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세계의 역사 1 - 선사 시대와 고대 서아시아 세계 만화로 보는 세계의 역사 1
학연플러스 지음, 임이지 옮김, 모지현 감수 / ㈜소미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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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제목, '세계의 역사'. 한 나라의 역사도 세세하게 알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세계사라니, 그 방대함에 책을 들여다보기도 전에 마음이 무거워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양이 어마어마한만큼 세계사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에요. 우리나라가 이 시기에 이런 일이 있었을 때,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고, 또 이 시기에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이 나라가 우리와 이렇게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의 그 희열. 그것은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란 존재가 한낱 티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느낌과 비슷합니다. 우리만 있지 않다는 것, 많은 사람이 시간의 터널을 지나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 그 과정을 공부하고 알게 되는 것은, 내게는 역사를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라는 목적을 떠나, 그 자체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입니다.

일본만화를 좋아하고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어딘가 익숙함을 느낄 법한 그림체의 학습만화책입니다. 원작은 Nanbo Hidehisa, 만화는 Kato Hirohumi. 시원시원한 그림체에 올컬러로 되어 있어 쉽고 재미있게 쑥쑥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사실 세계사를 좋아하는 저도 <인류의 시작>부분을 다루는 지식은 어쩐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져서 성인용 세계사 책은 휙휙 넘겨버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책은 만화로 되어 있어서인지 그렇게 어렵게 느껴졌던 인류의 시작, 출현과 관련된 내용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세상의 탄생을 다룬 부분도 이집트, 고대 바빌로니아, 그리스, 북유럽, 중국,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전해 내려오는 신화와 이야기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어요. 빅뱅의 출현과 함께 우주가 생겨났다는 과학적 관점도 함께 제시하고 있고, 46억년 전 지구의 탄생과 최초의 생명인 박테리아의 출현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다양한 진화를 거쳐 나타난 인간의 세계, 많은 사람이 익히 알고 있는 문명이 나타난 4대 강의 이야기는 메소포타미아부터 시작됩니다.

세계사를 이야기하다보면 어떤 한 개인의 이야기는 빠지기 쉽죠. 하지만 이 책은 흥미로운 위인들의 관점을 제시해 어린 학생들도 역사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어려운 용어들은 바로 옆에 주석을 달아 보충 설명이 되어 있고, 시작 부분에는 <세계의 역사 대조 연표>가, 마지막 부분에는 만화로 읽었던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요약 정리 해두어 본문에서 다루지 못한 시대의 흐름까지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사용연령까지 표기되어 있는데 3세 이상으로 되어 있더군요. 저희 집 첫째 곰돌군이 만 3세인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3세가 읽기에는 정말 어렵고요, 7세 정도부터 읽어나가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 집은 그림책들도 바닥에 펼쳐놓는데 이 책도 한 번 같이 바닥에 진열(?)해봐야겠어요. 과연 몇 살부터 읽을 지 궁금하네요. 그 때까지는 제가 열심히 읽어보렵니다. 만화로 보는 역사책은 처음인데 성인인 저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총 12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1가정 1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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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마지막 의사는 비 갠 하늘을 보며 그대에게 기도한다 상.하 세트 - 전2권 마지막 의사 시리즈
니노미야 아츠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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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열정을 다하는 의사 후쿠하라 마사카즈. 환자가 원한다면 그것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라 해도 의견을 존중하는 덕분에 사신이라 불리는 의사 키리코 슈지. 정 반대인 두 사람을 이어주던 의사이자 친구였던 오토야마의 수술을 강행한 끝에, 후쿠하라는 병원에서 그 어떤 수술에도 참여하지 못한 채 정직 상태에 머무르고, 키리코는 병원에서 쫓겨나 자신만의 의원을 개업했다. HIV양성 판정을 받은 하라 미호는 후쿠하라를, 그녀의 전 연인인 미조구치 슌타는 키리코를 찾으며 네 사람의 기묘한 인연이 시작된다. 본가로 돌아가 생명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미호와, 자신이 정말 에이즈에 걸렸을까봐 큰 병원에 찾아가 검사받는 것조차 꺼리는 슌타.

그냥 살아왔을 뿐이에요.

아픈 건 싫으니까 피하고, 기분 좋은 건 즐거우니까 원하고.

적을 피해 도망치며 꿀을 모으는 벌레처럼,

혹은 튕겨서 이리저리 부딪치는 핀볼처럼

주체성 없이 생명을 이용해 왔어요.

