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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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일을 하며 자유롭게 생활하는 나루세 마사토라. 지하철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아사미야 사쿠라의 목숨을 구해 준 것을 계기로 그녀와 교제하게 되면서, 여러 여자와 잠자리를 해온 것과는 달리 진실한 사랑을 갈망하던 나루세는 사쿠라에게 점점 빠져든다. 한편 고등학교 후배인 기요시의 부탁으로 그가 짝사랑하는 구다카 아이코의 할아버지, 구다카 류이치로의 뺑소니 사건을 조사하게 된 나루세. 기요시의 부탁이기도 했지만 얼치기 탐정으로 일한 전력이 있는 그는, 류이치로가 호라이 클럽이라는 유령회사와 연관이 있었으며 그 회사로부터 고가의 물건들을 사들이고 있었고, 최근에 든 생명보험이 모두 호라이 클럽 앞으로 되어 있는 것에 의구심을 느낀다. 나루세는 그의 사고 경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조사에 착수, 예상치 못한 전개와 반전은 독자들을 멍-한 상태로 만들어, 결국 또다시 첫장으로 돌아가 문장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어보게 만드는 현상을 초래한다.

1판 1쇄 발행은 2005년.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이다. 일본 미스터리에 빠져들면서 입소문으로 들어왔던, 그 유명한 베스트 반전 작품을 리커버 개정판으로 이제서야 만났다. 책을 사들이는 병이 한창일 때 이 작품의 구판도 구입했었지만, 누군가에게 빌려 준 뒤 받지 못한 채 일단 포기.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책의 표지가 너무 예뻐 자연히 손이 갔다고 할까. 봄과 무척 잘 어울리는 색감과 여성과 남성이 나란히 앞과 뒤 표지를 장식하고 있어 언뜻 연애소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출간 당시부터 제목과 아련한 표지로 연애소설로 오인한 사람들이, 여전히 베스트로 꼽히는 반전 덕분에 뒷통수를 맞고 얼얼해 했다는 소문의 그 작품.

 

이야기는 크게 현재 나루세가 조사에 착수한 구다카 류이치로 뺑소니 사건과, 호라이 클럽에 걸려들어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만 후루야 세쓰코라는 노부인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호라이 클럽의 강매 수법에 넘어가 큰 빚을 지고, 그들이 일삼는 악행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된 세쓰코 부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갑갑증이 몰려온다. 이 부인이 구다카 류이치로 사건에 연관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간간히 나루세가 탐정으로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 컴퓨터 강사로 일하며 술 한잔을 기울이게 된 안도 시로 노인과의 일화, 달빛을 받으며 구멍을 파는 남자의 모습이 묘사되기도 하지만, 나루세의 과거 이야기는 그저 그의 성격을 규정하는 에피소드 뿐으로 여겼다. 수상한 남자의 모습은 반전과 연관이 있을 것 같아 촉각을 곤두세우고 읽으며 대체 어떻게 연결이 되는 것인지 무척 궁금했지만 작가가 제시한 트릭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 그저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

십 몇년의 시간 속에 꽤 많은 미스터리 작품을 읽어왔기 때문에 그 십 몇년 전의 작품 속 트릭에 당하지 않으리라, 이 반전을 나는 꼭 밝혀내고 말리라, 두 주먹 불끈 쥐며 눈에 불을 켜고 읽었지만, 결과는 무참하게도 나의 참패. 하지만 미스터리 작품의 묘미는 반전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그 얼얼함을 즐기는 것에 있다-고도 생각한다. 국내독자 리뷰 중 -책으로 읽어야만 진가를 알 수 있는, 영상화될 수 없는 저주받은 명작-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소설을 읽기 전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다 읽고 나니 고개를 크게 끄덕거릴 수밖에 없는 명리뷰라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많은 분들이 반전을 맞닥뜨리고 나서 책의 첫 장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아하, 이래서 이했구나, 아하, 저래서 저랬구나 손뼉을 쳐가며 반전의 묘미를 음미했다. 아하, 더 쓰고 싶지만 글이 길어지다가는 스포를 대량 방출할 것 같아 이쯤에서 요 작품의 리뷰는 마쳐야겠다. 그저, 한 번 읽어보십시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작품. 지금도 머리가 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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