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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 케이스북 ㅣ 셜록 시리즈
가이 애덤스 엮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3년 6월
평점 :
요놈요놈~물건입니다아~저는 미드(미국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해요. 저는 초등학교 때 토요일 오후마다 방송하던 CSI 시리즈를 보기 위해 친구들과 노는 것도 마다하고 집으로 꽁지 빠지게 뛰었던 소녀였어요. 그 당시 저에게 CSI는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증거를 수집하고, 본 적 없는 기계들을 이용해서 DNA(그 때는 DNA가 뭔지도 정확히 몰랐지만요) 를 분석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범인을 검거하는 수사대원들이 정말 멋져보였죠. 그래서 어린 시절 저의 꿈 목록에는 -FBI입성-, 혹은 -CSI 수사관 되기-가 들어있었답니다. 심지어 그 꿈은 진로를 확실히 정하지 못했던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되어서, 우연히 저처럼 CSI를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 함께 FBI에 들어가자 굳게 약속(?)하기도 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귀여운 꿈이지만, 만약 제가 그 때로 돌아간다면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을 선택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재미로 즐기는 미드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배웠어요. 그리고 인생에는 얼마나 어이없는 실수들이 많은지, 순간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죠.
그런 교훈(?)들을 전달해주었던 CSI 시리즈들이 하나 둘 종영을 맞이했습니다. 오래된 팬으로서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허전함을 채워주는 다양한 형식의 수사 미들들이 속속 방영되고 있죠. 그 중 하나가 바로 <셜록> 입니다. 서양에서 셜록이란 정말 영웅시 되는 탐정인 듯 해요. <셜록> 뿐만 아니라 <엘리멘트리>라는 드라마도 '현대에 셜록과 왓슨을 되살려낸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하니까요. 특이하게도 이 <엘리멘트리>에서 왓슨 역할은 영화 <미녀삼총사>로 유명한 루시 루가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쨌든. CSI 만큼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종종 케이블 방송을 통해 <셜록>을 보던 저에게 케이스북이란 존재에 대한 첫 인상은 기상천외하다는 것이었어요. (과장 쪼콤 보태서~) 케이스 북이란 무엇인가, 과연 이런 것을 만들어서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 일반적인 스릴러가 아닌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셜록 : 케이스북]에는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전, 그리고 만들어지면서의 제작과정부터 각각의 에피소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실려 있습니다. 배우들의 인터뷰는 물론 에피소드들을 만들면서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는지, 셜록이라는 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기하는 상대에 대한 배우들의 개인적인 의견까지 엿볼 수 있답니다. 사실 저는 케이블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보고 굉장히 못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상상 속에 존재하던 셜록과 너무 이미지가 달랐기에 드라마 <셜록>에 그렇게까지 깊이 빠질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케이스북을 읽으면 읽을수록 배우의 매력이 점점 살아난다고 할까요. 못생겼다는 의견은 아직 바꿀 생각이 없지만 '매력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왓슨 역의 마틴 프레먼은 나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만.

각각의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면서 포스트잇의 형식을 빌려 셜록과 왓슨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내용에 있어 세세한 인과관계를 설명해주고 있지는 못하지만 셜록과 왓슨의 대화만으로도 충분히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성지원까지 되는 효과를 발휘해요. 비록 그들이 영어를 쓰는 배우들이지만 신기하게도 한국어로 음성지원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영미 쪽에서는 이런 케이스북이 자주 출간되는지도 모르지만 처음 케이스북이라는 형식을 접해보는 저에게는 상당히 고무적인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셜록과 왓슨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 <셜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거든요. 이제 시즌 3이 시작된다고 하니 시즌 3은 한 번 챙겨볼까 합니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케이스북에서 들리는 한국어 음성지원이 영어로도 잘 들릴지 누가 알겠어요~드라마 속 영상과 셜록과 왓슨의 포스트잇 대화로 그 어떤 형식보다 생생함을 전달해준 감탄스러운 책입니다. 물건이에요, 물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