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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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의 관계사에서 댓글 모니터링 업무를 맡고 있는 여자. 게시물 규정에 어긋나는 댓글을 찾아내거나 이미 신고 받아 들어온 댓글들을 직접 확인하고 블라인드 처리하는 일이다. 욕설, 도배, 영리 목적, 개인 정보 노출, 음란 성인광고로 도배된 댓글들을 하루종일 쳐다보며 삭제하는 일들. 그런 그녀가 직장 근처 오피스텔로 이사한 지 얼마되지 않은 때, 새벽에 초인종이 울렸다. 낯설고도 기괴하게. 이 새벽에 누가, 무엇 때문에, 혼자 사는 직장 여성의 집 초인종을 누른단 말인가. 공포와 불안감으로 현관에 달린 렌즈를 통해 살핀 새벽의 침입자는 어떤 남성이었다. 누가 봐도 평범한 회사원의 행색. 급기야 남자는 여자의 집 도어락의 번호판을 열심히 누르기 시작한다. 이게 웬일인가! 남자가 돌아가고 그 새벽이 아침이 된 후 여자는 자신이 꿈을 꾼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는다. 그는 오피스텔 성매매를 하러 온 소비자였음을. 그 후로도 찾아오는 새벽의 방문자들. 여자는 이제 두려움을 접고 그들을 관찰한다.

 

표제작 [새벽의 방문자들]을 읽으면서 여자의 떨리는 마음을 나도 따라 같이 느꼈다. 새벽에 초인종을 누르는 남자라니. 그 초인종 소리와 도어락의 번호판을 누르는 삐비빅 소리. 그 소리가 실제로 들리는 것만 같아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예전에 직장 근처에서 잠시 자취하던 무렵, 모르는 남자가 따라온 적이 있었다. 봉고차를 타고 지나던 남자가 나에게 무어라 말을 했고, 나는 무서워서 그냥 무시했다. 그런데 내가 사는 오피스텔 1층에 가보니 그가 엘레베이터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공포심에 사로잡힌 나는 1층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한참을 서성거렸고, 주변을 살피며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간신히 집에 들어갔다. 그 밤 내내 나는 누군가 현관문을 여는 것 같은 환청에 시달려야 했다. 새벽의 초인종은 그런 것을 의미한다. 공포, 두려움, 생명의 위협.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새벽의 방문자들은 성매매의 '소비자'로 여겨진다. 자꾸만 찾아오는 남자들을 보면서 여자는 비디오 폰 속 남자들의 얼굴을 프린트해 벽에 붙여놓았다. 그 옆에는 간략한 인상과 나름의 기준으로 판단한 점수를 써놓았는데 어느 날 여자는 그 비디오 폰 속에서 헤어진 남자친구를 발견한다. 그는 언제부터 이런 곳을 찾아다녔을까. 결혼하자더니 나와 사귀는 동안에도 그런 것인가. 그런 그녀를 '읽다가' 나는 잠든 남편을 바라본다. 설마.

 

작가노트에서 장류진 작가는 여성과의 관계를 돈 주고 사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별로 인간 취급을 해주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같은 인격체인 여성을 구매 가능한 서비스 재화로 생각하는 사람을, 왜 같은 인격을 가진 인간 취급을 해줘야 하는 거냐고. 작가는 주변에서 이런 일에 대해 공공연히 밝히는 사람을 여럿 만나본 모양이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아직 그런 뻔뻔한 인간을 만난 적이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바로 눈 앞에 있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지만, 그 사람이 눈 앞에 있게 된다면 조용히 이 책을 내밀어야겠다. 이 표제작과 그리고 작가노트를. 그가 부디 무언가 알아채는 정도의 머리는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

 

[현남 오빠에게] 이후 두 번째 페미니즘 작품집이다. [눈 깜짝할 사이 서른 셋]으로 눈도장을 찍은 하유지 작가의 <룰루와 랄라>는 무례한 상사에게 한 방 먹이고 자발적으로 잘리는 모습을 통쾌하게 그려낸다. 착하고 소소한 인물들과 사건들로 이루어진 '생계밀착형' 멜로드라마를 쓰는 작가로 평가받는 그녀의 글은, 이번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한편 따뜻하게 진행된다. 이 밖에도 연애라는 이름으로 마음에도 없는 섹스를 해야 하는 미성년 '나'와,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느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상실한 애인과 친구를 떠나는 '보라', 학교 복도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라는 '유미', 결혼을 꿈꾸며 함께 저축한 데이트 통장을 전 남친에게 털리고 멘탈도 함께 털린 '나'가 등장하는 이야기들. 결코 픽션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여섯 편의 이야기들이다.

