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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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1과의 사카도 노부히코는 영업부의 에이스라 불리는 남자로 업무성과는 물론, 인품 면에서도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런 그와는 달리 회의에서조차 팔짱을 끼고 조는 핫카쿠 계장. 그의 이름은 본래 야스미(八角) 다미오지만, 사내에서는 야스미보다 핫카쿠라 불린다. 쉰 살, 초로의 남자로 어디에나 있는 무기력한 회사원의 전형같은 인물이랄까. 회의만 열렸다 하면 꾸벅대는, 출세에는 전혀 관심도 없는 만년 계장이다. 회의가 끝난 후 그런 핫카쿠 계장을 질타하는 사카도. 그 날 이후로 핫카쿠를 멸시하고 질타하는 사카도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싶을 때쯤, 핫카쿠 계장이 사카도를 '괴롭힘 방지 위원회'에 신고하고, 별 일 없이 끝날 줄 알았던 이 심의가 사카도의 인사부 대기 발령이라는 결과를 맞이하며 큰 파장을 일으킨다.

 

'꽃 같은 1, 지옥같은 2'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영업 2과 과장으로서 고생하던 하라시마 반지는, 사카도가 인사부 대기 발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후 새로운 1과 과장으로 발탁된다. 내심 이것은 기회인가!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 핫카쿠 계장과 잘 해나갈 자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솟아나지 않는다. 어쨌든 1과 과장이 되었으니 업무는 진행해야 할 터. 그 전에 1과 직원들은 물론 핫카쿠 계장과 상담을 하던 하라시마는 결국 사카도 일에 대한 진상을 묻고, 핫카쿠 계장은 이야기를 듣게 되면 '모르고 있을 권리를 잃게 되는데 괜찮냐'며 숨겨진 진실을 털어놓는다. 사카도가 얽힌 추악한 사건. 그리고 그것을 은폐하려는 조직의 행태. 그 안에서 개개인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묻는 묵직한 작품이다.

    

[한자와 나오키]로 유명한 작가 이케이도 준의 회사를 배경으로 하는 또 다른 이야기. 7편의 연작단편집으로 일곱 개의 회의를 소재로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사카도가 저지른 부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업부의 에이스였던 그가 어째서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인지, 그가 저지른 일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지, 일이 벌어지고 난 후 뒷수습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군상들을 통해 조직과 그 조직에서 해서는 안되는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출세욕이 없고 그저 게으르고 교활해보이기만 했던 핫카쿠 계장이, 사실은 입사 초기에는 능력있는 사원이었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자신의 신념대로 적당한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반전! 항상 졸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그가 날카로운 시각으로 주위를 둘러보면서 문제를 짚어내고 자신만의 정의를 관철시키는 모습은, 가슴 한 구석을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당신답네. 늘 손해 보는 역할만 맡고.

겉치레의 번영인가, 진실한 청빈인가. 핫카쿠는 후자를 선택했다.

 p493-494

 

 누구에게나 다 사연은 있었다. 심지어 사카도에게도. 사건의 진상을 모두 알게 된 순간, 어쩌면 그는 이 사건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조직의 부품 중 하나. 필요하면 이용하고 쓸모가 없어지면 잘라버리는 꼬리 중 한 부분.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조직의 적자나 회사의 도산 등만 걱정하는 경영진에 모습에는 씁쓸함을 느꼈다. 고객이나 그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과연 이 현실에는 존재할까. 일본 최고의 스토리텔러이자 페이지터너로 평가받는 작가의,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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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에 미쳐서
아사이 마카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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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였던 남편 가즈마를 병으로 잃고 오사카의 습자소에서 일하며 홀로 생계를 꾸려오던 지사토. 그런데 실력이 영 안 좋은 건지, 수완지 부족한 건지 벌써 세 번째로 습자소에서 잘렸다. 게다가 급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처지. 원래 에도 사람이었던 지사토였던 터라 오사카 생활 지긋지긋하다며 숙소로 돌아왔는데! 도둑이 들어 죽은 남편에게 선물받은 비녀마저 훔쳐가버렸다. 그런 그녀에게 집세를 독촉하는 집주인. 이놈의 오사카 정말 지긋지긋하다며 나가야 하수구 덮개를 발로 쾅쾅 밟으며 화를 내는 지사토에게, 어디선가 난데없이 큰북을 짊어지고 나타난 한 남자, 세이타로가 거만하게 한 마디 한다. 어디서 굴러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오사카에 인정이 없다는 말을 들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자기네 가게에 와서 일하라는 세이타로. 결국 오도가도 못할 처지가 된 지사토는, 오사카에서 야채 도매상 중에서도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는 '가와치야'에서 일하게 된다. 냉정하지만 아름다운 안주인 시노를 바로 곁에서 모시는 하녀로.

