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
에느 리일 지음, 이승재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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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데트 섬에서 가장 먼저 기억나는 건 신선한 송진 냄새다. 코를 간질이는 재미난 느낌.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끈적끈적한 느낌의 송진. 아빠는 차분한 목소리로 나무 안에서 나오는 수액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송진이라는 건 신기한 거라고. 외부의 자극이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상처를 치료할 뿐만 아니라 작은 크기의 죽은 동물들을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보존한다고 했다.

커다란 본도 너머에 있는 작은 섬 홀데트에 사는 호더 가족. 솜씨 좋은 목수였던 아버지 실라스 아래에서 형제 모웬스와 옌스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그 중에서도 아버지와의 교감으로 충만했던 막내아들 옌스는 어린 시절 누구보다 잘 생기고 총명한 아이였지만 예기치 않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삶에 균열을 느낀다. 그 후 자신의 삶에 들어온 것은 '그 무엇이라도, 그 누구라도' 그를 떠나서는 안됐다. 물건들을 원상태 그대로 보관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옌스는 자신의 관리 하에 들어온 모든 물건들에 끈끈한 유대감을 느꼈고, 누군가 그 관계를 깨려 들 때마다 두려움마저 느꼈다. 가족도 예외는 될 수 없었다. 마리아와 결혼한 후 얻은 쌍둥이 남매 중 아들을 사고로 잃은 후 어린 딸 리우에게는 평범한 여느 아이들과는 다른 생활을 보내도록 해왔다. 동물 가죽을 벗기는 법, 덫을 놓는 법, 숲에서 길을 찾는 법, 그리고 밤에 조용히 눈에 띄지 않고 움직이는 법.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기묘하고도 섬뜩하게 가족을 보호하려는 남자,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소녀의 시선에서 꾸밈없이 드러낸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빠가 할머니를 살해하던 날, 하얀 방은 완전 깜깜했다'라는 충격적인 첫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자발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이어나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가족 안에 내재되어 있는 단절, 방치, 왜곡된 사랑, 정신분열, 저장강박증, 절도, 살인, 은폐 등의 이야기가 어둡고 그로테스크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이런 이야기가 한 소녀의 시각에서 서술되면서, 글을 읽어내려가면 뒤따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느 정도 반감시켜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 어른의 시선에서 보면 당연히 잘못되었고 굉장히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이 리우의 입장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그래왔고 다른 환경을 접할 기회가 차단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시작은 옌스가 그토록 사랑했고 교감했던 아버지 실라스를 갑자기 잃은 충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의 죽음 이전에는 완전하다고 생각했던 삶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추억과 감정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를 잃음으로써 비틀어져버린 것이다. 거기에서 비롯된, '자신의 것'으로 인식된 그 무엇도 잃고 싶지 않다는 강박증이 가족에게까지 그 영향을 미친 것인데, 이것이 그 동안 평범하고 일반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여겨지는 나의 시선으로 보자면 그건 그냥 범죄. 리우를 자신과 아내에게서 떨어트려 놓으려 했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밤이 되면 리우와 함께 다른 가게나 집에 있는 물건을 몰래 가져온다. '사회'가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리우의 사망신고를 위조하고, 아이에게는 그 어떤 교육이나 좋은 것들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접하지 못하게 한다.

 

의문스러운 것은 평범하고 이지적이었던 옌스의 아내 마리아가 어떻게 '그 지경'까지 갈 수 있었는가다. 쌍둥이 남매를 출산하고 얼마 후 아들을 사고로 잃었고, 그 후 옌스의 의견이나 주장에 동조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데 작품 안에 드러난 그녀의 편지글이나 서술로는 그 간의 과정을 알 수 없어 조금 답답했다. 아들을 잃은 고통과 슬픔은 정말 십분 이해하지만 남아있는 딸 리우를 위해 다른 방법을 찾을 생각을 전혀 못했나. 마리아라는 인물은 리우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장치인 동시에, 리우를 옌스 집안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함정이다.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서술되었다는 점 때문인지 계속 리우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조용하고도 기괴한, 마음을 옥죄어오는 듯한 불안감과 정체모를 두려움. 옮긴이는 작품을 따라가다보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바라보고 있는 저자의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다고 했는데, 이건 독자가 받아들이기 나름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는 한 남자의 광기와 어긋난 사랑이 어떤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스릴러 소설로 다가왔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헉!'하고 숨을 들이쉬었는데, 소설임에도 리우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궁금하고 걱정됐다. 부디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는 말기를, 그 광기를 제발 잊어주기를 바라게 된다. 독특하면서 언짢은 소설. 그런데도 읽기가 멈춰지지 않는 작품.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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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조리 열어 보는 바다 - 플랩북 요리조리 열어 보는 시리즈
메건 컬리스 지음, 바오 루 그림, 신인수 옮김 / 어스본코리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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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본코리아에서 출간되는 책들 중 가장 먼저 접한 것이 바로 이 플랩북이었습니다. 첫째 곰돌군은 언젠가부터 자동차와 기차에 심취해 있어 [요리조리 열어보는 자동차] 를 참 잘봤어요. 비록 책덕후인 이 엄마가 너무 일찍 사주는 바람에 여기저기 찢기고 없어진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도 틈만 나면 들고 와서 같이 보자 하는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그런 첫째 곰돌군을 위해 준비한 [요리조리 열어보는 바다] . 사실 아이는 현재로서는 자연관찰 책에 그리 흥미가 없는 상태이기는 합니다. 동물 그림책도 좋아하고 이런저런 동물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해서 으레 기뻐하겠거니 해서 전집을 들였는데, 꽝이었어요! 아예 보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다른 책들에 비하면 관심도가 낮다고 할까요. 그나마 관심갖는 동물이 펭귄, 고래 이런 바다 동물들이어서 플랩북으로 한 번 보여주면 어떨까,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습니다.

