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사랑학 수업 - 사랑의 시작과 끝에서 불안한 당신에게
마리 루티 지음, 권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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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책을 읽었으니, 내 지나간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다. 옆지기까지 포함하면 나는 총 네 번의 연애를 경험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10대 후반-20대 초반에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밀당같은 것이었다. 밀당을 어떻게 연애의 변주에 포함시키느냐고 묻는다면, 지금 생각해도 나는 그를 아주 많이 좋아했었기 때문이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도 나를 좋아했던 것이 확실하다!고 말하고 싶으므로 그냥 내 마음대로 연애로 확정지었다. 땅땅! 네 명의 남자 중 이 첫사랑과 옆지기를 제외한 두 명의 남자는 모두 나를 실망시켰다. 두 번째 남자는 헤어지자는 말을 할 용기를 내지 못해 관계의 마지막에 가서는 나의 결점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나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려 애썼고, 세 번째 남자는 만나는 내내 나에게 보여주었던 그의 장점이 무색할 정도로 이별의 말조차 제대로 남기지 않은 채, 자신의 상황이 힘듦을 피력하며 숨어버렸다. 정확하게는 주도권의 칼을 억지로 나에게 쥐어주며 마지못해 선택하게 했다는 표현이 맞을까. 연애에 있어서 단 하나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이별할 때 제대로 된 과정을 지키지 않는 남자들은, 그 연애의 과정이 어떠했든 최악의 남자라는 것이다. 상대에게 조금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옆지기와 만난 것은 우연일 수도 있고 운명일 수도 있다. 우리가 만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물질적인 것이 아니라-이 맞아야 했는데, 아마 그 중 하나만 어긋났어도 옆지기와 만날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앞의 사람들과 옆지기가 달랐던 점은, 옆지기 앞에서는 솔직하게 나의 본모습을 내보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의 저자 마리 루티가 언급한 것처럼 신데렐라 이야기 속 왕자도 신데렐라의 본모습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았다. 왕자가 청혼한 사람은 파티에서 본 화려한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는 누더기를 입은 재투성이 아가씨. 물론 우리의 본모습은 결혼한 후에 많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결혼 전에도 나는 이 사람 앞에서 내 감정을 숨김없이 말하고 표현할 수 있었다. 앞의 사람들에게는 나의 결점이나 감정 등을 숨기거나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옆지기는 나의 모든 것을 내보이고도 이런 나를 받아줄 것이라 믿는 단 한 사람이라고 할까. 이렇게 말하면 우리가 평소 전혀 싸우지 않고 꽁냥꽁냥만 하며 사는 줄 알지만, 우리 부부 투닥투닥 많이 다툰다. 세상에 완벽한 상대란 없으므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은 우리에게 있어 항상 관심의 최상위를 차지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랑은 인생의 모든 것을 끌어다 품어서 우리의 인격을 변화시키고, 성공한 사랑은 우리의 다른 활동까지 빛나게 하며, 설사 실패한 사랑이더라도 상대를 더 깊이 배려하라고 채근한다. 사랑을 많이 해 본 사람일수록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는-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한다- 과거의 사랑의 기억을 곱씹으며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깨닫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쓰기 때문일 것이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은 그런 사랑과 연애에 있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인식과 사고, 연애에 성공하기 위한 마음가짐, 한 인간으로서 성숙한 사랑을 경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 책은 하버드대학교에서 3년간 진행되며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던 사랑에 대한 강의다. 브라운대학교, 파리7대학교, 하버드대학교를 거치며 문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등을 전방위로 섭렵한 마리 루티 교수는 하버드대생들에게 그랬듯이 깊이 있는 이해와 놀라운 통찰력으로 독자들을 진정한 사랑의 세계로 안내한다. 모두 12개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강의는 딱딱한 이론에만 의지하지 않고, 마리 루티 교수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 학생들의 고민거리,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가십걸!-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재미있고 현실감 있게 진행된다. 이를 통해 도출되는 12가지 오해와 진실은 사랑의 본질을 꿰뚫고, 사랑할 때 하지 말아야 할 10가지 행동은 그동안 우리가 해온 사랑을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다.

1부에서는 남자의 사랑과 여자의 사랑이 다르다는 오래된 오해를 바로잡고, 2부에서는 사랑을 신성시하고 이별을 금기시하는 우리의 편견과 두려움을 해결한다. 유혹하는 법과 작업하는 법 등 연애를 ‘시작’하는 기술에 대해서만 열을 올리는 다른 연애서들과는 달리, 이 책은 '잘 떠나보내야 잘 살 수 있다'며 이별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더 중요하게 설명한다. 실패한 사랑으로 불행에 빠져 있는 사람에겐 '사랑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라는 위로를 던지며, 이미 식어버린 사랑을 연장하려 애쓰는 사람에겐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며 연애의 통제 불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마리 루티 교수는 그 동안 신성시되어왔던 기존의 연애지침서를 과감하게 깨부순다. 남성과 여성의 고정된 성역할을 거부하고, 각각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개성을 갈고 닦아 온전한 자신으로 거듭날 것을,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것을 당부한다. 지금 이 순간, 혹시라도 다른 지침서에 따라 밀당을 하고 있다면 당장 그 게임에서 벗어나시라! 게임에 집중한 나머지 사랑이 메말라버릴 테니까. 이 책에 실린 사랑을 잘해내기 위한 조언을 발판 삼아 충만한 사랑을 경험하기를 권한다. 오랜만에 줄까지 쳐가며 열심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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