 

페미니즘에 대해 깊이, 본격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다만, 페미니즘이 별건가. 너와 내가 함께 잘 살기 위해 내 입장도 한 번쯤 생각해봐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같은 성별에 있어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라는, 다른 성별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일 뿐. 그것을 너는 여자니까 안돼, 너는 여자니까 이래도 돼-라며 기준 짓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애초에 여자이고, 남자인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가 처한 위치를 무시하지 않고, 하나의 생명으로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한다면 지금처럼 서로 물고 뜯는 싸움판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러므로 페미니즘 테마소설이라 이름지어진 이 책도, 단순히 여자의, 여자들을 위한, 여자들에 의한, 이야기가 아니라 너도나도 함께 읽고 차이와 입장을 이해하는 계기로 생각하면 멋질 일이다. 저 황량한 들판에서 황망한 얼굴로 서 있는 얼굴을, 여자가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 인식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면 될 일이다. 내가 너무 단순한가. 그런데 복잡하게 살 거 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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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세계지도 상식도감 지도로 읽는다
롬 인터내셔널 지음, 정미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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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태평양은 '태'라고 하고, 대서양은 '대'라고 할까. 둘 다 큰 바다임을 뜻한다는 것은 알겠지만 '태'와 '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태평양은 최초로 세계 일주를 한 마젤란이 험난한 마젤란 해협을 통과한 후 만난 잔잔한 바다에 감동하여 'Mar Pacifico(온화, 태평한 바다)'라고 이름 붙였는데, 이 바다가 태평양이다. 그가 태평양을 항해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폭풍우와 마주치지 않았다고도 전해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태평양은 태풍, 윌리윌리와 같은 폭풍이 그치지 않는 험난한 바다라고 한다. 대서양은 1602년에 명나라에서 포교 중이던 마테오 리치 신부가 그린 세계지도에서 최초로 사용한 말이라고 하는데, '서양 전반에 펼쳐진 커다란 바다'라는 뜻이다. 이 지도는 현존하고 있단다. 그런데 어떻게 서양 전반에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그 시대에 지구 구석구석, 물이 있는 곳이라면 다 돌았던 것일까-라는 의문은 지금은 제쳐두기로 하고, 어찌됐든 두 바다의 어원은 그렇게 전해진다.

상식과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부족한 지식을 채우겠다는 엄청난 결의가 있는 것은 아니고, 상식도감 같은 책들의 일부는 대부분 동서양의 역사, 함께 이 지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책이 더욱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해를 돕기 위해 지도를 많이 활용했다는 점이다. <'동양'과 '서양'의 구분은 언제 시작되었는가?>에서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기준으로 나눈 동양과 서양 지도, 동양과 서양을 구분한 동남아시아판의 경계를 나타내는 지도가 설명과 함께 실려 있다. 지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크지만, 이 책이 아니었다면 세상에 보스포루스 해협이라는 게 있었는지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모르고 살아도 크게 문제는 없으나 18세기 이후 항행권을 둘러싼 문제로 강대국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하니, 언젠가 뉴스에라도 나오면 반가울 일이다.

책의 뒷면에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이라는 홍보문구가 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도 계신다. 하지만 전부를 가르쳐 줄 수는 없다. 학교에는 어쨌든 일정이라는 것이, 진도라는 것이, 시험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가르쳐주시는 세계와 상식에 관한 이야기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공부하다 생겼던 궁금증을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하면 좋겠다.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짜지 않은 이유를 학교에서 가르쳐주면 어쩐지 시험 범위처럼 여겨지지만, 스스로 책에서 발견해 읽는다면 그 재미는 배가 되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도시명은 태국의 방콕이라고 하는데, 소리나는대로 한글로 적으면 무려 69자, 알파벳으로 바꾸면 168자가 된다. 몰라도 좋은 이름, 그러나 알아두면 소소하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지식. 그것이 세계에 대한 상식 아닐까. 자신과 주변의 환경이나 분위기를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것. 그런 기쁨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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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안자이 미즈마루 지음, 이하나 옮김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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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사과'라는 단어가 무려 여섯 번이나 들어가는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책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작업으로 인해 알게 된 작가인데요, 그 작가의 책이라는 것만 알고 뒤늦게 인지한 제목.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읽다보니 어쩐지 계속 따라하게 되어서 강한 중독성을 가진 제목의 그림책입니다. 아침에도 사과를 먹고 주스도 사과주스를 더 좋아하는 첫째 곰돌군이 보면 좋아할 것 같아 골랐는데 사실 첫 반응은 시큰둥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사과의 여행기라는 것을 처음에는 저도 인지하지 못했거든요.