그때 그 때마다, 흘러가는 대로요.

...

그러니까 그런 사람에게는

'흘러가는 대로 그냥 살아가는 것'이 하고 싶은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정말로 진심으로 그것을 원한다면

마지막까지 그렇게 살면 되지 않을까요?

 

미호와 슌타를 대하는 후쿠하라와 키리코의 태도는, 우연히도 두 사람의 성향과 맞아떨어지며 덕분에 명확히 다른 성향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후쿠하라는 여전히 슌타를 걱정하는 미호에게, 병원에 찾아오는 한걸음을 내딛지 않으면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다 이야기하고, 진구지 치카에게는 살아보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은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숨기지 않는다. 키리코는 슌타가 에이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병원에는 가지 않겠다는 그의 의사를 존중하며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을 맺는 두 사람. 과연 후쿠하라와 키리코의 병에 대한 생각은, 두 사람의 미호와 슌타에 대한 처방은 적절한 것이었을까.

 

[마지막 의사는 벚꽃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한다]의 감동을 잇는 속편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전작을 읽고 감동과 충격 속에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지막 의사는 비 갠 하늘을 보며 그대에게 기도한다]를 앞에 두고 벅차오르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환자와 죽음에 대해 극과 극의 의견을 가진 두 사람이지만 그 누구보다 삶과 죽음 속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와 나의 소중한 사람들의 인생과 죽음을 맞는 방식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두렵지만 인생의 마지막이 다가오기 전에 꾸준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번 작품에는 후쿠하라와 키리코가 어째서 그런 성향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연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어린 키리코가 병원에서 만난 말기암 환자. 그녀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들어보면, 키리코가 결코 환자의 죽음을 종용하거나 방관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마음 속을 샅샅이 찾아도 절망밖에 보이지 않아서

포기하는 것 말고는 출구가 없을 때도 있어.

괜찮아. 포기해도 돼.

포기할 정도로 너는 싸웠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필요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빨라.

키리코, 주변으로 눈을 돌려 봐.

다른 누군가의 논리를 찾아 봐.

무심한 듯, 딱히 어려워하지도 않으면서

어째서인지 엄청나게 강한 게 옆에 있기도 하거든.

...

네 안에 희망이 없으면

옆에 있는 누군가의 안에 희망이 몰래 숨어 있을 거야.

 

병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환자가 더 이상의 치료를 거부하고 조용히 마지막을 맞기를 선택할 때, 그 선택을 존중했던 키리코의 마음 안에는, 자신의 마음 속을 샅샅이 훑어 절망과 체념밖에 찾지 못한 환자에게 포기해도 괜찮다고 격려하며 그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가 숨어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키리코는 이미 한 번 지나와봤던 길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후쿠하라의 요청으로 어떤 치매환자의 주치의가 된 키리코. 이번에는 적이자 동지인 후쿠하라를 구원하기 위해 키리코는 자신의 방식대로 환자를, 후쿠하라를 바라본다.

 

