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로 여행을 떠났던 연인 핀과 레일라. 어느 도로변 주차장에서 핀이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차 안에 있던 레일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핀이 말한 진실은 그랬다. 12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핀은 레일라의 언니 엘련과 사랑에 빠져 그녀와의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녹갈색 눈동자 말고는 레일라와 모든 것이 정반대인 엘런. 레일라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지만 평온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과거 레일라 사건의 담당자였던 토니가 핀에게 연락한다. 핀과 레일라가 살던 집 옆에 거주하던 노인이 레일라의 모습을 보았다 말했다고. 그 순간을
기점으로 핀의 몸과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때 맞춰 집 앞에는 엘런과 레일라의 추억이 서린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가 놓여있고, 핀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레일라가 살아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과연 레일라는 정말 살아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인형만을
가져다 놓았을까.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주변 인물 모두가 수상하다.
처음부터 핀이 매우 의심스러웠다.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레일라가 사라졌던 날, 경찰에게 말한 것과 정말 발생했던 일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게다가 마트료시카의 인형이 등장한 후 레일라가 살아있는 것 같다며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반가운 기색을 내비치는
엘런과는 달리, 핀은 줄곧 레일라가 아직 살아있을 리 없다고, 누군가의 악질 장난이라고 우기기까지 한다. 심지어 그는 폭력적인 성향까지 갖추고
있었다. 핀이 레일라를 죽인 것은 아닐까. 그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핀을 협박하기 위해 마트료시카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그 인물은
누구이고 동기는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작품을 읽어나갔는데, 이런. 아무리 추리소설과 스릴러를 많이 읽어도 작가들을 넘어서기란 무리가 있는
모양이다.
작품 전체에 핀의 혼란스러운 마음이 가득 차 있다. 레일라가 보낸 메일에는 자신은 여전히 핀을 사랑하고 있으며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의견이 강하게 드러난다. 심지어 엘런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 같은 내용도 서슴치 않는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레일라의 존재를
느끼면서도 그녀를 찾아낼 수 없는 답답함과, 엘런을 자신이나 레일라가 해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 혼란스러움이 핀의 세계는 물론 나의 마음까지
어지럽게 했다. 엘런의 존재를 없애버리라는 레일라의 위협. 그 때까의 카운트다운은 작품을 어마어마한 긴장으로 몰아넣었고, 아, 이러다 핀이
아니라 내가 먼저 돌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오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렸다. 레일라와 엘런이 느꼈을
외로움과 슬픔, 괴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반전 결말이다.
B.A.패리스의 작품은 [브링 미 백]으로 세 번째 만났다. [비하인드 도어]와 [브레이크 다운] 모두 재미있게 읽었지만,
[브레이크 다운]은 [비하인드 도어]에 비해서는 조금 덜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작품 [브링 미 백]으로 스릴러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게 된
듯 하다. 읽는 내내 결말로 바로 건너뛰고 싶은 마음과 싸우느라 힘들었지만,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긴장감과 속도감이 안겨주는 즐거움도 포기할
수 없었다. 이제는 괜찮은 스릴러 작가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그녀. 다음에는 또 어떤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