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말해 주지 못했을까 - 반성합니다. 내 아이를 부수었던 대화를…
베르나데트 르모완느.디안느 드 보드망 지음, 강현주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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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합니다. 내 아이를 부수었던 대화를...'이라는 문구를 보니 새삼 마음이 시리다. 첫째가 태어나고 약 28개월,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는 첫째에게 화를 낸 적이 없었다. 아무리 떼를 쓰고 고집을 부려도 짜증이나 화 안내고 기다려주고 말로 설명하면서 정말 애지중지 키웠던 것 같다. 오죽했으면 곁에서 지켜보시던 친정엄마도 내 성질 많이 죽었다며, 엄마였으면 매를 열 번은 더 들고 남았겠다고 말씀하셨을까. 그런데 둘째가 태어나고나니 일단 내가 너무 힘든 거다. 나의 저질체력으로 남아 둘을 보자니 기운은 딸리는데, 첫째는 또 미운 네 살 시기가 겹치더니 우리의 불화(?)가 시작되었다. 사실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은 변한 것이 없다. 그저 성장의 단계를 밟고 있었을 뿐,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었는데 변한 것은 나였다. 이제 말을 좀 알아듣고 서로 대화가 좀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옆지기가 너무 심한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나의 짜증과 분노의 화살이 어느 순간 갑자기, 첫째에게 향해버렸다.

한 번은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한 적이 있다. 엄마가 자신에게 화를 낼 때의 심정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활동이었는데 아이는 까만색으로 줄을 쫙쫙 그으면서 '엄마가 화를 내면 마음이 갈라지는 것 같아'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그 때 얼마나 놀라고 마음이 아팠는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첫째에게는 살싱성인 육아 했다. 정말 나의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사랑했고 키웠는데, 동생이 태어난 후 내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짜증내는 빈도가 늘었으니, 아이는 얼마나 놀라고 슬펐을까. 지금은 완전히 예전처럼은 아니더라도 심하게 짜증이나 화를 내지는 않는데, 아마도 둘째가 태어난 초기의 나는 조금 우울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심한 말을 한 엄마의 마음도, 물론 좋을 리가 없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눈물 흘리기 일쑤. 이런 엄마가 세상에 어디 나 하나 뿐이랴. 더 늦게 깨달아 아이의 마음이 너덜너덜해지기 전에 자신의 상태와 아이에게 건네는 말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왜 그렇게 말해주지 못했을까]는 상처주지 않고 말하는 방법, 자존감과 사회성을 키우는 마음을 읽는 대화, 혼내기 전에 아이의 불안감 이해하기, 공부 태도가 바뀌는 따뜻한 말의 가치, 아이의 마음을 지옥으로 만드는 말 끊어내기 등 총 5개의 챕터로 나뉘어 아이의 심리와 상황에 따른 대화 방법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아이에게 해주면 좋은 말, 이렇게 하면 안되는 언행 등 구체적인 상황과 대화의 예시들이 실려 있어 적용하기 쉽게 구성되었다는 것이 장점.

내가 세상에 태어나 제일 잘한 일이 아이들을 낳은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 아이들을 사랑한다. 그런데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엄마가 자기 마음을 아프게 한다니, 비극이다. 내가 화를 낼 때 가끔 아이의 눈빛이 변할 때가 있는데, 그런 눈빛으로 아이가 커가길 바라지 않는다.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 지, 아이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한 번쯤 읽으면서 체크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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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게네스 변주곡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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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로 등단하고 싶은 한 남자. 용기내어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투고의사를 밝히고 잠시 상담을 한 후 출판사 근처 노천 카페에서 한 편집자를 만나게 된다. 얼떨떨해하는 남자에게 편집자는 대뜸, 등단하고 싶으면 일단 살인부터 하라고 말한다. 원고에 영혼을 불어넣는 추리소설가가 되고 싶으면 사람을 죽여야 한다니, 다소 황당무계한 발언이지만, 듣는 사이 남자는 이 편집자의 말에 감화되고 만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다시 연락하라는 편집자와 헤어지고 복잡한 머리를 정리할 겸 서점에 들른 그는 그 곳에서 한 자매를 만나게 되는데, 자매 중 언니 쪽이 추리소설을 폄하하는 말을 듣고 분노에 휩싸인다. 밀실 살인은 어린애들을 꾀는 사기극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이 밀실의 절망을 깨닫게 해주겠다는 남자. 며칠 후 한 대학의 연극부 부원인 여학생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추리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바로 그. 그는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여학생을 살해했는지 출판사 편집자에게 털어놓고, 광기에 싸여 두문불출한 채 오직 소설만 썼다. 그런 남자에게 경찰이 찾아온다.