가와치야는 오사카의 야채 도매상 시장을 주름잡는 곳. 막부의 보호를 받으며 야채를 독점 판매하는 상인회는, 직접 재배한 야채를 적게나마 팔아서 먹고 살려는 농부들을 탄압한다. 이 와중에 정말 야채를 좋아하고 아끼는 세이타로는 상인회와 농부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얼떨결에 뒤란의 텃밭을 일구면서 흙을 만지는 기쁨을 알게 된 지사토 역시 여기에 합류하게 된다. 가난한 농부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고 불합리한 독점 상황을 타파하여 야채시장의 유통구조를 개혁하고자 하는 세이타로. 그리고 그런 그와 가와치야를 위협하는 악의 세력. 뭘 하든 제멋대로에 마무리가 허술하고 참을성이 모자란 '스카탄'인 줄 알았건만, 야채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는 기가 막힌 세이타로에게, 지사토는 어느 새 눈길이 가고 마음이 머물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는 오랫동안 만나온 게이샤 고만이 있었으니! 세이타로의 야심찬 계획과 지사토의 마음은 어떻게 될 지 은근 긴장하면서 지켜보았다!

 

사실 작품 초반에는 책을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왜 그런고로 하니,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덕분에 일본문학을 좋아하고, 번역본이든 원문이든 많이 읽었다고 생각한 나도 오사카 사투리를 비롯한 익숙치 않은 단어들의 등장에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는 이리 책을 읽어내려가는 것도 가끔 힘겨운데, 이렇게 세심하게 번역을 맡아주신 역자님에게 감사인사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랄까. 게다가 초반에는 갈등상황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은 채, 지사토가 가와치야에 적응해나가는 과정, 의미전달 등에 중점을 둔 느낌이라 이야기가 조금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 결말로 갈 때는 세이타로와 지사토의 애정행방, 가와치야의 마나님 시노가 점점 지사토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것을 보는 재미, 악의 세력 처단 등의 흥미로운 요소들이 가득해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야채에 미쳐서]는 50세의 늦깍이 나이에 데뷔한, 일본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문학상인 나오키 상과 전국 서점원이 뽑은 시대소설 대상을 동시에 석권한 작가의 주목받는 작품이다! 게다가 오사카의 서점과 도매상이 벽을 허물고 한 권의 정말로 좋은 책을 팔자-라는 목표로 만들어진 문학상인 Osaka Book One Preject 선정작이기도 하다. 작품의 원제목인 '스카탄'은 오사카 사투리로 '얼간이, 바보, 허당'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저 야채를 사랑하고, 호탕한 한 사내의 야채사랑 이야기. 그러다 정인을 만나게 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마지막에는 무릎을 탁 칠만한 반전같은 이야기도 살짝 비춰지는데, 그것이 정말 반전인지 아닌지는. 나만 간직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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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나랑 50가지 컬러링 대화 - 하루 10분, 아이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 엄마랑 나랑 대화 시리즈 2
자스민 나라얀 지음, 한나 데이비스 그림, 공은주 옮김 / 명랑한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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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리뷰쓰는 것 외의 취미생활이 달리 없는 저지만!

요즘 채완이와 함께 하는 활동이랄까, 놀이랄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컬러링입니다!

