로 읽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대해 이게 무슨 일인가 걱정하던 참이었으니까. 이미 육아휴직을 한 것이 올해로 6년차. 최소 6년 전에 읽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국어는 물론 영어와 수학 등의 과목에서조차 어려움을 호소하던 아이들이 빠르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었을 시간이다. 얼마 전 방영된 EBS <당신의 문해력>을 보니 이제는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어 심각한 문제로 간주될 정도로 악화된 듯 싶다.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문해력은 아니다. 문해력은 기초적인 읽기 및 쓰기 능력을 넘어서서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문해력이 저하되면 성인이 되어 일상적으로 접하는 공지문, 설명서, 계약서 등을 읽고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문해력은 모든 과목에 필요한 기초 이해 능력이므로, 그 능력이 낮으면 결국 공부에 흥미를 잃고 학업에서 멀어져버리는 결과까지 초래하기도 한다. 이런 청소년들이 성장해서 사회인이 된다고 한들, 사회생활이 순탄하기만 할까. 각종 서류를 검토하고 분석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야 하는 사회의 인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문해력'. 문해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인간에게 읽는 능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한다. 매리언 울프라는 인지신경과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는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 발명'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어찌보면 읽는다는 행위는 적극적이다. 스스로 읽을 거리를 잡고 집중해서 글자를 읽지 않으면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영상물을 접할 때와 책을 읽을 때 뇌의 활동이 다르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했다. 무언가를 읽을 때 인간의 뇌 중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지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책,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책을 읽을 때 특히 이 전전두엽이 팍팍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전전두엽은 추론하고 결정하고 계획하고 집행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담당한다.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중요한 기능이, 우리 아이들의 뇌에서 저하된다고 생각해보라. 나는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딱히 문해력을 신경 쓴 것은 아니었지만 첫째 아이는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을 때부터 옆에 같이 누워 책을 읽어주었다. 그 당시에는 아이와 놀거리가 별로 없기도 했고, 책을 태어났을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생각해주었으면 했고, 책을 통한 기쁨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려면 아무 거부감 없는 아기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도 책 읽는 형아를 아기 때부터 봐왔기 때문인지 스스로 책을 골라 읽어달라고 한다. 하지만 문해력과 그저 책을 읽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지금은 책에 대한 흥미를 계속 유지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더 고민해봐야겠다.

 

 

 

문해려과 관련된 이런 저런 실험 결과와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잘 정리된 책으로 읽으니 한층 걱정이 깊어진다. 지금이야 어리고 영상 시청 시간을 제한하고 있으니 그렇다해도, 스마트폰을 접하고 친구들 관계가 깊어지면 아이는 책을 멀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때 어떤 방법이 현명할지, 가정과 교육기관이 함께 고민하고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EBSBOOKS>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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