 

[디오게네스 변주곡]은 찬호께이의 등단 1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집으로 총 열일곱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난 10년간 여러 경로로 발표한 단편소설을 묶은 것으로 여기에는 미발표 작품들도 포함된다. 열네 편의 단편소설과 세 편의 습작. 그런데 습작조차도 너무나 흥미롭고 흥미진진하다. 오히려 이 짧은 습작이 뒤에 어떤 반전과 놀라움을 안겨줄 지 기대하게 만든다. '변주곡'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수록된 작품마다 배경음악을 지정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작가 자신이 직접 유튜브에 [디오게네스 변주곡]을 위한 재생목록까지 만들어놓았다. 나는 책을 읽다 중간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미 이야기에 깊이 빠져버린 나머지 검색할 여유가 없었지만, 혹시라도 이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 이 정보를 알았다면 미리 유튜브에 들어가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앞서 소개한 작품은 <추리소설가의 등단 살인>이라는 작품으로, 타이완추리작가협회가 2010년에 내부적으로 회원 교류 프로젝트를 열어 '피가 없는 살인'을 주제로 회원들의 작품을 받는 이벤트에 출품되었다. '살인'에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만이 아닌 다른 의미를 넣어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그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작품에 담긴 메시지가 잔인하고 처절하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 [디오게네스 변주곡]에 실린 작품 대부분이 재미있고 흥미롭지만 맨 앞에 실린 <파랑을 엿보는 파랑>부터 몰입하게 된다. 어둠 속에서 다른 사람을 훔쳐보는 쾌감을 사랑하는 한 남자. 그리고 그가 벌이는 어떤 사건. 읽자마자 '우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엄지 척.

 

미스터리, 서스펜스, 호러, 판타지, SF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장르가 여기 이 한 권에 담겨 있다. 어째서 찬호께이가 중국어권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는지, 그를 잘 알지 못하는 독자라도 이 [디오게네스 변주곡] 한 권만 읽어도 그 이유를 알게 되지 않을까.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았던 작품집. 지금까지 국내 출간된 그의 작품 중 아직 읽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즐거운 독서는 독자를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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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스탠퍼드 대학교 최고의 인생 설계 강의, 10주년 전면 개정증보판
티나 실리그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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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에게 5달러와 두 시간을 주고 그것을 활용해 돈을 벌어오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창의력이 지극히 떨어지는 나로서는 이런 종류의 질문들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대학 다닐 때 이런 질문을 듣고 프로젝트를 실행하라고 했다면 누구보다 망연자실했을 게 틀림없다. 이 질문은 저자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스탠퍼드 대학교 디 스쿨에서 강의를 하며 학생들에게 내 준 과제로, 그녀는 열네 개 팀에게 종자돈 5달러가 들어 있는 봉투를 나눠주고는 아이더를 짜는 데는 얼마든지 시간을 들여도 좋으나 봉투를 연 순간부터는 두 시간 내에 최대한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각 팀에게 일요일 저녁까지 과제를 완수하고 발표 자료를 만들어 제출한 뒤, 월요일 오후에 3분간 프레젠테이션을 하도록 시킨다. 으아. 글자를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벌렁, 머리속이 복잡해져온다. 나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주입식 교육의 산물인지, 아마도 나는 이 과제를 '대충' 넘기려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저자가 주문한 프로젝트를, 물론 나처럼 단순하게 생각하고 어영부영 실행한 학생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과제를 진지하게 파고들어 전통적이고 흔한 사고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냈고, 최대한의 가치를 창출해냈다. 게다가 두 시간 동안 상당히 많은 돈을 번 팀들은 5달러를 단 한 푼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니, 놀라울 수밖에. 그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팀은 650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잠재된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한 학생들. 학교 안과 밖의 생활에는 크게 차이가 있다. 어떤 일에는, 대부분은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교육 안에서 교육받고 훈련받았던 일들이 단 한 가지로 무너지는 일도 빈번히 발생한다. 정해진 답을 찾는 연습만 해왔던 나같은 사람은 사회에 나가는 순간 당황하기 마련이다. 세상을 완전히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는 것. 결코 쉽지 않지만 특히 이 시대에는 필요한 일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회를 찾아내고, 우선순위를 균형있게 조절하고, 실패에서 배우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날마다 마주칠 장애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새로운 렌즈를 갖게 하는 것. 그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목표였다.