 

사실 혼자 하는 컬러링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두 아이 쫓아다니고, 책 읽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시간들.

가만히 앉아 컬러링을 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에 '엄마랑 나랑'이 들어간 것으로 짐작하실 수 있는 것처럼

아이와 함께 컬러링 작업을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조금 복잡한 패턴은 엄마가, 단순하고 큼지막하게 칠할 수 있는 부분은 아이가 할 수 있도록요!

그래서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색을 칠할 수 있답니다.

 

사실 아이에게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턱대고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도 쉽지 않고요.

저는 아직 채완이가 어려서 대수롭지 않게 '오늘 잘 놀았어? 친구랑 안 싸웠어?'라고 물어보지만

아이들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커도 엄마와 대화하지 않으려고 할까봐 살짝 겁이 나요.

그럴 때 같이 미술활동 하면서 아이가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요 컬러링을 활짝 펼쳐 보았습니다.

 

이 책은 아동의 주요 발달 영역인 자기인식, 관계, 가정, 학교, 놀이, 상상력에 초점을 맞추어 구성되었어요.

각 장 도입부에는 해당 영역의 아동 발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나와 있고요,

각 컬러링 그림과 연관된 질문이 나와 있어 대화를 유도할 수 있는 팁을 알려줍니다.

 

아이와 함께 컬러링을 하기 전에 주의해야 할 점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안 되는 지 등이 꼼꼼하게 적혀 있습니다.

 

채완이는 요즘 색칠하기에 부쩍 관심이 많아요.

하지만 두찌 윤우님이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를 먹으려고 달려드는 통에 좀처럼 시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 날은 큰 맘 먹고 '함께 해볼까' 하고 물어봤더니 너무 신나하더라고요!

왼손에는 빵, 오른손에는 색연필.

엄마 쪽으로 난입!

과일을 고른 것도 채완이였어요!

아직 미숙하지만 열심열심!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아직 채완이에게 이 책은 너무 과분하다! 였습니다.

그냥 마구 칠하게 내버려두기에는 아까웠어요.

 

제 생각에는 채완이보다 조금 연령이 있고

아이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님들이 사용하시면 더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아무래도 구성된 목적이 있으니, 그 목적에 맞춰 사용하는 게 더 효율적일 듯 해요.

채완이 연령 아이들에게는 그냥 낙서장이나 마음대로 칠할 수 있는 컬러링북이 더 적합한 것 같고요.

 

저는 고이 모셔두었다가

아이가 한 일곱살, 여덟살 되면 다시 꺼내어볼까 합니다!

