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 오프라 윈프리, 세기의 지성에게 삶의 길을 묻다
오프라 윈프리 지음, 노혜숙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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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선정 '20세기 영향력 있는 인물',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년간 최고의 자리를 지킨 <오프라 윈프리 쇼>의 진행자이자 제작자로 불우한 과거를 딛고 온전한 자신의 힘으로 성공을 이뤄낸 오프라 윈프리. <오프라 윈프리 쇼>는 미국 내 시청자만 2200만 명에 달하고 전 세계 140개국에 배급되며 최고의 토크쇼 자리에 올랐다. 나처럼 문외한인 사람조차 이 쇼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니 그녀의 성공이 얼마나 대단한 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자신의 부와 명성을 나누는 일에도 열정적이어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리더십 여학교를 설립하는 등 국경을 넘나드는 자선활동을 펼쳐온 그녀가, 2011년 <오프라 윈프리 쇼>의 은퇴를 선언하면서 OWN 방송국을 설립, 현재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각계각층의 명사들을 초청해 솔직하고 통찰력 있는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 <슈퍼 소울 선데이>를 제작했다. <슈퍼 소울 선데이>는 고정 시청자만 100만 명 이상이고, 9년 간 16시즌이 제작되었으며, 에미상을 일곱 차례 수상하며 명실공히 최고의 프로그램 자리를 차지했다. [위즈덤]은 <슈퍼 소울 선데이> 명사들의 핵심 사상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이 책에서 명사들에게 질문하고 답을 얻은 사항을 우리에게도 묻는다. 깨어 있음, 의도, 마음챙김, 영혼의 GPS, 자아, 용서, 내면의 문이 열리는 것, 은총과 감사, 성취, 사랑과 연결. 모두 우리 삶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우리가 한 인간으로서 걸어야 할 길에 대한 이야기다. [연금술사]의 파울로 코엘료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엘리자베스 길버트,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시리즈의 저자 잭 켄필드,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의 에크하르트 톨레, [마음 가면]의 브레네 브라운과 틱낫한, 세계적인 기업가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 등 현재 존경받고 큰 영향을 끼치는 명사들이 자신의 삶에서 깨달은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눈다.

솔직히 책의 첫 장을 펼쳤을 때 약간 당황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혹은 한 번쯤 들어봤을지라도 어쩐지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영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의미하는 '영성'은 의마와 목적을 추구하는 우리의 일부다. 우리를 희망으로 이끌어서 절망에 굴복하지 않게 하는 일부이기도 하며, 선을 믿고 더 중요한 무언가를 믿는다고 설명되어 있다. 결국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과 영혼이 어떻게 하면 지금, 바로 여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가다. 그것도 행복하게. 우리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고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그것이 무엇이든 사무실 바닥에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은 아닐 것이므로-, 어떻게 해야 우리의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는지 탐구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충전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우울할 때가 많다.

기운이 없다. 화가 난다. 절망적이다.

반면에 아침에 일어나서

"살아 잇으니 기쁘다. 오늘 할 일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이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그러한 내면의 성공을 거두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어떤 식으로든 밖으로 드러난다.

 

데번 프랭클린

이 책을 읽다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 탐색하게 되고, 진정한 행복과 자유, 자신이 소망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외부의 시선과 영향에 의해 내버려두었던 자신의 영혼을 보살피는 시간을 얻는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가 산타바바라에 있는 자택에서 찍었다는 사진은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 그녀 자신이 신이 지금 여기에 존재하며 자신보다 거대한 모든 것들에 연결되어 있음을 가장 깊이 느낀 장소를, 어떻게 보면 그녀의 가장 내밀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니까. 그녀의, 그리고 각계각층의 명사들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중요한 것들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들의 속삭임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보자. 어쩌면 한결 편안하고 고요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무 노력 없이 그들이 인생을 통해 깨달은 중요한 것들을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들여다볼 수 있다니 엄청난 행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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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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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억. 나노로봇에 의한 기억 개조 기술이 만들어낸 가공의 기억이 존재하는 세상. 허구를 세상 무엇보다 사랑했던 치히로의 부모는 그가 있는 현실보다, 그가 없는 허구에서 살아가기를 더 원했다. 의억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사는 부모를 바라보는, 의억이 하나도 없는 세계에 있는 소년은 늘 혼자였다. 진짜 사랑도 가짜 사랑도 알지 못한 채 성장하게 된 치히로는 열아홉이 된 어느 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다가 그 어떤 즐거운 추억 하나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삶에 회의감을 느낀다. 그의 선택은 의억을 구입하지는 않으나 아무것도 없는 인생을 잊어버리기 위한 '레테' 구입. 주문한 '레테'를 단숨에 먹어버렸지만, 어째서인지 그에게 도착한 것은 '그린그린'이었다. 청춘 콤플렉스 해소를 위해 이용되는, 가공의 청춘 시절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그린그린. 그 후 치히로에게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지만 소중하게 기억되는 소꿉친구가 생겼다. 그녀의 이름은 나쓰나기 도카.