모두 세 편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은,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이 매우 좋았다. 병명을 아는 것조차 두려워 병원에 가는 것을 꺼려하는 슌타의 약함을 그대로 끌어안아 주는 문장들, 아무것도 남아있는 것이 없다 생각한 순간조차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긍지를 가지고 있었던, 죽음을 코앞에 두고도 미호의 행복을 빌어주는 슌타의 모습들은 아련하게 가슴을 적셔왔다. 말기암 환자로서 자신도 낫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소중한 아들을 위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긍정적인 삶의 의지를 놓지 않았던 그녀 에리와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일만 하며 살다가 마지막에는 그들과의 소중한 시간 속에서 한 번 더 살 수 있었던 치매 환자의 이야기 모두, 멀지 않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삶을, 호화롭게 주어진 이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매일매일의 삶이 전쟁이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이 시간은 보람되기도 하면서 늘 치열하다. 밤 11시가 넘어도 끝나지 않는 육아와 집안일에 몸과 마음이 지쳐 불쑥, 아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자괴감과 후회로 몸부림치며 우울함에 빠지기도 하지만 누구하나 크게 아프지 않고, 아침에 출근한 남편과, 어린이집에 간 큰 아이와 저녁에 다시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이 작품은 일상의 소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그 어떤 작품보다 깨우쳐주는 소설이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자신만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 그로 인해 찬란한 자신만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사람들. 아무리 소설 속 인물들일지라도 그들이 나의 희망이 된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죽음이란 또 무엇인지, 인간 근원의 고민이 <마지막 의사> 시리즈에 들어있다.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 뿐. 그 해답의 길잡이를, 작가는 또 어떤 이야기로 제시할 것인지 이 시리즈가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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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나랑 - 배려 네 생각은 어때? 하브루타 생각 동화
세바스티앙 브라운 지음, 전성수 감수 / 브레멘플러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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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첫째 곰돌군이 유독 저만 찾기 시작한 것은 둘째 곰돌군이 태어난 시기와 맞물립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죠. 엄마 아빠는 물론 외가와 친가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병원에 가서 2주 동안 자리를 비우고, 엄마가 돌아오기는 왔는데 모르는 아기가 동생이라며 안방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제가 조리원에 있던 2주 동안 아빠와 더 친밀해졌다 생각했습니다. 남편이 출산휴가 1주일에, 큰맘 먹고 기본 주어진 휴가를 1주일 더 써서 2주 내내 첫째 곰돌군과 붙어 있었거든요. 놀이공원은 물론 악어가 보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직접 악어를 보여주기 위해 대전에 있는 동물원까지 다녀오기도 했어요. 덕분에 그 2주 동안 어린이집은 근처도 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점이 있었어요. 바로 곰돌군이 '어린이집은 엄마랑 갈래'라고 줄곧 얘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등하원은 휴직 중인 제가 당연히 맡아 했고, 아이의 마음 속에 '어린이집은 엄마랑 가는 것, 엄마와의 영역'이라고 구분지어진 것은 아닌가 싶었죠.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뒤 곰돌군의 껌딱지 증상은 한층 깊어졌습니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모든 것이 리셋되었어요. 목욕도 엄마, 밥도 엄마, 같이 자는 것도 엄마. 이런 상황에서 둘째 곰돌군을 돌보는 것은 자연스럽게 남편 몫이 되었고, 결국 남편은 퇴근해서 아침까지 둘째 곰돌군을 전담 마크해야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새벽에 깨는 일 없이 첫째 곰돌군 옆에서 나름 충실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덧 둘째 곰돌군이 8개월. 조금 괜찮아지기는 했지만 아이에게 여전히 우선순위는 엄마인 저입니다. 어느 때는 하도 아빠 대접을 소홀히 해서 남편이 무척 서운해한 적도 있어요. 아이가 자기를 싫어한다면서요. 그러면서도 밖에 나가면 꼭 아빠에게 안아달라, 목마 태워달라하며 붙어 있습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아빠랑 나랑]을 봤을 때부터 꼭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읽고 싶었습니다. 아니, 아빠와 아이가 함께 읽기를 바랐어요. 잠들기 전 책도 주로 제가 읽어줬지만, 요즘은 은근슬쩍 남편에게 떠밀고 아이와 함께 책을 읽도록 하고 있는데요, 아이가 이 그림책을 통해 아빠에 대한 애정을 깨닫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요즘 자신을 아기 곰돌군 1호, 동생을 아기 곰돌군 2호라 칭하고 있기도 해 그림 속 아기 곰돌군과 자신을 동일시하기에도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것은 아빠곰과 아기곰입니다. 아침에 다정한 목소리로 아기곰을 깨우는 것도 아빠곰, 맛있는 밥을 주고 목욕을 시켜주고 숨바꼭질하고 들판을 달리는 것도 아빠곰입니다. 아빠곰은 아기곰이 춥지 않게 꼭 안아주고, 아빠곰이 하품을 하면 아기곰도 하품을 하며, 아기곰은 항상 자신을 지켜주는 아빠곰을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빠곰에게 사랑한다는 고백도 잊지 않아요. 파스텔톤의 따스한 색감이 아빠곰과 아기곰 사이에 흐르는 사랑의 기류를 한층 더 포근하게 만듭니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사랑이 마음 속 깊이 전달되는 느낌이에요.

