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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을 권리 - 이유 없이 상처받지 않는 삶
일레인 N. 아론 지음, 고빛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평점 :
이런 책을 마주하면 조금 당황스럽다. 정서적으로 조금 드라이한 면이 있어서일 수도 있고, 딱히 내가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어서인 듯도 한데, 기본적으로 '싫음 말고, 아님 말고'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일까. 나도 물론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나. 겸손하기는 할지언정(그렇다고 내가 막 엄청 겸손하다는 것은 아니고) 나 자신을 '별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무기라면 무기일까나. 이 책의 작가는 심리학계 최초로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HSP, Highly Sensitive Person)’이라는 주제를 제기하고 연구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일레인 아론.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인 그가 이번에는 30년간 수많은 내담자와의 상담을 통해 우울, 질투, 열등감, 수치심 등의 감정 속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심리 프레임을 포착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넌 뭘 해도 안 될 거야’라고 속삭이는 존재, 즉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여기는 ‘못난 나(Undervalued Self)’라는 심리 기제이다.
일레인 아론은 이 책에서 심리학, 정신분석학, 뇌과학에 이르는 다양한 접근을 통해 무의식 속에 묻어둔 상처를 마주하고, 스스로에게 가혹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또한 끝없는 비교와 자기 비난에서 벗어나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자기 존중에서 시작하는 진정한 자립과 이를 바탕으로 관계의 회복을 도와주어, 우리로 하여금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을 시작하게 하는 책이다.
<나는 나에게 좋은 사람일까?>, <진짜 내 모습을 가리는 여섯 가지 방해물>, <내 안의 울고 있는 나를 만나다>, <늘 상처받는 사람을 위한 관계 스위치>, <숨어 있는 나와 친해지기>, <사랑받을 권리를 되찾다>, <관계에 서툰 사람들을 위한 조언>, <오랫동안 사랑을 주고받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는 타인과 비교해 자신의 순위를 매기는 '순위 매기기'와 애정, 관심, 사랑을 표현함으로써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고자 하는 '관계 맺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관계 맺기'와 '순위 매기기'는 '사랑과 권력'이라는 말로도 대신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순위 매기기가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모든 사회 생활을 '순위 매기기'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자괴감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관계 맺기와 순위 매기기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최선의 결과를 얻고 싶다면 양쪽의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데, 음 조금 어려운 이야기. 자가 체크 질문이 실려 있으니 한 번 시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다른 챕터들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관계에 서툰 사람들을 위한 조언>과 <오랫동안 사랑을 주고받는 사람들>은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실패해도 내 탓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관계의 시작만큼 그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보니 어쩌면 나에게 사랑을 주어야 하는 존재는 타인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진심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만약 사랑할 수 있다고 해도 과연 올바른 방법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단순히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애정과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심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