어느 날 사과가 대구루루 떨어집니다. 굴러가면서 개구리도 만나고, 그네를 타기도 하고, 구멍에 빠지기도 해요. 구멍에 빠졌을 때는 두더지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다 결국 사과가 도착한 곳은 다른 종류의 과일들이 모여 함께하는 곳이었어요. 처음에는 같이 읽다가 '이게 뭐지?'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가, 다시 처음부터 읽어보면서 책을 통해 노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하며 속삭여도 봤다가, 사과! 하면서 소리도 우렁차게 질러보았다가, 페이지마다 그려져 있는 사과의 표정도 어떻게 다른지 살펴도 보고, 다른 과일들을 만났을 때 사과가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도 이야기해봅니다. 다른 과일들의 종류와 색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요. 매우 짧은 분량이고, 첫째 곰돌군이 읽기에는 글밥이 매우 적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 아침에는 사과를 먹을 거야'라며 눈을 감는 모습이란! 아직 10개월인 둘째 곰돌군은 책을 먹기만 해서 아직 반응을 살펴보지 못했는데 한 번 마음먹고 앉혀서 귓가에 사과를 속삭여봐야겠습니다.

으아. 하도 사과를 외쳤더니 제 귓가에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가 끊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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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의 심리육아 -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험하고 배운 것들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현정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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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받을 용기]와 [마흔에게]로 잘 알려진 기시미 이치로. 그는 서양 고대 철학을 전공했고, 플라톤 철학을 공부하면서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했습니다. 아들러는 인간의 행동과 발달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존재에 보편적인 열등감·무력감과 이를 보상 또는 극복하려는 권력에의 의지, 즉 열등감에 대한 보상욕구라고 생각했어요. 나폴레옹은 키가 작았기 때문에 위대해졌고, 색약(色弱)은 간혹 대(大)화가를 만들어 낸다는 '열등콤플렉스'라는 용어를 고안해 내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예전에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앞서 언급한 두 권의 책과는 달리 이번 책은 조금 어렵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술술 읽힐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읽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일반 육아서라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울고 웃을 수 있거나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로 채워져있었겠지만, 이 책에는 자신이 육아를 하면서 '아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겪은 일이 아닌 것은 단 하나도 쓰지 않았다'는 문구로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친근함과는 달리, 한 번에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 때문입니다. 이렇게 길게 쓰고보니 역시 무슨 말인지 제 자신도 잘 모르겠으나,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그렇게 쉬운 내용은 아니었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모든 신경을 끌어모아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번 책에서는 유독 혼내기와 비판하기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이와의 관계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요즘 고민하는 주제 중 하나거든요.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아이를 혼내게 돼요. 이것이 아이를 위해 혼내는 것인지, 나의 감정을 단순히 아이에게 쏟아내기 위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여기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된 겁니다. '아이는 어른을 곤란하게 함으로써 주목을 받으려고 한다'는 이론은 저와 첫째 곰돌군에게는 맞지 않는 말이라 여겨지지만, 혼낸다는 것의 개요, 혼나는 아이가 어떻게 되어갈 것인지에 대한 예측 등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지 조금 그려볼 수 있었어요. 아이에게 울지 말고 말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처럼, 어른인 우리도 감정적으로 화를 내어 아이를 대할 필요가 없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는 아이와의 대등한 관계 맺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이를 혼내게 되는 이유는,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열등한 존재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해요. 자기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존재에게 난폭한 말투를 사용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까지 합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육아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상담심리학을 공부할 때부터 어렴풋하게나마 저도 아들러 이론을 지지해왔고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바가 많아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이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책에서는 부모가 문제로 판단하는 행동을 아이가 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과연 전통적인 육아와 교육적 사고방식이 아이를 돕는 데 유효한지, 어떻게 아이를 대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상호존경, 상호 신뢰, 협력 작업, 목표 일치를 내세우는데요, 이 부분은 책을 통해 꼭 한 번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쉽지 않은 책읽기였지만, 다른 육아서들에 비해 보다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저자가 제시한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이야기했을까를 생각해보니 부끄러워지기도 했고요. 오늘도 양치질을 하며 아이를 혼냈는데, 아이가 '화내지 마' 하며 우는 모습을 보니 너무 미안했습니다. 제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 우리 아이를 이대로 키울 수는 없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육아에 정답은 없다고 하고 상황에 따라 우리 부모님들이 대응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아이의 입장과 생각을 고려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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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가 그렸어,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김진형.이현주.신동원 지음 / 로지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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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것에 있어 힘들다는 것은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나는 여전히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이 기본적인 과정에 고됨을 느낀다. 간단하게 여겨질만한 일들이 어째서 힘드냐고 묻는다면, 그냥 난 힘들다! 뭘 먹여야 하는지 매일 고민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이제 혼자서도 옷을 잘 입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머리가 복잡하고, 여전히 새벽에 한 두 번 잠을 깨 엄마를 찾는 아이가 혹시나 아픈 것은 아닌지, 너무 더워서 잠을 잘 못자는 것은 아닌지 살피느라 나의 통잠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저질체력이라 헉헉댄다. 그래도 이런 것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것이고 마음을 괴롭게 하는 것은 아니기에 나은 편이다.