순간순간 자신의 머릿속을 헤집어놓으며 마치 정말 있었던 일인 것처럼 기억이 순식간에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여름축제에서 나눈 키스, 부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교실에서 단 둘이 남았을 때의 달콤함, 도카와 친구가 된 계기,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 서재에서 들었던 음악들과 서로 기댔던 등에 전해져오는 따스한 감촉 등. 도카에 관한 모든 것이 치히로의 오감을 자극하며 그녀는 실재한다고, 어서 그녀를 찾아내라고 재촉한다. 의억 속 인물이라고 치부하지만, 숨길 수 없는 그리움으로 혼란스러운 치히로 앞에 마침내 실재하는 도카가 나타난다. 그가 사는 바로 옆집에.

누구나 한 가지쯤, 아니 몇 가지쯤 잊고 싶은 기억이야 있다. 누군가에게 상처주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기억. 그 기억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해 우리 모두 이불킥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부끄럽고 아픈 기억이라도 그 기억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를 형성하고 있다.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지금의 우리라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인가. 그 당연한 의문 앞에서 자신의 기억 일부라도 삭제하기 위한 결심을 한 치히로의 인생은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웠던 것일까. 의억이라고, 가짜라고 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카가 진짜인지 확인작업에 나서는 치히로의 모습 그 자체가 온몸으로 자신도 행복하고 싶었다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단 한 명이라도 필요했다고 외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찌르르 울려왔다.

행복한 기억이 있다면 얼마든지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다. 의억에 도움을 받아도 좋다.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기억은 어느 정도 현실 세계에 발 딛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도움만 주면 된다. 의억이 만들어낸 세상을 음미하며 허구의 세상으로 숨어버린 치히로의 부모는 죽어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반문한다. 만약 그린그린과 레테가 있는 세상이라면 당신들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진짜의 세상에서 고통을 감수하며 살아갈 것인지, 허구의 세상에서 행복만을 맛보며 살아갈 것인지 말이다. 과연 어느 쪽이 행복할까. 선택은 개인의 몫이겠지만 작가는 작품의 결말로 자신의 대답을 대신하는 듯 하다. 그런 점에서 [너의 이야기]는 SF 장르 소설이자, 한 소년과 소녀의 로맨스이며, 선택의 기로에서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소년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읽는 내내 마음이 갈 곳을 헤맸다. 내가 치히로인 것 같아서, 또 도카가 된 것만 같아서. 이 세상 어딘가에 운명의 상대가 있기를 바라는 그들의 외로운 마음이 절절해서. 그들이 서로에게 내민 손을 꼭 붙잡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들의 손이 서로에게 닿았다면 그건 그린그린이나 레테 덕분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간절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실현시킨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의 중요한 일은 마음이 원하기 때문에 이루어지고, 그것은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음은 허구가 아닌 지금 여기, 현실에 존재한다

