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브레스 - 당신은 어떤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미나미 교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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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라니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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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시작은 아르테 미스터리 9
오리가미 교야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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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처음 만났던 운명적인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하나무라 도노. 그녀를 만난 것은 9년 전 보름달이 떴던 그 밤 딱 한 번 뿐이었지만, 도노는 그녀를 향한 마음을 접을 수가 없다. 비록 열한 살이었던 그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듯한 그녀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도노다. 그런 그의 첫사랑 이야기는 도노가 소속된 오컬트 연구부 학생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걸핏하면 그림을 그려대고 그림 속 인물이 누구인지 물어보면 스스럼없이 대답해주기 때문. 오늘도 변함없이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도노 옆에 친구 쓰지미야 사쿠가 찾아와 둘은 나란히 동아리방으로 향한다.

 

동아리방에서 부원인 모모세 지나쓰, 부장인 구즈미 아야메와 함께 축제 때 무엇을 발표할 것인가에 대해 의논하던 중 최근 시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 화제에 오른다. 살점이 뭉텅 뜯겨나간 채 혈액이 많이 손실된 것으로 보이는 시체. 서로 의견을 나누던 도중 도노의 초상화 속 인물을 자신의 집 근처에서 봤다는 지나쓰의 충격 증언(?)이 이어진다!! 부장이 살펴보고 오라던 유령부원인 다케우치의 집이 마침 지나쓰가 그녀를 봤다는 장소와 가까워 도노와 사쿠는 다케우치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방문이 끝난 후 잠시 들린 살인사건 현장에서 마침내 9년 전의 첫사랑과 조우하게 되는 도노다!

 

처음부터 밝혀져 있는 사건의 범인이 흡혈종과 연관되어 있다는 단서에 따라 이 이야기는 흡혈종에 대한 이야기겠구나, 생각하기 어렵지 않다. 이 작품의 세계 속에서는 흡혈종은 낯선 존재가 아니다.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흡혈종 관련 문제 대책실이라는 기구가 있어 이미 등록된 흡혈종을 관리하고 있으며 물론 등록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흡혈종도 존재한다. 도노의 첫사랑도 이 대책실 직원으로 시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조사하고 있었고, 현장에서 만난 도노와 오컬연 부원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협력을 받게 된다. 이 와중에 작가가 이야기하는 흡혈종들의 권리와 자유 부분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 여기기에는 무척 심오하다. 흡혈종은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의 차별받는 사람들처럼 그려져 있으며, 대책실 직원들은 그런 흡혈종들이 유해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어울려 살아가는 하나의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이 세상에 녹아들어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면서 펼쳐지는 논리적인 설득력,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 도노의 첫사랑은 과연 이루어질까에 대한 두근거림, 작품 곳곳에 배치된 복선과 단서들로 사건을 추리해가는 즐거움, 의외의 인물의 정체, 가슴 뭉클한 감동과 그리고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되는 마당에 벌어지는 반전까지! 가볍게 시작했지만 그 끝은 묵직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깨닫게 되는 제목의 의미, 세계의 끝과 시작. 가독성도 훌륭해 한 번 잡으면 그 끝을 보기 전까지 자리를 뜰 수 없다. 하나의 세계는 끝났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부디 시리즈 형식으로 후속편도 출간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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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플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0
혼다 데쓰야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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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다카오.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고 견디다 도쿄에 사는 고향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그는 취중에 접한 각성제로 인해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생활하던 다세대주택 원룸이 화재로 불에 타 쫓겨난 다카오는 보호사인 고스게에게 거처를 상담하고, 고스게의 소개로 '플라주'라는 쉐어하우스에 입주하게 된다. 입주인은 다카오를 포함해 총 일곱 명. 주인이자 입주자인 아사다 준코를 비롯, 고이케 미와와 야베 시오리, 나카하라 미치히코, 가토 도모키, 노구치 아키라. 각 방마다 문 대신 커튼이 달린 조금은 이상한 거주 형태에, 월세는 5만엔, 청소는 교대, 세 끼 식사 제공이 되는 이 곳에서 살기 위한 조건은 '전과자'일 것.

 

모두 하나씩은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모여 서로의 상처를 받아들이고 치유해가는 과정이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국내에는 <스트로베리 나이트> 시리즈로 유명한 혼다 데쓰야가 '읽은 사람의 가치관을 뒤흔들 수 있는 강렬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이 [플라주]는, 한 인간의 존재와 그 인간이 저지른 죄의 관계성에 대해 독자들에게 질문하며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한 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전과자가 되어버린 다카오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동종업계에서 다시 일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이미 소문이 나 여행사에는 취직이 어려운 상태가 되고, 예전 직장 상사에게서는 동료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쓴 소리만 듣는다. 연인과 데이트를 하던 도중 만난 불량배에게 과잉대처해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아가 감옥에서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만 나카하라 미치히코, 연인과 함께 코카인을 대량 소지 했다가 혼자만 잡혀 집행유예 기간인 야베 시오리,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건에 휘말렸지만 결국 사상자를 낸 고이케 미와도 교도소에 들어갔었다. 그랬던 그들이 이제는 성실하게, 사회의 한 일원으로 살아보고자 한다. 발버둥치면서 어떻게든 인간답게 살아보고 싶다고 외치는데, 그렇다면 과거 그들이 저지른 잘못은 이제 용서해야 하는 것인가.