 

이 그림책이 특별한 이유는 '하브루타 생각놀이터' 활용방법에 대해 가이드를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아빠곰이 아기곰을 깨우는 장면에서는 누가 아이를 깨우는 지, 누가 밥을 줄 때 기분이 제일 좋은 지, 자신이 아빠곰이라면 아기곰과 어떤 놀이를 했을 지, 아빠가 미울 때도 있는 지 물어보는 생각카드가 같이 들어 있습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으면 꼭 독후활동을 해야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전 독후활동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책을 읽고 마음으로 깊이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기거든요. 그 책에 대해 감동과 여운에 젖어있는데 갑자기 독후활동을 하자며 무언가를 물어보고 만들고 하다보면 오히려 처음 느꼈던 그 감정이 희석될 수도 있다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동봉된 생각카드는 하브루타를 기반으로 하기도 하고, 아빠가 미울 때도 있는 지에 물어본다는 점 등이 서로 내밀한 속마음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 정도면 아이용 독후활동으로 괜찮겠다 싶습니다.

 

 

아이가 더 크면 엄마인 저보다 아빠와 공유하는 시간들이 더 많아지겠죠. 아무래도 아들과 아빠니까요. 아빠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주고싶어 고민하는 사람이 아빠라는 걸 우리 곰돌군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 남편이 없을 때 저도 아이와 꾸준히 여러 번 읽어줘야겠어요. 아이의 마음 속에 아빠가 멋진 모습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요 그림책이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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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권의 그림책 - 어린이 교육 전문가가 엄선한
현은자 외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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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곰돌군과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서 책에 대한 욕심이 더 커져버렸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읽는 소설, 역사, 인문 분야로만 책탑을 쌓았는데, 그림책에 빠지다보니 전집을 사들이기 시작한 거죠. 네, 맞아요. 첫째 곰돌군을 위한 책이다, 그림책마다 읽어줘야하는 적정 연령대가 있다며 남편을 설득한 배경에는, 제 욕심을 채우려는 의도가 다분히 들어있습니다. 앞의 말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글밥이나 그림의 수준에 따라 곰돌군이 읽을 수 있는 연령이 있고, 일정 시기가 지나면 너무 쉬운 책은 또 읽지 않으려고 하니 말이에요. 책을 좋아하는 엄마 밑에 태어났으니 아기 곰돌군들도 책을 좋아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요. 예측하지 못한 것은, 함께 그림책을 읽다보니 그 책이 주는 감동과 여운에 제가 오히려 더 젖어버려 눈물 짓거나 박장대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그림책에 빠졌으니 그림책이 관련된 책에도 당연히 눈길이 갈 수밖에요. 추천하는 그림책은 뭐가 있나, 같은 그림책을 보고 이 사람은 무엇을 느꼈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떤 그림책을 읽었나 궁금한 것도 많아졌습니다. 그런 저이니 '어린이 교육 전문가가 엄선'했다고 하는, 이 '100권의 그림책'에 귀가 쫑긋, 눈이 번쩍하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100권이나 되다보니 그저 단순히 어떤 그림책들이 있고, 간단 줄거리 정도만 소개되어 있겠거니 하는 예상을 간단히 깨버리고, 책은 굉장히 촘촘하고 꼼꼼하게, 방대한 양을 다루고 있음에도 '나 성실'이라는 타이틀을 단번에 꿰어찼습니다.

100권의 책들이 표지와 작가소개, 줄거리와 서평, 독후활동 가이드까지 소개되어 있습니다. 책들은 세 가지 분류법에 따라 엄선되어 있는데요, 첫번째 분류는 [어린이의 세계와 그림 이야기책]에 근거해 '내적 세계, 가족 세계, 사회적 세계, 자연적 세계, 문화적 세계'로 나누어졌습니다. 두 번째' 분류법은 그리스도인 부모와 교사를 고려하여 '사랑, 희락, 화평, 인내,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를 참고했다고 되어 있고요. 출판사 자체가 기독교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책 날개에는 하나님을 소재로 한 책들이 소개되어 있기도 한데요, 딱히 종교와 관련해서 거부감 가질 것 없이 저처럼 그림책 자체만 중심에 놓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 분류법은 만 5세 누리과정의 생활주제를 사용했다고 하네요.

