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세계지도 상식도감 ㅣ 지도로 읽는다
롬 인터내셔널 지음, 정미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왜 태평양은 '태'라고 하고, 대서양은 '대'라고 할까. 둘 다 큰 바다임을 뜻한다는 것은 알겠지만 '태'와 '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태평양은 최초로 세계 일주를 한 마젤란이 험난한 마젤란 해협을 통과한 후 만난 잔잔한 바다에 감동하여 'Mar Pacifico(온화, 태평한 바다)'라고 이름 붙였는데, 이 바다가 태평양이다. 그가 태평양을 항해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폭풍우와 마주치지 않았다고도 전해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태평양은 태풍, 윌리윌리와 같은 폭풍이 그치지 않는 험난한 바다라고 한다. 대서양은 1602년에 명나라에서 포교 중이던 마테오 리치 신부가 그린 세계지도에서 최초로 사용한 말이라고 하는데, '서양 전반에 펼쳐진 커다란 바다'라는 뜻이다. 이 지도는 현존하고 있단다. 그런데 어떻게 서양 전반에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그 시대에 지구 구석구석, 물이 있는 곳이라면 다 돌았던 것일까-라는 의문은 지금은 제쳐두기로 하고, 어찌됐든 두 바다의 어원은 그렇게 전해진다.
상식과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부족한 지식을 채우겠다는 엄청난 결의가 있는 것은 아니고, 상식도감 같은 책들의 일부는 대부분 동서양의 역사, 함께 이 지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책이 더욱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해를 돕기 위해 지도를 많이 활용했다는 점이다. <'동양'과 '서양'의 구분은 언제 시작되었는가?>에서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기준으로 나눈 동양과 서양 지도, 동양과 서양을 구분한 동남아시아판의 경계를 나타내는 지도가 설명과 함께 실려 있다. 지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크지만, 이 책이 아니었다면 세상에 보스포루스 해협이라는 게 있었는지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모르고 살아도 크게 문제는 없으나 18세기 이후 항행권을 둘러싼 문제로 강대국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하니, 언젠가 뉴스에라도 나오면 반가울 일이다.
책의 뒷면에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이라는 홍보문구가 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도 계신다. 하지만 전부를 가르쳐 줄 수는 없다. 학교에는 어쨌든 일정이라는 것이, 진도라는 것이, 시험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가르쳐주시는 세계와 상식에 관한 이야기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공부하다 생겼던 궁금증을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하면 좋겠다.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짜지 않은 이유를 학교에서 가르쳐주면 어쩐지 시험 범위처럼 여겨지지만, 스스로 책에서 발견해 읽는다면 그 재미는 배가 되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도시명은 태국의 방콕이라고 하는데, 소리나는대로 한글로 적으면 무려 69자, 알파벳으로 바꾸면 168자가 된다. 몰라도 좋은 이름, 그러나 알아두면 소소하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지식. 그것이 세계에 대한 상식 아닐까. 자신과 주변의 환경이나 분위기를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것. 그런 기쁨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