됐어. 할 수 없지......우리가 전과자인 건 사실이니까. 인생이 그렇게 간단히 리셋되지 않아. 과거는 언제까지고 따라다녀......속죄는 할 수 있어도 실수를 저지른 과거를 지울 순 없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러니까 의심받는 것도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참을 수밖에 없어. 그런 건 힘들지 않아. 다만 아무리 사실을 말해도, 애타게 호소해도 믿어주지 않는다는 거......그게 제일 슬퍼.

p145

준코는 생각한다. -분명 잘못을 저질렀다. 돌이킬 수 없는 짓을 벌였다. 그러나 이 나라는 법치국가이므로 설령 죄를 저질렀어도 제대로 벌을 받으면 용서해주어도 좋지 않은가. 그 사람이 제대로 갱생했는지 어떤지, 재범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 그건 또 다른 문제-라고. 일단 벌을 받은 사람에게는 새출발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하지만 미와가 돌보고 있는 노인 신스케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이런 법칙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소중한 딸을 스토커에게 살해당한 그에게, 딸의 죽음은 여전히 고통스럽다. 게다가 그 살인마는 출소해서 결혼도 하고 어엿한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나라면 평생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결국 가해자의 입장과 피해자의 입장 차이라는 것도 있는 것이다.

 

독자의 가치관을 뒤흔들만한 이야기-란 과연 어떤 것인지 궁금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입장이 되어버렸다. 플라주의 사람들을 보면 애잔한 마음이 들어 죗값을 치렀다면 두 번째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면서도, 만약 내가 피해를 당한 입장이거나 내 주변에 전과자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될 것이 틀림없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신스케 씨의 말처럼 범죄와 사회, 형벌과 사형 존폐 문제는 받아들이는 사회 측의 문제, 우리 모두의 문제다. 그러니 이 작품은 절대 답을 내놓을 수 없는 질문에 대해 그린 '문제작'이다!

 

현실이야 어떻든, 서로를 보듬는 플라주 사람들의 모습은 전형적인 일본소설의 구도를 따라가면서도, 아름답다. 목숨을 걸고 자신을 지켜준 누군가로 인해,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지고 있던 미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일단은 그거면 된 게 아닐까. 여전히 타인의 온기를 필요로 하고, 건네주는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 '마음'을 알아챌 수 있다는 것. 그것만이 어쩌면 인간이 가진 마지막 희망일지도.

'플라주'는 프랑스어로 '해변'.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 모호하게 계속 흔들리는 사람과 사람의 접점. 남과 여,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사랑과 미움. 그리고 죄와 용서.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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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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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잠이 더 줄었다. 이유는 하나. 새벽에 책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첫째 아이 때는 한 1년 동안 책 읽을 엄두도 못냈었다. 책을 읽는 대신 아이를 더 챙겨야 한다는, 스스로 만든 우리 안에 갇혀서 그야말로 살신성인 육아를 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정말 못견디겠는 거다. 아이는 물론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어떻게 이런 아이가 나에게 왔는지, 경이롭고 신기했다. 하지만 반복적인 일상, 똑같은 하루하루. 그러다 1년이 조금 넘게 지난 후 조금씩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둘째가 생겼다. 둘째 아이를 낳고서는 책읽기를 도저히 놓을 수가 없어 시간을 분으로 쪼개 책을 읽었다. 새벽에 유축하면서, 아이가 낮잠을 잘 때, 잠깐 이유식을 데우면서. 아이들을 재운 뒤 다시 나와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나를 보면서, 남편은 다음 날을 위해 잠을 자라고,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나에게 물었다. 잠까지 줄여가면서 책을 읽고 리뷰를 적는 의미라. 그 질문에,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말을 빌려, 이제야 나는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누구인지 온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 나에게 정말 필요했다고.

