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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경비원의 일기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0
정지돈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프랑스 코딩 학교인 에콜42에 입학할 꿈을 가진 대학원생 주인공 ‘나’. '나'는 특히 시에 관심이 많고, 이런 '나'에게는
시를 쓰는 친구 기한오가 있으며, 그와 함께 어떤 독서모임에 참가하게 된다. 그 모임에서 만난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쓰는 에이치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나'는 서울스퀘어의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의 얼굴이자 관문으로 상징되던 거대한 적벽색 빌딩,
대우그룹의 본사였지만 매각과 리모델링을 거쳐 서울스퀘어로 다시 태어난 그곳에서 ‘나’는 ‘국제야간경비원연맹’의 아시아 지부장 조지훈을 만난다.
조지훈과 나는 가끔 새벽 시간 서울로7017로 올라 서울스퀘어의 파사드 위로 흐르는 LED의 불빛을 바라본다. 서울로7017은 2013년,
서울로가 아직 고가도로일 때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가 분신자살했던 장소이며, 2017년 고가도로가 서울로7017로 조성된 지 10일이
지난 어느 오후, 카자흐스탄에서 온 노동자가 투신자살한 곳이기도 하다.
조지훈에게는 꿈이 있었다. 서울스퀘어의 메인컨트롤러를 장악해 서울스퀘어의 미디어 파사드에 경비원들이 모든 빌딩을 점거했으며,
다국적 기업과 건물주의 소유에서 건축을 해방시킬 것이며, 도시를 정책의 수단에서 분리시켜 거리를 사람들에게 돌려줄 것이며, 서울은 시민의 것이다
등등의 메시지를 송출하고자 하는 꿈. 실제로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에서 보낸 프로그래머(해커)가 ‘나’와 조지훈의 도움을 받아 서울스퀘어로 잠입,
메시지를 코딩하는 일이 발생한다. 언론은 조지훈과 프로그래머들을 도시해커로 포장하고, 이 사건이 서울의 무분별한 개발, 다국적 기업의 침투와
신자유주의의 종말에 대해 경고하는 메시지라고 보도한다. 그 일로 조지훈은 구속되고 프로그래머들은 추방된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스무 번째 작품인 정지돈 작가의 [야간 경비원의 일기]다. 한 실패한 혁명가와 그 혁명을
계속해서 좌절시켜온 역사에 대한 이야기인 이 소설은 주인공이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2018년 1월 3일부터 2018년 3월 24일까지의
이야기를 블로그 형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정지돈 작가의 글은 처음 읽는데, 그 동안 접해온 핀 시리즈 중 가장 난해했다. 분량은 적고 읽는 데
별 문제는 없었지만 읽고 난 뒤 이상하게도 '내가 지금 뭘 읽은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랄까. 나에게는 심지어 해설부분조차도 어려웠는데,
다른 작품들과 달리 [야간 경비원의 일기]에 이어 한 편의 단편소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해설이라고 해야 할 지, 작품이라고
해야 할 지하는 부분은 박솔뫼 작가가 바통을 이었는데, 으아, 나는 이 해설부분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너무 힘들고 자괴감에 빠졌다. 이 글은
리뷰도 아니고 뭣도 아닌, 그저 작품을 읽었는데 당췌 이해를 못했다는 고해성사다.
아니, 그런데 적다보니 약간 화가 난다. 왜 내가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가! 작품을 꼭 이렇게 어렵게 써야 하는가! 아니면
해설이라도 친절하게 구구절절 달아주면 안되는 것인가! 나는 이런 글을 썼으니 어디 너는 한 번 읽어봐라-하는 작가의 오만함인가 싶어, 이런
작품들이 우리 시대의 문학이라면 나는 그냥 속 편하게 피철철 스릴러와 미스터리와 추리 소설만 주구장창 읽어보리라 결심해보기도. 으아, 어지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