꼼꼼하게 적힌 줄거리와 서평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그림책을 다 읽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책의 묘미는 역시 직접 읽어보는 데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만 5세를 기준으로 했다고 하니 저희집 만 3세 곰돌군이 읽기에는 조금 어려운 책들도 있겠지만, 미리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네, 책 욕심에 또 불이 붙은 제가 먼저 읽어보렵니다. 전 지금까지 단행본 보다는 전집 구매 비율이 높았었는데 이번 기회에 단행본 세계에도 흠뻑 빠져들어볼까 해요. 저처럼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 부모님, 홀로 그림책의 바다를 유영하시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백과사전처럼 길잡이가 되어 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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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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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일을 하며 자유롭게 생활하는 나루세 마사토라. 지하철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아사미야 사쿠라의 목숨을 구해 준 것을 계기로 그녀와 교제하게 되면서, 여러 여자와 잠자리를 해온 것과는 달리 진실한 사랑을 갈망하던 나루세는 사쿠라에게 점점 빠져든다. 한편 고등학교 후배인 기요시의 부탁으로 그가 짝사랑하는 구다카 아이코의 할아버지, 구다카 류이치로의 뺑소니 사건을 조사하게 된 나루세. 기요시의 부탁이기도 했지만 얼치기 탐정으로 일한 전력이 있는 그는, 류이치로가 호라이 클럽이라는 유령회사와 연관이 있었으며 그 회사로부터 고가의 물건들을 사들이고 있었고, 최근에 든 생명보험이 모두 호라이 클럽 앞으로 되어 있는 것에 의구심을 느낀다. 나루세는 그의 사고 경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조사에 착수, 예상치 못한 전개와 반전은 독자들을 멍-한 상태로 만들어, 결국 또다시 첫장으로 돌아가 문장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어보게 만드는 현상을 초래한다.

1판 1쇄 발행은 2005년.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이다. 일본 미스터리에 빠져들면서 입소문으로 들어왔던, 그 유명한 베스트 반전 작품을 리커버 개정판으로 이제서야 만났다. 책을 사들이는 병이 한창일 때 이 작품의 구판도 구입했었지만, 누군가에게 빌려 준 뒤 받지 못한 채 일단 포기.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책의 표지가 너무 예뻐 자연히 손이 갔다고 할까. 봄과 무척 잘 어울리는 색감과 여성과 남성이 나란히 앞과 뒤 표지를 장식하고 있어 언뜻 연애소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출간 당시부터 제목과 아련한 표지로 연애소설로 오인한 사람들이, 여전히 베스트로 꼽히는 반전 덕분에 뒷통수를 맞고 얼얼해 했다는 소문의 그 작품.

 

이야기는 크게 현재 나루세가 조사에 착수한 구다카 류이치로 뺑소니 사건과, 호라이 클럽에 걸려들어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만 후루야 세쓰코라는 노부인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호라이 클럽의 강매 수법에 넘어가 큰 빚을 지고, 그들이 일삼는 악행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된 세쓰코 부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갑갑증이 몰려온다. 이 부인이 구다카 류이치로 사건에 연관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간간히 나루세가 탐정으로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 컴퓨터 강사로 일하며 술 한잔을 기울이게 된 안도 시로 노인과의 일화, 달빛을 받으며 구멍을 파는 남자의 모습이 묘사되기도 하지만, 나루세의 과거 이야기는 그저 그의 성격을 규정하는 에피소드 뿐으로 여겼다. 수상한 남자의 모습은 반전과 연관이 있을 것 같아 촉각을 곤두세우고 읽으며 대체 어떻게 연결이 되는 것인지 무척 궁금했지만 작가가 제시한 트릭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 그저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

십 몇년의 시간 속에 꽤 많은 미스터리 작품을 읽어왔기 때문에 그 십 몇년 전의 작품 속 트릭에 당하지 않으리라, 이 반전을 나는 꼭 밝혀내고 말리라, 두 주먹 불끈 쥐며 눈에 불을 켜고 읽었지만, 결과는 무참하게도 나의 참패. 하지만 미스터리 작품의 묘미는 반전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그 얼얼함을 즐기는 것에 있다-고도 생각한다. 국내독자 리뷰 중 -책으로 읽어야만 진가를 알 수 있는, 영상화될 수 없는 저주받은 명작-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소설을 읽기 전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다 읽고 나니 고개를 크게 끄덕거릴 수밖에 없는 명리뷰라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많은 분들이 반전을 맞닥뜨리고 나서 책의 첫 장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아하, 이래서 이했구나, 아하, 저래서 저랬구나 손뼉을 쳐가며 반전의 묘미를 음미했다. 아하, 더 쓰고 싶지만 글이 길어지다가는 스포를 대량 방출할 것 같아 이쯤에서 요 작품의 리뷰는 마쳐야겠다. 그저, 한 번 읽어보십시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작품. 지금도 머리가 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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