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부자의 세상을 읽는 지혜 -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
이준구.강호성 엮음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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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지만 학창시절에도 경제 분야에 약했던 저는, 역시나 역사 시간에도 관련 내용이 나오면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상업이니, 공업이니, 사실 역사는 용어 정리만 되도 반은 해결되는 건데, 그 때는 그저 무식하게(?) 외우느라 그걸 몰랐던 거죠!! 지금이야 그 때보다 이해의 폭이 넓어져서 공부할 때도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이 첫느낌이 오래 갈 때도 있는 거잖아유. 역사책을 좋아하지만 사알짝 한구석으로 밀어두었던 조선의 경제나 상도. 이번에는 좀 친해져볼까 싶어 읽기 시작한 책이 바로 [조선 부자의 세상을 읽는 지혜] 입니다. 

 

흔히 '부자'라고 하면 자린고비같은 향기가 풍기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등장한 홍순언부터 타고난 부자는 아니었어요. 젊어서부터 통이 컸던 데다 의기가 있어서 남의 어려운 사정을 보면 손해가 되는 일도 서슴지 않았으나 장사 이문을 남기는 일에만 빗나가서 그를 못미덥게 여기는 사람도 많았다고 해요. 그런 그의 운명을 바꿔 놓는 일이 있었으니, 통역관으로 뽑혀 중국에 가서 천금의 돈으로 기생과의 하룻밤 놀이를 청한 것입니다!! 중국 사람들도 쉽사리 하지 못한다는 일에 대장부임을 내세우며 자신이 한 번 해보겠다고 나서다니, 아마 주위 사람들도 그를 어리석다 손가락질 했겠죠. 저라도 허풍쟁이라고 욕했을 것 같아요. 그러나 그는 기생의 기구한 사연을 들은 후 그녀의 손끝하나 건드리지 않은 채 2천냥이라는 거금을 서슴없이 내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합니다. 스치는 인연이라 생각했던 그 일이 복이 되어 돌아온 것은 십 수년이 흐른 뒤였습니다. 

 

아니, 그런데!! 그와 같은 일을 저지른 이가 또 있습니다!! 임치종 역시 만금을 내고 기생과 하룻밤을 지내기는 했어도 그녀의 몸에 손도 대지 않고 그냥 일어섰답니다. 그 일 역시 복이 되어 돌아와 후에 그는 큰 부자가 되죠. 하지만 그의 매력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낄 때에는 한없이 아끼다가도 한번 마음이 통하면 1천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던져줄 정도였다고 해요. 게다가 자신을 속이려는 사람의 마음도 꿰뚫어 볼 정도로 영리한 데다, 키우던 병아리를 솔개가 채가는 것을 보고 자신의 운이 다했다 생각해 재물을 나눠주는 장면에서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저 아끼기만 해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부자의 운도 운이지만 그 운조차도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는 메시지를 들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돈에도 귀천이 있는 것일까요. 5년이나 걸려 궁궐같은 집을 지었으나 '상인 주제에' 너무 거창한 집을 지은 나머지 '암행어사 출두'라는 한마디에 다 헐리고 말았던 임상옥. 제도와 신분에 눌린 세상에서 얼마나 억울했을지 짐작도 가지 않아요. 신분 차별 속에서 '부엉이 창고'라 불린 그의 창고가 슬픔으로 다가왔는데요,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던만큼 유명했던 거상인 임상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른 나이에 과부가 되었지만 부자가 된 뒤에도 선행을 잊지 않았던 백선행, 전재산을 학교 설립에 쓴 여장부 최송설당 등 여성 부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어 반가웠어요. 특히 집안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그 시절 시집도 가지 않은 채 재산을 모으기로 결심한 최송설당의 노력은 눈물겹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 깊숙이 들어온 이는 따로 있었으니, 그는 바로 남강 이승훈입니다. 

 

그 유명한 정주 오산학교를 설립했을 뿐만 아니라 1919년 3.1운동에는 33인의 한 사람으로 옥고를 치렀던 분이에요. 1924년에는 <동아일보>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그는 처음부터 독립운동가였던 것은 아닙니다. 이승훈은 구한말에 태어나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열살이 되던 해에는 할머니와 아버지까지 여의면서 거친 세상에 형과 단둘이 남아 생존을 위협받았던 여린 소년이었습니다. 보부상으로 자리매김 한데다 유기공장까지 세웠지만 시련은 끊임없이 그를 찾아오죠. 그 와중에 안창호의 연설에 감동받아 독립 운동에 뛰어든 이승훈은, 자신의 육신을 오산학교의 생물표본으로 쓰라는 유언을 남기고 떠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기 실린 열두 명의 '조선 부자'들은 처한 환경이나 지니고 있는 사연은 달라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은 바로 '신의'와 철저한 '자기 관리'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원칙을 지키다 보면 손해를 보게 되는 일도 있고 고루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긴 시간을 지나보면 철저하게 원칙을 지키는 경우가 오히려 크게 성공하는 밑거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재산을 축적한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실행한 사람들로서 가족과 함께 명예도 지키고 후세에 남는 철학으로 부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p356

 

12대를 거쳐 300년 동안이나 부를 이어온 '경주 최부자' 파트에 실린 대목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런 원칙에 관한 이야기가 비단 경주 최부자 집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남강 이승훈에게도 자신만의 세 가지 신조가 있었으니까요. 결국 부자가 되는 데에는 운도 따라야 하겠지만 한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열두 명의 조선 부자를 통해 바라본 조선의 역사. 일화 중심으로 쓰여 있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의 생활태도도 되돌아보며 반성하게 되었고요. 표지에 '상도'라는 문구가 있어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지만,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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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부자의 세상을 읽는 지혜 -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
이준구.강호성 엮음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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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도 귀천이 있는 것인가. 5년이나 걸려 궁궐같은 집을 지었으나 '상인 주제에' 너무 거창한 집을 지은 나머지 '암행어사 출두'라는 한마디에 다 헐리고 말았던 임상옥. 제도와 신분에 눌린 세상에서 얼마나 억울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신분 차별 속에서 '부엉이 창고'라 불린 그의 창고가 슬픔으로 다가왔다.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던만큼 유명했던 거상인 임상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던 시간.