 

전 세계 15개국 번역, 한국에서만 50만 독자가 선택한 베스트셀러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 출간 10주년을 맞아 전면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왔다. 이는 창의적 인재들을 발굴해내는 것으로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의 명강의 ‘기업가정신과 혁신’을 바탕으로 정리한 책으로 출간 당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독자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며 ‘잃어버린 스무살 되찾기’ 열풍을 일으켰다. 인생의 첫 번째 스텝에 들어설 20대, 그리고 인생을 재설계하고픈 30~40대 독자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사하는 책으로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개정증보판에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과정으로 주목받는 스탠퍼드 대학 ‘디 스쿨(d.school)’에서 글로벌 인재들을 가르쳐온 그녀의 지난 10년이 오롯이 담겨 있다. 무려 10년 동안 스탠퍼드에서 명강의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기업가정신과 혁신’ 강의를 바탕으로 스탠퍼드 강의실에서 만난 색다른 아이디어를 담아냈을 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 래리 페이지 등 세계적인 혁신가들로부터 얻은 인사이트를 예시로 초판에선 볼 수 없었던 인생 설계의 요령과 새로운 아이디를 추가했다.

 

자기계발 관련 책을 잘 읽지 않는 나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울 책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중간중간 삽입된 소제목들만 읽어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달리 보면 해결되는 것들', '기발한 최악의 아이디어', '과감히 규칙을 깨라', '허락을 기다리거나 스스로 결정하거나', '복권에 당첨되려면 우선 복권을 사라', 직업 선택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 혹시라도 책의 매력을 미리 접하고 싶다면 훌렁훌렁 넘기면서 작은 제목들부터 읽고 마음에 드는 부분부터 읽어내려가도 좋겠다.

 

제목에는 '스무 살'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지만, 사실 나이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무 살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알게 되는 것들도 있고, 지금 알게 되어 그 가치가 더 소중해지는 것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혹시 지금 슬럼프에 빠져 있거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아니면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읽어보기를 권한다. 혹시 누가 알겠는가. 이 책에서 자신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방향을 발견하게 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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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랑 이야기 웅진 모두의 그림책 27
티아 나비 지음, 카디 쿠레마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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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장갑'을 소재로 이 책은 어떻게 풀어냈을까요.

왼쪽 장갑에게 들려온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

소리가 너무 작아 주인인 트리누는 듣지 못하고, 장갑은 주머니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밉니다.

떨어진 것은 자신의 단짝, 오른쪽 장갑.

 

한짝만 남은 장갑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는 왼쪽 장갑은 겁이 덜컥 났죠.

쓰레기장에 뒹굴어 까마귀와 갈매기들이 콕콕 쪼아댈 거고,

운이 좋아 새가 둥지로 물어간다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축축해지고 썩게 될 거에요.

 

트리누 때문에 힘들지 않은 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트리누는 그동안 장갑들을 아끼고 사랑해주었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몸을 비틀어 힘껏 바닥으로 떨어진 왼쪽 장갑.

바들바들 떨면서 누워 있었지만 트리누는 알아채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났어요.