아무래도 그 때는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지금보다는 줄어들테니 10분의 컬러링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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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사랑학 수업 - 사랑의 시작과 끝에서 불안한 당신에게
마리 루티 지음, 권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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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책을 읽었으니, 내 지나간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다. 옆지기까지 포함하면 나는 총 네 번의 연애를 경험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10대 후반-20대 초반에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밀당같은 것이었다. 밀당을 어떻게 연애의 변주에 포함시키느냐고 묻는다면, 지금 생각해도 나는 그를 아주 많이 좋아했었기 때문이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도 나를 좋아했던 것이 확실하다!고 말하고 싶으므로 그냥 내 마음대로 연애로 확정지었다. 땅땅! 네 명의 남자 중 이 첫사랑과 옆지기를 제외한 두 명의 남자는 모두 나를 실망시켰다. 두 번째 남자는 헤어지자는 말을 할 용기를 내지 못해 관계의 마지막에 가서는 나의 결점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나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려 애썼고, 세 번째 남자는 만나는 내내 나에게 보여주었던 그의 장점이 무색할 정도로 이별의 말조차 제대로 남기지 않은 채, 자신의 상황이 힘듦을 피력하며 숨어버렸다. 정확하게는 주도권의 칼을 억지로 나에게 쥐어주며 마지못해 선택하게 했다는 표현이 맞을까. 연애에 있어서 단 하나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이별할 때 제대로 된 과정을 지키지 않는 남자들은, 그 연애의 과정이 어떠했든 최악의 남자라는 것이다. 상대에게 조금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옆지기와 만난 것은 우연일 수도 있고 운명일 수도 있다. 우리가 만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물질적인 것이 아니라-이 맞아야 했는데, 아마 그 중 하나만 어긋났어도 옆지기와 만날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앞의 사람들과 옆지기가 달랐던 점은, 옆지기 앞에서는 솔직하게 나의 본모습을 내보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의 저자 마리 루티가 언급한 것처럼 신데렐라 이야기 속 왕자도 신데렐라의 본모습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았다. 왕자가 청혼한 사람은 파티에서 본 화려한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는 누더기를 입은 재투성이 아가씨. 물론 우리의 본모습은 결혼한 후에 많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결혼 전에도 나는 이 사람 앞에서 내 감정을 숨김없이 말하고 표현할 수 있었다. 앞의 사람들에게는 나의 결점이나 감정 등을 숨기거나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옆지기는 나의 모든 것을 내보이고도 이런 나를 받아줄 것이라 믿는 단 한 사람이라고 할까. 이렇게 말하면 우리가 평소 전혀 싸우지 않고 꽁냥꽁냥만 하며 사는 줄 알지만, 우리 부부 투닥투닥 많이 다툰다. 세상에 완벽한 상대란 없으므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은 우리에게 있어 항상 관심의 최상위를 차지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랑은 인생의 모든 것을 끌어다 품어서 우리의 인격을 변화시키고, 성공한 사랑은 우리의 다른 활동까지 빛나게 하며, 설사 실패한 사랑이더라도 상대를 더 깊이 배려하라고 채근한다. 사랑을 많이 해 본 사람일수록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는-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한다- 과거의 사랑의 기억을 곱씹으며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깨닫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쓰기 때문일 것이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은 그런 사랑과 연애에 있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인식과 사고, 연애에 성공하기 위한 마음가짐, 한 인간으로서 성숙한 사랑을 경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 책은 하버드대학교에서 3년간 진행되며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던 사랑에 대한 강의다. 브라운대학교, 파리7대학교, 하버드대학교를 거치며 문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등을 전방위로 섭렵한 마리 루티 교수는 하버드대생들에게 그랬듯이 깊이 있는 이해와 놀라운 통찰력으로 독자들을 진정한 사랑의 세계로 안내한다. 모두 12개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강의는 딱딱한 이론에만 의지하지 않고, 마리 루티 교수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 학생들의 고민거리,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가십걸!-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재미있고 현실감 있게 진행된다. 이를 통해 도출되는 12가지 오해와 진실은 사랑의 본질을 꿰뚫고, 사랑할 때 하지 말아야 할 10가지 행동은 그동안 우리가 해온 사랑을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다.

1부에서는 남자의 사랑과 여자의 사랑이 다르다는 오래된 오해를 바로잡고, 2부에서는 사랑을 신성시하고 이별을 금기시하는 우리의 편견과 두려움을 해결한다. 유혹하는 법과 작업하는 법 등 연애를 ‘시작’하는 기술에 대해서만 열을 올리는 다른 연애서들과는 달리, 이 책은 '잘 떠나보내야 잘 살 수 있다'며 이별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더 중요하게 설명한다. 실패한 사랑으로 불행에 빠져 있는 사람에겐 '사랑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라는 위로를 던지며, 이미 식어버린 사랑을 연장하려 애쓰는 사람에겐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며 연애의 통제 불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마리 루티 교수는 그 동안 신성시되어왔던 기존의 연애지침서를 과감하게 깨부순다. 남성과 여성의 고정된 성역할을 거부하고, 각각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개성을 갈고 닦아 온전한 자신으로 거듭날 것을,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것을 당부한다. 지금 이 순간, 혹시라도 다른 지침서에 따라 밀당을 하고 있다면 당장 그 게임에서 벗어나시라! 게임에 집중한 나머지 사랑이 메말라버릴 테니까. 이 책에 실린 사랑을 잘해내기 위한 조언을 발판 삼아 충만한 사랑을 경험하기를 권한다. 오랜만에 줄까지 쳐가며 열심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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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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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안전운전하세요!]