제가 어스본코리아의 책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색감이에요. 과하지 않으면서 아기자기한 색감이 제가 봐도 참 예쁘더라고요. 괜히 한 번 더 쓰담쓰담하게 된다고 할까요.

첫장은 <물로 뒤덮인 세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 표면의 4분의 3이 바다래~그 바다에 엄청 많은 동물들이 산대~라고 얘기해줬더니 아이가 깜짝 놀랐어요. 그럼 다 물이야? 되물어보는 모습이 초롱초롱 +_+

본격적인 바다 속 모습을 보기 전에 <바닷가를 따라서> 어떤 생물들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얼마 전 직접 본 파도 이야기도 하고, 별 모양을 닮은 불가사리도 손가락으로 짚어보고, 배를 보면서 뭐하는 건지 같이 이야기도 해요. 이리저리 플랩을 뒤집어보면서 얕은 물에 사는 물고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도 해보고요.

<산호초>에 숨어있는 큰돌고래입니다. 플랩북의 장점은 역시 그 밑에 뭐가 숨어있는지 호기심을 유발한다는 데 있어요. 큰돌고래 밑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한 아이가 얼른 뒤집어봅니다.

물고기를 발견하고 쏜살같이 헤엄쳐 가서 꿀꺽 하는 모습!

<아래로 아래로 깊숙이>에서는 태평양 바다 밑바닥에서 벌어지는 일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몹시 춥고 어두컴컴한 심해에는 어떤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지 같이 살펴봤습니다.

요즘 오징어와 문어 이야기를 하는 아이의 최대 관심사인 오징어가 떡하니! 나와 있네요!오징어와 향유고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플랩을 열어보니 오징어가 향유고래를 발견하고 놀라서 먹물을 찍 내뿜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 먹물로도 한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얼어붙은 바다>에서는 북극곰, 바다코끼리, 북극고래 등을 볼 수 있었고요.

전 이 <맹그로브 숲>이 왜 나와있는지 궁금했는데, 이 숲은 인도양과 땅이 만나는 곳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나무 뿌리가 많은 동물들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준다는 말에 '그럼 여기가 집이야?'라고 물어보네요.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바닷새들>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펭귄이 있어 펼치자마자 펭귄부터 플랩을 열어보았어요. 추위를 견디려고 한데 모여 있는 펭귄들의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다른 새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네요 ^^;;

 

자연관찰과 관련된 책은 영상이나 실제 모습이 찍힌 사진이 실린 책들이 생생하고 현장감은 더 살아있죠. 하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동화책같은 그림으로 다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자칫 겁을 먹을 수도 있는 실제 생물에 대한 거부감 없이 신기하고 귀엽게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실제로 확인하기 어려운 바다 속 모습들이 가득 실린만큼 아이가 더 흥미로워한 책이었어요. 이제 손놀림이 제법 섬세해져 플랩을 찢지 않고 잘 뒤집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 늘 애정하는 어스본코리아, 다음에는 어떤 플랩 책을 준비할 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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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공포증
배수영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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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공포증과 함께 찾아온 과거의 기억! 이제 싫어도 그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 기대되는 메디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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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삼국지 1 - 누구나 쉽게 시작하고, 모두가 빠져드는 이야기 설민석의 삼국지 1
설민석 지음 / 세계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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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중의 고전이라 불리는 [삼국지]. 저도 학창시절 이문열 작가의 책으로 [삼국지]를 완독한 적이 있어요. 총10권으로 기억하는데 읽는 동안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양도 양인지라 뒷부분으로 갈수록 사람 이름도 점차 헷갈리고 스스로 내용정리가 안되는 통에 완독하는 데 의의를 두자며 어떻게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 한 번도 접하지 않은 [삼국지]]입니다. 언젠가는 꼭 다시 한 번 읽어보자며 마음 속 깊은 곳에 다짐을 묻어두었지만, 세상은 넓고 읽어야 할 책은 많기에 좀처럼 기회가 닿질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설민석 선생님의 [삼국지]가 출간된다고 해서 대체 어떻게 집필했을지 궁금했습니다. 다른 작가들같은 문체인가, 설민석의 삼국지는 어떤 맛이 날 것인가, 기대하던 중에 도착한 책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나! 그 길고도 긴 [삼국지]를 단 두 권으로 정리하셨습니다.

