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의사
포프 브록 지음, 조은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1930년 9월 15일 여러 명의 방문자가 시연회를 보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다. 위원 12명과 참관인 4명, 기자들까지 최선을 다해 몸을 구겨넣은 수술실. 그 수술실에 브링클리 박사와 오늘 수술을 받을 집배원 X씨가 있다. 당초 예상한 10분이라는 시간을 초과하기는 했지만, 브링클리 박사는 염소의 고환을 이 X씨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한다). 이게 당췌 무슨?!!! 동물의 생식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다니, 이게 있을 법한 일인가! 그런데 실제로 일어난 일이란다. 브링클리 박사가 생존하던 시기에 횡행하던 불법 의료시술이라는데, 이 첫 장면만으로도 할 말을 잃었다.

 

브링클리 박사는 원래 성과급을 받는 영업사원이었지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사람들을 치료했다. 치료사의 일종인 퀘이커 닥터가 되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일찍이 '공연하는 돌팔이 의사'의 전형이 된다. 의료사기는 어느 시대, 어느 문화에서나 번성했다고는 하지만 미국만큼 돌팔이 의사가 넘쳐나고 그들에게 쉽게 이용당한 나라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 마을 저 마을로 돌아다니며 자신의 기술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고, 그 기술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수되는 방식으로 번성한 의료사기. 그 한 가운데에 브링클리 박사가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숫염소의 생식기를 이식해달라고 은밀히 제안한 남성의 부탁에 따라 첫 이식수술을 집도하고, 그 수술의 성공이 그를 본격적인 돌팔이 의사의 길로 인도했다. 결국 수많은 남성들에게 고환이식수술을 집도하면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축적한 브링클리 박사. 물론 수술 도중 사망하거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었겠지만 사람들이 그런 것에 신경을 썼다면 브링클리 박사는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책에 제시된 온갖 이식수술은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이다. 원숭이의 갑상선을 지능이 낮은 소년에게 이식하는 경우, 난임부부에게 염소의 분비선을 이식한 경우도 등장하는데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등장하는 '고환 이식 수술'이라는 글자만 봐도 속이 울렁거렸다. 브링클리도 브링클리지만 그를 찬양하며 이식수술을 받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던 대중들의 모습은, 어떤 교주를 모시는 광신도들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리 지식이 없고 절박하다고 했어도 겁도 없이 어떻게 동물의 고환을 이식받을 생각을 한단 말인가. 현재의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모습들이다. 돈을 추구하는 공급자와 탐욕스러운 수요자들의 결합. 이것은 단순한 의료사기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탐욕에 대한 보고서다.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다니, 정말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 아닌가. 이 작품이 맷 데이먼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하니, 과연 이 그로테스크하고 섬뜩한 작품을 어떻게 스크린으로 옮겼을지 궁금하다. 헉! 표지를 다시 보니 이제는 염소마저 싫어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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