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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날들을 좋았던 날들로
허췐펑 지음, 신혜영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저는 사실 '지금은' 명상이나 마음 다스리기와 관련된 에세이들을 잘 읽지 않아요. 어떤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기도 하는 말들이,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리 마음 깊이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저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책을 읽기보다, 읽던 책도 중단하고 오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편입니다. 겉으로는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마음 속에서는 계속 되뇌이는 경우가 많죠. 답은 결국 제 안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당장 행동을 취해도 될지, 아니면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할지, 행동을 취한다면 어떤 식으로 진행시킬 것인지 스스로에게 답을 구하곤 해요. 그 결과 나는 어떤 모습의 내가 되고 싶은지, 어떤 모습이 진정한 나인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 뿐이니까요.
그렇다고 그런 명상에세이나 인생에 있어서의 조언이나 충고를 전달하는 책을 아주 읽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저도 어렸을 때(?)는 많이 읽었어요. 정말 힘들 때 도피처로 삼았던 것이 책이었고, 또 사람이 너무 힘들면 책조차도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이 계통의 책들은 읽고 있는 사람의 심리 상태가 어떤가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라질 듯 해요. 이건 모두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의견이니 물론 반대 생각도 있을 거라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이상적인 모습은 '단단한 사람'이예요. 지금이야 겉으로는 덤덤해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지만 사실 저 엄청 새가슴이었고, 지금도 어떤 부분에서는 새가슴입니다! 흥분도 잘하고 욱할 때도 있습니다. 작은 일에 깜짝 놀라고 큰 일에는 대체로 덤덤한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작은 일에도 놀라고 싶지 않지만, 사람이 어떻게 놀라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겠어요. 그렇죠? 제가 생각하는 '단단함'은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저의 목소리를 가지는 것을 의미해요. 자존감과 연결된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세상을 살아가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평가보다 내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에 엄격한 잣대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할까요. 우후후후.
왜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느냐고 물으신다면, 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을 가지는 데는 책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책의 토대 위에서 세워진 생각들은 또 이런저런 책들을 통해 다듬어지고 굳어져가겠죠.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가끔은 확인할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그럴 때 [힘들었던 날들을 좋았던 날들로] 같은 책들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머릿속에만 맴돌던 생각, 마음 속에 자리잡은 감정들이 글로 쓰여 있는 것을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가지기가 훨씬 수월할 테니까요.
이번에 제 가슴에 쑥 들어온 문장은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장님이다'였습니다. 각자가 객관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사실은 자신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옳고 그르다고 주장하는 것도 자신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라는 부분, 늘 되새기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글로 보니 다시 한 번 마음에 각인되는 기분이었어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좀 더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나만 옳다고 우기는 고집쟁이가 되지 않기를, 타인에게 관용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 문장을 꼭꼭 씹어봅니다. 여러분은 어떤 문장이 가슴에 들어올까요? 그 문장이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면 현재 그 일로 고민하고 계신 걸까요?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 속에서 가끔은 이 책으로 청량한 마음의 숲으로 떠나봅시다!!
** 출판사 <미래지향>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