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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축의 집 - 제3회 바라노마치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 수상작!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5월
평점 :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이름, 가족]
귀축. 본래 불교 용어로 아귀와 축생을 아우르는 '아귀축생'의 약어입니다. 지금은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해요. '귀축'이라는 단어도 그렇고 표지만 봐도 이 집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집인지 충분히 전해져오는 것 같습니다. 초록 라인이 이렇게도 으스스 할 수 있다니요! 그런데 딱 '이 집'만 그런 것이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너무나 쉽게 해치워버려서 저는 그만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어요. 매일같이 흉흉한 소식이 들려오고, 어디서나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 이 세계가 마치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아 어지럼증을 느꼈습니다.
늦은 밤, 인적이 드문 항구에서 엄마와 아들이 탄 자동차가 바다에 빠집니다. 이로써 아빠와 언니, 엄마와 오빠 모든 가족을 다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게 된 유키나. 그녀는 은둔형 외톨이로 오랫동안 집 안에만 틀어박혀 생활해왔지만 엄마와 오빠를 잃고 시설에서 지내게 되면서 세상 밖으로 나가기에 전혀 모자른 인간이 아님이 밝혀지죠. 어쩌면 엄마의 가정교육이 잘못되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 것은, 아야나가 두 사람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사립 탐정 사카키바라에게 사건의 진상 파악을 의뢰하면서 남긴 '우리 집 귀축은 엄마였다' 라는 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추미스를 꾸준히 읽어온 우리는 잘 알고 있잖아요.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님을.
사카키바라가 만나는 사람들의 증언으로 구성되는 한 집안의 이야기. 아버지의 죽음부터 엄마와 세 남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듣고 있으면 과연 이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엄마라는 사람이 자식들을 어떻게 이렇게 취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경악하게 돼요. 게다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남편에게 증오심을 품고 개의 목을 자르는 여자는 물론, 어린 소녀에게 그릇된 욕망을 품고 접근하는 남자까지. 작품 속 인물들에게서 풍겨나오는 악취에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입니다. 물론 진실을 알게 되면 이보다 더 놀라 까무러치실지도요.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하는 마음은 대체 뭘까요. 요즘은 개인적으로도 놀라 자빠질 일을 하도 많이 들었더니 인간 자체에 대해 회의감이 들어요. 저는 원래 성선설 쪽으로 추가 더 기울어 있었지만 이제는 그 무게가 성악설 쪽으로 한참 기울 참입니다. 그럼에도 결론은 역시 '가정이 중요하다!' 입니다.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인간이었다면, 이 집 자녀들과 접촉한 한 사람이라도 진실한 어른이었다면 비극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읽을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이야미스'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누구나 마음 속에 잘못된 마음 한 자락 피어오를 때가 있기 때문 아닐까요. 자신의 그런 마음을 자각하고 정도를 넘지 않으며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데에, 때로는 이런 이야기들이 경각심을 갖게 해주는 것 같아요. 촘촘히 쌓아올린 이 이야기가 작가의 문학 신인상 수상작이었다니, 또 한 번 놀랍니다.
** 출판사 <블루홀식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