미아키 스가루의 작품은 처음이다. 사실 [너의 이야기]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수명을 팔았다. 1년에 1만엔으로]라는 작품이었는데, [너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궁금했던 작품을 오히려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일본 발매 이틀 만에 4쇄를 돌파한 데다, 2019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최종 후보작에 오른 작품. 그 명성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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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같은 나의 연인
우야마 게이스케 지음, 김수지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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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사인 미사키의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에 반한 하루토.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리라 마음먹은 날, 예기치 않은 사고 덕분에 두 사람은 함께 벚꽃을 보러가자는 약속을 하게 된다. 상상하지 못한 거대 인파로 데이트는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지만, 어수룩하면서도 성실한 하야토의 사랑고백과 사진작가에 대한 미래 이야기에 미사키의 마음도 기분좋게 술렁인다. 결국 연인이 된 두 사람. 유명 사진작가의 어시스턴트로 들어가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도 미사키를 세심하게 챙기는 하루토와 미용사로서 사람들을 예쁘게 변화시켜 행복한 기분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미사키는 소중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미사키에게 찾아온 패스트포워드 증후군. 일반인보다 몇십 배는 빠른 속도로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 미사키의 몸. 이번 겨울에는 이미 지금같은 자신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의사의 선고에, 미사키는 결국 거짓말로 하루토에게 이별을 고한다.

'벚꽃'이 상징하는 것처럼 결국 져버리게 될 사랑이야기일 줄은 알고 있었다. 사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사랑하는 연인에 관한 이야기에 그리 큰 감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요즘들어 로맨스 장르가 끌리지 않아 책도, 드라마도, 영화도 멀리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이상하게 이 소설만은 눈에 들어왔다. 유독 벚꽃에 심취해있는 성향 때문이었을까. 분홍색을 좋아하는 나에게 핑크핑크하게 반짝이는 표지는 매우 유혹적이었다. 어디 한 번 읽어볼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온 마음으로 이 책을 붙잡고 있었다.

주인공 미사키의 병은 패스트포워드 증후군, 조로증이다. 다른 사람에 비해 몇십 배는 빠른 속도로 노화가 진행되어 스물 넷 미사키가 할머니가 되어가는 병. 국내작품에서는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조로증에 대해 접한 적이 있는데, 젊고 귀여운 미사키가 순식간에 외모가 변해가면서 몇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니 새삼 두려워졌다. 암같은 질병은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자신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패스트포워드 증후군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하루하루 거울을 통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확인하게 된다. 노화에 따른 외모의 변화는 물론 요통과 신경통,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볼 때 절망감 외에 무엇을 느낄 수 있었을까. 그 절망과 두려움 속에서 미사키는 헤어진 하루토를 그리워한다. 그 안타까움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이 무척 아팠다.

사실 하루토보다 미사키의 오빠가 보여주는 사랑이 더 크고 절절하게 다가온다. 부모님을 사고로 여의고 가게를 이어받아 동생을 뒷바라지 해 온 다카시.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 병에 걸려 쇠약해지고 자신보다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오빠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세상에 그런 병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마음이 오그라드는 기분이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당연한 줄 알았는데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을, 소중한 것을 잃게 된 후에야 알게 되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야마 게이스케의 작품은 [오늘밤, 로맨스 극장에서] 이후 두 번째다. 전작은 영화로 먼저 접했지만 [벚꽃같은 나의 연인]도 영화로 나온다면 꼭 한 번 보고 싶다. 벚꽃은 피어있는 시간이 짧아서 그렇게 예쁜 거라는 다카시의 말이 가슴에 박혀서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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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사람의 속마음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2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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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러 곳을 여행했지만 그 중 오사카에서 받은 느낌은 사람들이 '일본사람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이미지겠지만, 도쿄 사람들은 조용하고 개인적인 데 반해 오사카 사람들은 수다스럽고(좋은 의미에서) 남 일에 관심도 많았다. 적어도 여행 중 내가 만나 본 오사카 사람들은 그랬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버스나 덴샤에 오르는 도쿄 사람들과는 달리, 오사카 사람들은 웃고 인사하면서 사람들 사이를 지나쳤다. 도쿄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그 어디보다 도쿄=일본이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같은 나라 안에서 느끼는 문화적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고 할까. 덕분에 활기가득 찬 오사카와 고즈넉한 교토는 지금도 내 마음 속 한 구석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물론 오사카의 버스 안에서 만난 치한의 기억도 가끔 떠오르기는 한다.

[오사카 사람의 속마음]은 마스다 미리가 자신의 고향 오사카에 대해 소소하게 밝힌 즐거운 에세이다. 작가의 엄마가 좋아한다는 아카시야 산마(이 배우, 나도 무척 좋아한다! 오사카 사투리를 좋아하게 만들어준 배우)부터, 오사카 사람이라면 한 집에 한 대씩 있을 거라 오해받는 다코야키 기계에 관한 이야기, 리듬감 있는 오사카 사투리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신 타이커즈, 그로 인해 도톤보리 강에 다이빙하는 사람들, 전국을 접수한 개그계의 본산 요시모토, 붙임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정하고 흥 많은 오사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쓰이고, 만화로 그려져 있다. 오사카와 교토를 여행하고 돌아온 후 오사카 대학에 유학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이리저리 알아보던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다시 한 번 오사카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치솟는다.

