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곰돌군이 유독 저만 찾기 시작한 것은 둘째 곰돌군이 태어난 시기와 맞물립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죠. 엄마 아빠는
물론 외가와 친가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병원에 가서 2주 동안 자리를 비우고, 엄마가 돌아오기는 왔는데 모르는 아기가
동생이라며 안방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제가 조리원에 있던 2주 동안 아빠와 더 친밀해졌다 생각했습니다. 남편이 출산휴가 1주일에,
큰맘 먹고 기본 주어진 휴가를 1주일 더 써서 2주 내내 첫째 곰돌군과 붙어 있었거든요. 놀이공원은 물론 악어가 보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직접
악어를 보여주기 위해 대전에 있는 동물원까지 다녀오기도 했어요. 덕분에 그 2주 동안 어린이집은 근처도 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점이 있었어요. 바로 곰돌군이 '어린이집은 엄마랑 갈래'라고 줄곧 얘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등하원은 휴직 중인 제가 당연히 맡아 했고, 아이의 마음 속에 '어린이집은 엄마랑 가는 것, 엄마와의 영역'이라고
구분지어진 것은 아닌가 싶었죠.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뒤 곰돌군의 껌딱지 증상은 한층 깊어졌습니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모든 것이 리셋되었어요. 목욕도
엄마, 밥도 엄마, 같이 자는 것도 엄마. 이런 상황에서 둘째 곰돌군을 돌보는 것은 자연스럽게 남편 몫이 되었고, 결국 남편은 퇴근해서 아침까지
둘째 곰돌군을 전담 마크해야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새벽에 깨는 일 없이 첫째 곰돌군 옆에서 나름 충실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덧 둘째 곰돌군이 8개월. 조금 괜찮아지기는 했지만 아이에게 여전히 우선순위는 엄마인 저입니다. 어느 때는 하도 아빠 대접을 소홀히 해서 남편이
무척 서운해한 적도 있어요. 아이가 자기를 싫어한다면서요. 그러면서도 밖에 나가면 꼭 아빠에게 안아달라, 목마 태워달라하며 붙어 있습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아빠랑 나랑]을 봤을 때부터 꼭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읽고 싶었습니다. 아니, 아빠와 아이가 함께 읽기를
바랐어요. 잠들기 전 책도 주로 제가 읽어줬지만, 요즘은 은근슬쩍 남편에게 떠밀고 아이와 함께 책을 읽도록 하고 있는데요, 아이가 이 그림책을
통해 아빠에 대한 애정을 깨닫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요즘 자신을 아기 곰돌군 1호, 동생을 아기 곰돌군 2호라 칭하고 있기도 해
그림 속 아기 곰돌군과 자신을 동일시하기에도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것은 아빠곰과 아기곰입니다. 아침에 다정한 목소리로 아기곰을 깨우는 것도 아빠곰, 맛있는 밥을 주고 목욕을
시켜주고 숨바꼭질하고 들판을 달리는 것도 아빠곰입니다. 아빠곰은 아기곰이 춥지 않게 꼭 안아주고, 아빠곰이 하품을 하면 아기곰도 하품을 하며,
아기곰은 항상 자신을 지켜주는 아빠곰을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빠곰에게 사랑한다는 고백도 잊지 않아요. 파스텔톤의 따스한 색감이 아빠곰과
아기곰 사이에 흐르는 사랑의 기류를 한층 더 포근하게 만듭니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사랑이 마음 속 깊이 전달되는 느낌이에요.
이 그림책이 특별한 이유는 '하브루타 생각놀이터' 활용방법에 대해 가이드를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아빠곰이 아기곰을 깨우는
장면에서는 누가 아이를 깨우는 지, 누가 밥을 줄 때 기분이 제일 좋은 지, 자신이 아빠곰이라면 아기곰과 어떤 놀이를 했을 지, 아빠가 미울
때도 있는 지 물어보는 생각카드가 같이 들어 있습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으면 꼭 독후활동을 해야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전
독후활동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책을 읽고 마음으로 깊이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기거든요. 그 책에 대해 감동과 여운에
젖어있는데 갑자기 독후활동을 하자며 무언가를 물어보고 만들고 하다보면 오히려 처음 느꼈던 그 감정이 희석될 수도 있다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동봉된 생각카드는 하브루타를 기반으로 하기도 하고, 아빠가 미울 때도 있는 지에 물어본다는 점 등이 서로 내밀한 속마음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 정도면 아이용 독후활동으로 괜찮겠다 싶습니다.

아이가 더 크면 엄마인 저보다 아빠와 공유하는 시간들이 더 많아지겠죠. 아무래도 아들과 아빠니까요. 아빠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주고싶어 고민하는 사람이 아빠라는 걸 우리 곰돌군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 남편이 없을 때 저도
아이와 꾸준히 여러 번 읽어줘야겠어요. 아이의 마음 속에 아빠가 멋진 모습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요 그림책이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