 

그 때, 몇 발짝 걸어가던 트리누가 걸음을 멈추고 홱 돌아섭니다.

왼쪽 장갑을 주우러 온 트리누는 오른쪽 장갑도 없어졌다는 것을 알아채고

오던 길로 되돌아가 왼쪽 장갑과 오른쪽 장갑을 다시 만나게 해 주었답니다.

그림책의 분위기는 다소 어두운 편이지만

전해지는 이야기는 무척 따뜻해요.

 

자신의 소중한 단짝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낸 왼쪽 장갑.

그렇게 떨어진 장갑을 주워 아끼는 트리누의 모습은 가슴 한 쪽에 따스한 온기를 전달해줍니다.

 

이렇게 작은, 장갑이라는 소재로 요런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에요.

 

요즘은 아이와 그림책을 보면서

그림에 집중하도록 노력하고 있는데요,

그림책의 세계가 얼마나 무궁무진한 지.

 

올해는 좋은 그림책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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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스먼트 게임
이노우에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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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하라'문제는 아키쓰에게!]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소도시, 도야마 항에서 가까운 마루오 슈퍼 도야마 추오점에서 점장을 맡고 있는 아키쓰 와타루. 과거에는 도쿄 본사의 중추였던 점포개발부에서 요직을 맡고 있었지만 7년 전 어떤 사건을 계기로 본사에서 나왔다. 그 후로 아키타, 도야마 등 북쪽의 작은 지점에서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본사의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으로의 인사이동 명령이 떨어진다. 사내 문제와 해러스먼트를 주로 다루는 컴플라이언스실이라니, 왜 갑자기 나에게?! 라는 의문을 가득 안고 도쿄로 향하는 아키쓰. 전임 실장이 갑자기 쓰러진 후 홀로 업무를 처리하던 다카무라 마코토와 함께 회사 내에 일어나는 온갖 해러스먼트를 해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아키쓰애게는 꼭 들어야만 하는 답이 있다. 자신의 부하 직원이었던 와키타가 어째서 자신을 파워하라(같은 직장에서 직무상의 지위나 인간관계의 우위성을 배경으로 적정한 업무를 초과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고통을 주는 행위)로 밀고한 것인지. 그 이유에 대한 답을, 이번에는 꼭 듣고 싶다.

작품 안에서 제시되는 해러스먼트의 종류는 다양하기도 하다. 세쿠하라(성희롱)와 파워하라는 물론, 해러스먼트로 고소하겠다고 위협하는 하라하라, 일종의 오지랖으로 일어나는 참견 해러스먼트, 리스하라(법률 규칙에 의거해 악의적으로 상대방을 구속하는 괴롭힘), 파타하라(부성 침해. 육아를 위한 휴가, 노동시간 단축 등을 신청하는 남성을 짓궂은 언행으로 괴롭히는 것), 젠더하라 등. 일상생활에 이렇게도 많은 해러스먼트가 있었나 놀라울 정도로 수많은 '하라'가 등장하는 데다, 이건 해서 안 되고, 저것도 해서는 안되는 이런 저런 기준들이 제시되어 있어 요즘 세상 살아가기 참 힘들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요즘에는 학교에서도 교사가 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등을 툭툭 치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한다더라. 물론 조심하는 것이 맞겠지만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는 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한다.

주인공인 아키쓰를 보면 [한자와 나오키] 속 한자와 부장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출세에 딱히 관심도 없고, 그저 주어진 일에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면서 묵묵히 임무를 완수해내는 사람.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불성실해보이는 것 같기도 하지만 모든 행동을 계산하는 노련한 면과 기발한 아이디어도 갖추고 있다. 비록 해러스먼트와 관련된 지식은 부족하나 오랜 세월 쌓아온 연륜과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으로 사내 문제를 해결해가는 모습은 듬직하다. 그런 그의 곁을 지켜주는 뚝심있는 아내 에이코와 토끼(?)같은 딸 나쓰미. 그리고 정의롭고 열정적인 마코토. 이 두 사람의 조합을 다른 이야기로 또 만나보고 싶다. 속편이 나와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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