 

인상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오사카 말을 도레미로 표현한 부분이었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도레미파솔을 잡아가며 따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 나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 하나같이 따라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났다.

 

마스다 미리의 작품을 예전에는 잘 읽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그녀의 책에서 느껴지는 해학과 웃음이 좋다. 마냥 재미있고 웃기는 것만이 아닌 골계미가 있다고 할까. 생활 속 사소한 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안에 숨어있는 무언가를 찾아낸다.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 나도 생각해봤던 것에 대해 공감할 수 있고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으며 공유할 수 있는 추억거리들. 특히 이번 [오사카 사람의 속마음]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오사카 사투리에 대해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지 고심했을 번역가에게도 엄지 척!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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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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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로 여행을 떠났던 연인 핀과 레일라. 어느 도로변 주차장에서 핀이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차 안에 있던 레일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핀이 말한 진실은 그랬다. 12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핀은 레일라의 언니 엘련과 사랑에 빠져 그녀와의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녹갈색 눈동자 말고는 레일라와 모든 것이 정반대인 엘런. 레일라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지만 평온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과거 레일라 사건의 담당자였던 토니가 핀에게 연락한다. 핀과 레일라가 살던 집 옆에 거주하던 노인이 레일라의 모습을 보았다 말했다고. 그 순간을 기점으로 핀의 몸과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때 맞춰 집 앞에는 엘런과 레일라의 추억이 서린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가 놓여있고, 핀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레일라가 살아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과연 레일라는 정말 살아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인형만을 가져다 놓았을까.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주변 인물 모두가 수상하다.

 

처음부터 핀이 매우 의심스러웠다.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레일라가 사라졌던 날, 경찰에게 말한 것과 정말 발생했던 일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게다가 마트료시카의 인형이 등장한 후 레일라가 살아있는 것 같다며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반가운 기색을 내비치는 엘런과는 달리, 핀은 줄곧 레일라가 아직 살아있을 리 없다고, 누군가의 악질 장난이라고 우기기까지 한다. 심지어 그는 폭력적인 성향까지 갖추고 있었다. 핀이 레일라를 죽인 것은 아닐까. 그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핀을 협박하기 위해 마트료시카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그 인물은 누구이고 동기는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작품을 읽어나갔는데, 이런. 아무리 추리소설과 스릴러를 많이 읽어도 작가들을 넘어서기란 무리가 있는 모양이다.

 

작품 전체에 핀의 혼란스러운 마음이 가득 차 있다. 레일라가 보낸 메일에는 자신은 여전히 핀을 사랑하고 있으며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의견이 강하게 드러난다. 심지어 엘런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 같은 내용도 서슴치 않는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레일라의 존재를 느끼면서도 그녀를 찾아낼 수 없는 답답함과, 엘런을 자신이나 레일라가 해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 혼란스러움이 핀의 세계는 물론 나의 마음까지 어지럽게 했다. 엘런의 존재를 없애버리라는 레일라의 위협. 그 때까의 카운트다운은 작품을 어마어마한 긴장으로 몰아넣었고, 아, 이러다 핀이 아니라 내가 먼저 돌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오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렸다. 레일라와 엘런이 느꼈을 외로움과 슬픔, 괴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반전 결말이다.

 

B.A.패리스의 작품은 [브링 미 백]으로 세 번째 만났다. [비하인드 도어]와 [브레이크 다운] 모두 재미있게 읽었지만, [브레이크 다운]은 [비하인드 도어]에 비해서는 조금 덜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작품 [브링 미 백]으로 스릴러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게 된 듯 하다. 읽는 내내 결말로 바로 건너뛰고 싶은 마음과 싸우느라 힘들었지만,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긴장감과 속도감이 안겨주는 즐거움도 포기할 수 없었다. 이제는 괜찮은 스릴러 작가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그녀. 다음에는 또 어떤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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