[교통경찰의 밤]을 읽다보니 도대체 이 작가가 쓰지 않는 분야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무리 초기작이라고는 해도 이번 소재는 교통사고.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교통경찰이 등장해 그 날, 그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헤친다. 내가 읽어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단편을 잘 쓰는 작가가 장편도 잘 써낸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어쨌든 이 작가는 요물이다! 게다가 엄청난 다작! 그리고 초기작과 근래 펴낸 작품들 사이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본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아마 그의 이름은 오래오래 역사에 남지 않을까.

이 [교통경찰의 밤]은 예전에 한 번 읽어본 적이 있는데 다시 읽어도 여전히 새로운 이 느낌은 무엇. <천사의 귀>에서는 서로 신호등이 파란색이었다 주장하는 사고차량들이 등장한다. 심지어 한 명의 운전자는 사망하고, 그 사망자와 동승한 사람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귀가 과연 사건처리에 도움이 될까. <중앙분리대>에서는 한 대의 트럭이 도로를 달리다 무언가를 피하려는 듯 급브레이크를 밟고 옆으로 쓰러진다. 운전자는 사망. 그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위험한 초보운전>에서는 느리게 앞서가는 초보운전자를 곯려주기 위해 위협하던 운전자에게 발생한 깜짝놀랄만한 전개가 그려지고, <건너가세요>에서는 노상주차로 인해 벌어진 마음 아픈 사건이 묘사된다. 아내 몰래 바람 피운 남자의 이기심으로 벌어진 살인사건과 그와 관련되어 한 여인이 시력을 잃은 사건을 그린 <버리지 말아줘>, 진술과는 다른 사고 양상을 보이는 <거울 속으로>까지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저마다의 매력을 자랑하며 이야기의 재미를 뽐내고 있다.

여기부터는 스포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 중에서 <중앙분리대>를 잃고 한동안 요동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트럭운전사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은 이유는 노상주차되어 있던 한 자동차의 머리가 앞으로 나와있어서가 아니라, 정말 개념없는 한 여자가 무단으로 길을 건넜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도중에 샌들이 벗겨져 그 길을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깜짝 놀란 트럭운전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목숨을 잃은 남자는 한 여인의 소중한 남편이었다. 하지만 이 개념없는 아주머니에게 엄벌이 처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트럭 운전사의 아내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 여성을 처벌하려고 한다. 소중한 이를 잃고 내린 결의. 그 와중에도 자기 변명만 하는 그 아주머니가 정말 밉살스러웠다. 으아, 현실에서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피눈물이 날까. 무단횡단, 안됩니다, 여러분! 소중한 미래의 씨앗들이 지켜보고 있어요. 첫째 곰돌군이 어린이집을 오갈 때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가끔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엄마, 저 사람들은 왜 길을 건너요? 빨간불인데? 라고 물어보는데, 참, 대답할 말이 없어요. 제가 부끄럽습니다. 부디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자고요!

<위험한 초보운전> 속에서 앞의 차량을 위협하는 남자도 정말 진상이다. 자신도 면허를 딴 지 1년 밖에 안된 주제에, 앞의 차량이 조금 느리게 간다고 위협하는 모습이라니! 게다가 자신 때문에 사고가 났음에도 나 몰라라 도망치는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복장이 터졌다. 한밤중에 초보운전 스티커 붙이고 운전하는 운전자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아마 그 운전자에게 뒤에서 위협하는 차량은 흉기를 들고 쫓아오는 살인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교통사고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혼자 운전할 때도 무섭지만 아이들을 뒤에 태우고 운전할 때는 정말 두렵다. 게다가 자기 앞에 끼어들었다고 해서 다짜고짜 다가와 욕을 퍼붓는 사람들이라니. 그 사람들의 아이는 과연 그런 부모 밑에서 어떤 인성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 지. 자신부터 되돌아볼 일이다. 모두 안전운전하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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