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가 그렸어,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김진형.이현주.신동원 지음 / 로지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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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것에 있어 힘들다는 것은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나는 여전히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이 기본적인 과정에 고됨을 느낀다. 간단하게 여겨질만한 일들이 어째서 힘드냐고 묻는다면, 그냥 난 힘들다! 뭘 먹여야 하는지 매일 고민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이제 혼자서도 옷을 잘 입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머리가 복잡하고, 여전히 새벽에 한 두 번 잠을 깨 엄마를 찾는 아이가 혹시나 아픈 것은 아닌지, 너무 더워서 잠을 잘 못자는 것은 아닌지 살피느라 나의 통잠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저질체력이라 헉헉댄다. 그래도 이런 것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것이고 마음을 괴롭게 하는 것은 아니기에 나은 편이다.

요즘 첫째 곰돌군은 말을 '매우' 잘한다. 엄청. 매우. 아주. 어느 때는 이러다 내가 말싸움에 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논리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고집이 어마어마하게 세져서 조금이라도 심정이 상하면 눈꼬리가 홱 올라가면서 '싫어, 안해, 엄마 미워, 저리가' 등의 말을 서슴없이 한다. 자아와 정체성이 발달하면서 보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여겨지지만, 엄마의 입장에서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둘째 곰돌군으로부터 장난감도 지켜야하지, 양보하라고 하니 양보는 해야하겠는데 자기 거라 쉽게 내주고 싶지는 않지, 엄마아빠의 관심도 많이 받고 싶지. 첫째 곰돌군의 마음도 아마 나보다 더 많이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래서 올바른 훈육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 훈육이, 정말 쉽지 않다. 결국 이런 저런 책을 보면서 도움을 얻을 수밖에 없다.

[딸바보가 그렸어] 책은 예전부터 즐겨 읽고 있다. 물론 난 딸이 아니라 아들 둘을 키우고 있지만 자식을 키우는 입장으로서 공감되는 점이 많다. 가슴이 찡해져서 눈물이 고일 때도 있고, 같은 고민을 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반가울 때도 있다. 이번 [딸바보가 그렸어,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은 전작보다 더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그려져 있고 그 질문들에 아이 마음 전문가 신동원 교수가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곰돌군이 요즘 유독 형아의 물건들을 만지려고 해서인지 그와 관련된 문제들이 눈에 띄었는데 <혼내도 그때분>은 정말 인상깊게 다가왔다. 둘째가 첫째 그림에 낙서를 하거나,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장난감을 망가뜨리는 바람에 우는 첫째와 그로 인해 혼나서 또 울게 되는 둘째. 앞으로 나에게도 다가올 일이라 생각하며 읽으니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랄까. 혼날 만한 환경을 바꿔주고 , 싸우면 같이 놀 수 없다는 걸 교육하고, 첫째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둘째와 분리해주고, 평소에 둘 사이가 돈독해지도록 도와주라는 등 현실적인 솔루션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첫째를 이기는 둘째, 안돼의 올바른 사용방법, 나쁜 언어 습관의 개선방법, 물건을 정리하는 방법, 친구와 어울리는 방법까지 지금 내가 읽기에 딱 좋은 내용들로만 채워져 있어 앞으로 문제상황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펼쳐볼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둘째 곰돌군 이유식 먹이는데 첫째 곰돌군이 자기도 밥을 떠먹여달라고 한다. 평소 같으면 '네가 한 번 먹어봐. 이제 혼자 먹어야지' 했겠지만, 사랑받고 관심받는 아이려니 생각하고 먹여주었다. 시간이 지나면 밥이야 혼자 먹겠지. 결국 길게 봐야 하는 일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늘 다짐하지만 잘 안 되는 일 중 하나. 그래도 이 책 읽으면서 공감하고 공감받아 약간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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