이른 나이에 과부가 되었지만 부자가 된 뒤에도 선행을 잊지 않았던 백선행, 전재산을 학교 설립에 쓴 여장부 최송설당 등 여성 부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어 반가웠다. 특히 집안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그 시절 시집도 가지 않은 채 재산을 모으기로 결심한 최송설당의 노력은 눈물겹다.

여러 인물들의 간략한 일대기와 시대상까지 간단히 알 수 있어 재미있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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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세트 - 전10권 - 우리가 몰랐던 이름의 유래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조은영 외 지음, 김윤정 외 그림 / 기린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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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엄마, 이건 왜 이런 이름이야?'라는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럼 너는 왜 튼튼이야?' 라고 대답하면서 이름을 붙인 것은 예전부터의 약속이라고만 일러주었습니다. 정말 그런 줄 알았어요!! 사회의 약속에 의해 '이렇게 부르기로 하자!' 해서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조금씩 의문이 생겼습니다. 정말 이름이 붙은 것에 이유가 없을까, 왜 이런 이름들이 생겼을까. 그런 저의 의문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좋은 책이 나왔습니다! 총 10권 세트로, 사물과 동물, 식물과 지역, 음식과 자연 등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보면 유익한 책이에요. 

 

저는 그 중 아이와 <사물 이름의 유래> 부터 읽어보았어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 글밥이 많아 전부를 읽어주는 대신 제가 먼저 읽고 언급해줄만한 부분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읽어나갔습니다. 아이들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궁금했는지 유독 사물관련 이름에 대해 궁금해 했었거든요. 그 중 등장한 허수아비!! 허수아비가 등장하는 영어 책을 읽으면서 영어 단어를 익히다가, 그럼 우리말로 허수아비는 왜 허수아비인지 물어봤던 기억이 났던 터라 반가웠어요. 

 

우선 앞에 붙은 '허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있는데, 거짓을 뜻하는 '헛'과 '아비'를 이어주는 '우'자가 붙었다고도 하고, 한자인 '虛守'로 보기도 한다고 해요. '거짓으로 지키는 남자 모습의 물건'이라는 거죠. 또 다른 추측은 '허수하다'에서 온 말로 보는 관점인데, '허수하다'는 짜임새나 단정함이 없이 느슨하다'라는 뜻으로, 허수아비는 '헐렁한 옷을 대충 입은 남자 모습의 물건'이라는 뜻이랍니다. 요렇게 사물의 어원을 찾아가기도 하고, 관련된 옛날 이야기도 함께 소개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생각하는 능력도 길러지는 한편 재미도 느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동물 이름의 유래>도 한 번 볼까요? 귀여운 아이들을 볼 때 할머님들이 '똥강아지'라고 하기도 하잖아요. 개를 옛날에는 '가히'나 '가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겅겅, 강강 짖은 이'가 줄어서 개가 된 거죠. 그렇다면 강아지는 왜 강아지인 걸까요? 우리 조상들은 어린 짐승을 부를 때 이름 뒤에 '아지'라는 말을 붙여서 불러왔대요. 개의 옛말인 '가히'에 '아지'가 붙어서 생긴 말이 강아지인 것입니다. 와, 이렇게 보니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아무 생각 없이 써온 말들에 이런 비밀(?)이 담겨 있었다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 개쯤은 더 생긴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읽기 전에 부모님이 먼저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긴 글을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먼저 이야기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주고, 이런 내용이 요 책들에 담겨 있었다고 한다면 아이들도 더 궁금해하며 읽지 않을까 싶어요. 성인이 어디 가서 사알짝 잘난 척(?) 하기에도 좋은 내용들이고요. 무엇보다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아이들보다 제가 더 애정하는 책이 될 것 같아요. 이런 책 기획하고 펴내신 분들께 엄지 척, 드립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기린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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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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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챈들러 초심자인 저같은 독자들은 단편집으로 먼저 접해도 좋을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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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부자의 세상을 읽는 지혜 -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
이준구.강호성 엮음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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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기생에게 하룻밤 거금을 투척하고도 손도 대지 않고 떠난 남자들. 다른 사람들은 엄두도 못낼만틈 큰 돈임에도 호탕한 기질로, 중국 사람들도 못하는 일을 내가 한 번 해보겠다는 기지 하나로 큰 일을 벌인다. 물론 그 뒤 많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금전적으로 어려운 시기도 있었으나, 인생에 있어 하룻밤 꿈같은 일은 후에 커다란 복이 되어 돌아오는데!!

부자가 되려면 돈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위의 이야기같은 사건을 벌인 사람이 무려 벌써 두 사람!! 이 일화만 보면 호탕해도 너무 호탕한 것이 아닌가 싶었으나 재산을 푸는 점에서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라도 다르다!! 솔개가 병아리를 채가는 것을 보고 자신의 운이 다했다는 것을 알다니, 세상 이치를 읽는 법의 단면을 엿본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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