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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뇌 - 무엇이 남자의 행동을 조종하는가
루안 브리젠딘 지음, 황혜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요즘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를 다루는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사람은 남녀의 뇌에는 차이가 있다 하고, 누구는 차이가
없다 하는데 대체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인가. 결혼하고 나서도 나는 옆지기의 뇌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이렇게 말하니 무슨 사이코스릴러 같은
느낌이;;). 남자의 뇌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아이들이 모두 곰돌이이기 때문이다! 내 동생은 나에게 '보통의 평범한 여자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는데, 그것이 칭찬인지 욕인지는 차치하고라도, 그렇다고 해도 내가 여자인 이상 나의 뇌가 곰돌이들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텐데,
그 다른 부분은 무엇이고 다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지 알고 싶었다. 지금은 엄마만 아는 이 곰돌군들이 후에 어떤 남자들로 자라게 될
지 궁금하기도 했고, 뭔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긴다면 그것을 뇌의 탓으로 여겨야 하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도 찾고 싶었다고 할까.
대외적으로 남자의 뇌는 단순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자인 루안 브리젠딘이 실시해온 임상실험과 뇌과학에서 진화생물학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들은 매우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남자의 뇌는 당장 죽을 것 같은 유아기의 뇌, 잠이 없고 굉장히 지루해하며 위험을 감수하는
10대의 뇌, 정열적으로 유대감을 형성하는 짝짓기의 뇌, 자식에 푹 빠져 정신 못 차리는 아빠의 뇌, 사회적 계급에 집착하는 공격적인 뇌, 빨리
해결하기를 원하는 감정적인 뇌 등 여러 모습으로 소개된다. 새로 등장한 강력한 과학적 도구들의 도움으로 인간의 뇌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는데, 덕분에 과학자들은 남자와 여자 사이의 유전적, 구조적, 화학적, 호르몬과 뇌의 작동절차에 대한 차이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남자의 뇌에 대한 일반적인 성질을 살펴보면, 보통 남자들은 공간 정보를 처리하고 감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여자와는 다른 뇌
회로를 사용한다고 한다. 남자의 뇌 회로와 신경체계는 특히 얼굴 근육에도 다르게 작용하며, 남자의 뇌 시상하부에는 성적 충동에 할애된 공간이
여자의 뇌보다 2.5배나 더 크다. 또한 근육의 움직임과 공격성을 담당하는 중추 또한 여자의 뇌보다 더 크고, 가장 원시적인 영역의 중심부에 더
큰 운영 체계가 있는데 공포를 표현하고 방어적인 공격성을 촉발하는 편도가 바로 그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저자는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해서 그것이 어떻게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뇌의 변화가 어떻게 우리의 행동을 유발하는지 이해한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선택할 수 있게 되므로. 결국 인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더 나은 관계 구축'에 큰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당장 죽을 것 같은 유아기의 뇌를, 나는 이미 거치고 있다. 짝짓기의 뇌나 아빠의 뇌 등에 대해서도 딱히 관심이 없다. 옆지기를
통해 중요한 정보는 얻었고, 곰돌군들이 어떻게 행동할 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아이들의 짝이 될 것이므로.
내가 가장 관심있는 부분은 역시 '잠이 없고 굉장히 지루해하며 위험을 감수하는 10대의 뇌' 다. 정말 상상도 하고 싶지 않지만 곰돌군들과 내가
갈등을 빚게 된다면, 이 아이들이 아마도 이 10대의 뇌에 머물러 있을 때가 아닐까 추측하기 때문이다. 북한도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중2병, 그
병은 10대의 한 가운데서 발병한다.
소제목부터 공포스럽다. '내가 알던 아이가 사라졌다'라니! 밝고 협조적이었던 아들 제이크가 열네 살이 넘어가면서부터 짜증스럽고
무뚝뚝해져 싸움의 연속이라는 케이트 가족. 도무지 말이 안통하는 아이로 변해버린 아들. 남자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을 연마하는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하루 7리터씩 테스토스테론을 마시게 되는 시기에 남자들은 남성의 '투쟁 혹은 도피' 반응을 준비하게 되고, 성에 민감해지며,
아직은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끔 프로그램화되어 있지 않다. 학교 시스템의 모든 측면이 10대 소년이 지닌 모험적이고 자유를 추구하는 뇌와
충돌을 빚게 되어 있다니, 얌전히 교실에 앉아 수업 시간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 10대 남자아이들은 박수를 받을만하겠다. 이
외에 적혀있는 특징들을 읽다보니 예전에 만났던 아이들의 행동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과연.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다.
10대의 남자가 자신의 부모들과 어떻게 갈등을 빚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보니 내가 알고 있던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곰돌이들이 엄마, 엄마 하며 따라다니지는 않겠지만 이 아이들과 별 탈 없이 무사히 10대를 넘기려면
대비해야겠다. 개개인의 특성은 있겠지만 호르몬에 따른 변화라면 대체로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노력, 그것이
다른 성의 뇌에 흥미를 가지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