요즘 첫째 곰돌군은 말을 '매우' 잘한다. 엄청. 매우. 아주. 어느 때는 이러다 내가 말싸움에 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논리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고집이 어마어마하게 세져서 조금이라도 심정이 상하면 눈꼬리가 홱 올라가면서 '싫어, 안해, 엄마 미워, 저리가' 등의 말을 서슴없이 한다. 자아와 정체성이 발달하면서 보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여겨지지만, 엄마의 입장에서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둘째 곰돌군으로부터 장난감도 지켜야하지, 양보하라고 하니 양보는 해야하겠는데 자기 거라 쉽게 내주고 싶지는 않지, 엄마아빠의 관심도 많이 받고 싶지. 첫째 곰돌군의 마음도 아마 나보다 더 많이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래서 올바른 훈육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 훈육이, 정말 쉽지 않다. 결국 이런 저런 책을 보면서 도움을 얻을 수밖에 없다.

[딸바보가 그렸어] 책은 예전부터 즐겨 읽고 있다. 물론 난 딸이 아니라 아들 둘을 키우고 있지만 자식을 키우는 입장으로서 공감되는 점이 많다. 가슴이 찡해져서 눈물이 고일 때도 있고, 같은 고민을 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반가울 때도 있다. 이번 [딸바보가 그렸어,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은 전작보다 더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그려져 있고 그 질문들에 아이 마음 전문가 신동원 교수가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곰돌군이 요즘 유독 형아의 물건들을 만지려고 해서인지 그와 관련된 문제들이 눈에 띄었는데 <혼내도 그때분>은 정말 인상깊게 다가왔다. 둘째가 첫째 그림에 낙서를 하거나,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장난감을 망가뜨리는 바람에 우는 첫째와 그로 인해 혼나서 또 울게 되는 둘째. 앞으로 나에게도 다가올 일이라 생각하며 읽으니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랄까. 혼날 만한 환경을 바꿔주고 , 싸우면 같이 놀 수 없다는 걸 교육하고, 첫째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둘째와 분리해주고, 평소에 둘 사이가 돈독해지도록 도와주라는 등 현실적인 솔루션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첫째를 이기는 둘째, 안돼의 올바른 사용방법, 나쁜 언어 습관의 개선방법, 물건을 정리하는 방법, 친구와 어울리는 방법까지 지금 내가 읽기에 딱 좋은 내용들로만 채워져 있어 앞으로 문제상황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펼쳐볼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둘째 곰돌군 이유식 먹이는데 첫째 곰돌군이 자기도 밥을 떠먹여달라고 한다. 평소 같으면 '네가 한 번 먹어봐. 이제 혼자 먹어야지' 했겠지만, 사랑받고 관심받는 아이려니 생각하고 먹여주었다. 시간이 지나면 밥이야 혼자 먹겠지. 결국 길게 봐야 하는 일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늘 다짐하지만 잘 안 되는 일 중 하나. 그래도 이 책 읽으면서 공감하고 공감받아 약간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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