 

[삼국지]를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도 그 장대한 시작은 익히 들어 알고 계실 겁니다. 초나라를 제압하고 400년이라는 역사를 꽃피웠던 한나라. 한나라는 왕권 말기인 영제 시절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죠. 국정농단의 주범인 환관으로 민초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졌고 이에 맞서 황건적의 난이 일어났습니다. 초기에는 누구나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던 좋은 뜻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빛을 잃고 그저 도적에 지나지 않는 무리로 변질되어 갔어요. 이에 여기저기서 황건적의 난에 대적하기 위한 의병을 모집했는데 이 일을 계기로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이 그 유명한 도원결의를 맺고 큰 뜻을 펼치기 위해 세상으로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시작된 긴 여정. 난세에 나타난 영웅호걸들의 장대한 서사시가 태어납니다.

 

일단 무척 쉽게 읽힙니다. 술술술, 한 문장 읽기 시작하면 바로 다음 문장으로 연결되고,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문장이 구어체로 되어 있다는 점이 한몫 할 것 같은데요, 본래의 [삼국지]를 인용하는 부분 외에는 구어체로 서술되어 있어 마치 설민석 선생님의 목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에요. 음성지원, 됩니다.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서 나올 법한 질문이 간단히 정리되어 있어요. 이를테면 환관은 뭐냐, 유비와 관우, 장비가 의형제의 결의를 맺은 곳이 왜 하필 복숭아 동산이었나 등입니다. 저도 그저 '도원결의'라 해서 세 사람이 복숭아 동산에서 뜻을 맺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왜 하필 복숭아 동산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책에 실린 삽화도 원래 작품이 가진 무게를 조금 덜어주어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조금 만화스러운 그림이라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 책이 가진 특징 중 하나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시중에 출간된 [삼국지] 를 읽기에는 부담을 느끼거나 어렵게 생각해온 분들이라면 이 책이 딱이에요. 쉽고 재미있게, 영웅 호걸들의 모험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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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팔이 의사
포프 브록 지음, 조은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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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1930년 9월 15일 여러 명의 방문자가 시연회를 보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다. 위원 12명과 참관인 4명, 기자들까지 최선을 다해 몸을 구겨넣은 수술실. 그 수술실에 브링클리 박사와 오늘 수술을 받을 집배원 X씨가 있다. 당초 예상한 10분이라는 시간을 초과하기는 했지만, 브링클리 박사는 염소의 고환을 이 X씨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한다). 이게 당췌 무슨?!!! 동물의 생식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다니, 이게 있을 법한 일인가! 그런데 실제로 일어난 일이란다. 브링클리 박사가 생존하던 시기에 횡행하던 불법 의료시술이라는데, 이 첫 장면만으로도 할 말을 잃었다.

 

브링클리 박사는 원래 성과급을 받는 영업사원이었지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사람들을 치료했다. 치료사의 일종인 퀘이커 닥터가 되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일찍이 '공연하는 돌팔이 의사'의 전형이 된다. 의료사기는 어느 시대, 어느 문화에서나 번성했다고는 하지만 미국만큼 돌팔이 의사가 넘쳐나고 그들에게 쉽게 이용당한 나라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 마을 저 마을로 돌아다니며 자신의 기술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고, 그 기술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수되는 방식으로 번성한 의료사기. 그 한 가운데에 브링클리 박사가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숫염소의 생식기를 이식해달라고 은밀히 제안한 남성의 부탁에 따라 첫 이식수술을 집도하고, 그 수술의 성공이 그를 본격적인 돌팔이 의사의 길로 인도했다. 결국 수많은 남성들에게 고환이식수술을 집도하면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축적한 브링클리 박사. 물론 수술 도중 사망하거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었겠지만 사람들이 그런 것에 신경을 썼다면 브링클리 박사는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책에 제시된 온갖 이식수술은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이다. 원숭이의 갑상선을 지능이 낮은 소년에게 이식하는 경우, 난임부부에게 염소의 분비선을 이식한 경우도 등장하는데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등장하는 '고환 이식 수술'이라는 글자만 봐도 속이 울렁거렸다. 브링클리도 브링클리지만 그를 찬양하며 이식수술을 받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던 대중들의 모습은, 어떤 교주를 모시는 광신도들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리 지식이 없고 절박하다고 했어도 겁도 없이 어떻게 동물의 고환을 이식받을 생각을 한단 말인가. 현재의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모습들이다. 돈을 추구하는 공급자와 탐욕스러운 수요자들의 결합. 이것은 단순한 의료사기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탐욕에 대한 보고서다.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다니, 정말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 아닌가. 이 작품이 맷 데이먼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하니, 과연 이 그로테스크하고 섬뜩한 작품을 어떻게 스크린으로 옮겼을지 궁금하다. 헉! 표지를 다시 보니 이제는 염소마저 싫어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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