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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어 추리와 미스터리 장르에 입문(?)하게 된 것은 일본작품의 영향이 컸지만,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읽어온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야말로 나를 이 세계로 인도한 진짜 범인(?)이었다. 어린 나이에는 이 이야기들이 다소 충격이었던 듯 <얼룩 끈>을 읽고 나서는 한동안 잠들기 전 이불을 펄럭펄럭 해보기 일쑤였다. <바스커빌 가문의 개>로 인해 동물에 대한 공포심이 생겼던 것일까. 셜록 홈즈는 그야말로 섬세하고 예민한! 기질의 나를 강타한, 태풍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로 인해 책읽기에서 얻는 재미를 깨달은 시기이기도 했다. 다음에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셜록 홈즈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나갈지 지켜보는 것보다 더한 즐거움은 없었으니까.
작년 말에 <셜록 홈즈 에센셜 에디션>을 정독한 덕분인지 이번에는 기억을 되살리기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 <셜록 홈즈 시리즈>는 재독하는 것조차 큰 즐거움이다. 특히 왓슨이 셜록 홈즈의 활약상을 정성들여 꼼꼼하게 작성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상하게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셜록, 하면 왓슨. 왓슨, 하면 셜록. 이런 관계가 세상에 또 어디 있으랴. 심지어 기억을 더듬어보면 왓슨은 중요한 순간에는 부인마저 후순위로 둔 채 셜록을 먼저 챙기는 찐한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으니, 이 두 사람은 분명 '브로맨스'의 원조일 것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가장 첫 번째 즐거움은 홈즈가 의뢰인을 맞이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분이 한동안 육체노동을 했고, 코담배를 피우고, 프리메이슨 단원이고, 중국에 간 적이 있고, 최근에는 글씨 쓰는 일을 상당히 많이 했다는 사실은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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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만나자마자 그가 지금 어디에서 왔고, 무슨 일을 하는지, 연령대는 대략 어떻게 되는지 등을 술술 읊어대는 셜록 홈즈를 만나면 누구라도 그가 마법사가 아닐까 생각하기 마련이다. 마치 한 마리의 매 같은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재빨리 의뢰인의 상태를 점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대의 특징을 간파해내는 이 능력. 이것은 후반부에서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해내는 셜록 홈즈의 능력과 함께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준다. 마치 막혀 있던 무언가가 뻥!하고 뚫리는 듯한 유쾌상쾌통쾌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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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로 선정된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에서는 표제작과 함께, 셜록 홈즈가 항상 '그 여자'라고 부르는 아이린 애들러가 등장하는 <보헤미아 스캔들>, 다소 기괴해보이는 정황 속에 숨겨진 속임수를 간파해내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빨강 머리 연맹>도 만나볼 수 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매우 짧은 만남이라 아쉬울 수도 있지만, 셜록 홈즈와 그의 친구 왓슨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들!!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이번 기회에 고전 추리의 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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