 

장영은의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는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성이라서, 유색 인종이라서, 사상이 달라서 타인에 의해 인생의 중요한 시간들을 놓칠 수도 있었던 그들이 어떻게 그 시간들을 견뎌내고 뛰어넘어 위대한 업적을 남겼는 지 격정적이면서도 담백한 문체로 풀어놓는다. 80세가 훌쩍 넘어 생각해봐도 평생 제일 좋았던 날은 책이 도착하는 날들이었다는 도리스 레싱. '나는 이제 누가 칭찬하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선언했던 버지니아 울프. 누군가를 제대로 격려해주는 일이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경험했던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더 말이 필요 없을 프리다 칼로와 '우리는 모두 거의 항상 스스로 괴물 같다고' 느끼며 살았을 앤 카슨. '구원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지금 쓰고 읽는 것에 존재한다'고 했던 제이디 스미스와 '영혼은 자신의 것이며 지옥을 피할 수 없다면 견딜 것'이라 단언한 에밀리 디킨슨.

 

여성이 여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삶의 원칙을 수호한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와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사회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크리스타 볼프, 문학이 인류를 발전시켰다고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마거릿 애트우드. 어떤 장애가 가로막든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정신을 붙들고 싶었다는 수전 손택, 세상을 견딜 수 있는 용기를 간구했던 에밀리 브론테, [빌러비드]로 단번에 최애 작가가 되어버린, 인간의 이성과 역사의 진보를 긍정했던 토니 모리슨. 문학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 나딘 고디머와 자신의 참된 만족과 자유가 무엇인지 탐문했던 가네코 후미코, 역경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글 쓰기를 멈추지 않은 박경리 선생님, 문학 속에서 자신의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본능을 되찾았다는 헤르타 뮐러 등.

 

이 수많은 여성들 속에서 가장 잊혀지지 않은 인물은 실비아 플라스였다. 임신과 출산, 양육의 과정을 반복하며 미친 듯이 공부하고, 읽고, 쓰고, 일하는 삶에서 점차 이탈하고 있었던 그녀. 실비아 플라스는 '분노에 목구멍이 메고, 온몸에 독소가 퍼져 나간다'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대신했다. 결혼 후부터 줄곧 생활고에 시달렸던 그녀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글을 쓰지 않고 사는 삶이었다. 그녀에게 글쓰기는 종교적인 행위, 그래서 결국 글을 쓸 수 없는 최악의 상황과 타협할 수 없었던 실비아 플라스. 그녀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았다. 글을 쓰지 않아도 어떻게든 살아갈 이런 나도, 새벽에라도 일어나 책을 읽거나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을 잃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자신의 영혼을 전부 글쓰기에 바친 사람이야 오죽했으랴. 그녀에게 글을 쓸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살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을 것이다.

 

한명 한명의 삶이 무겁게 가슴을 짓눌러서 쉬엄쉬엄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먹먹함, 안타까움, 존경심. 그리고 오래 전부터 갖게 된 의문을 또다시 떠올린다. 나는 왜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는가. 답을 발견하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렀는데,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더 의미있는 독서의 방향과 삶의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의 나에게 대충 흘려보내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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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3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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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에서 출간된 <마스다 미리 컬렉션>의 세 번째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가 펼치는 자신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따뜻하고 안정되어 있어서, 엄마에게 무척 사랑받았구나, 엄마를 정말 사랑하는구나-같은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 작품이 늘 그래왔듯, 무심한 듯 툭툭 던져진 문구나 그림이 이번에는 더욱 잘 어울리는 듯 하다. 표현이 과하지 않은 애정이라고 할까. 문득 띠지에 적힌 문장에 눈이 간다. '마법 같은 두 글자, 엄마. "나도 엄마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딸이 자신과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니, 마스다 미리의 엄마의 삶은 성공했다.

 

작품 속 마스다 미리의 엄마는 무척 귀여운 인물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패션성향부터 외출할 때는 가방 안에 이것저것 넣는 습관, 광고지 한 장 허투루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능력자에, 노래를 좋아하고, 무엇이든 선물을 받으면 기쁜 얼굴을 할 줄 아는 사람. 엄마와 딸 사이에 소소한 갈등이 왜 없었겠느냐만은, 마스다 미리의 그림과 글 속에서 전달되는 그녀의 엄마는 어쩐지 딸에게 화 한 번 내지 않고 온화하게 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리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나는 엄마같은 엄마는 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한 날들이 더 많았던 듯 하다. 엄마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남자'인 동생과의 은근한 차별, 다정하지 않은 말투, 눈치를 보게 하는 엄마만의 불만 표현들을 느끼면서 '나는 아들은 낳지 않을거야, 딸만 낳아서 차별하지 않고 키울거야, 나는 내가 기분 나쁘다고 식구들이 내 눈치를 보게 만들지 않을 거야'같은 생각을 하면서 컸던 것 같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엄마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하던데, 나는 아이들을 낳고나니 오히려 '엄마는 그 때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어 서운함만 더해졌다. 엄마는 그냥 엄마라는 한 사람. 그렇다고 내가 엄마를,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우리는 개인 대 개인으로 잘 맞지 않는 성격의 사람들일 뿐.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림과 문장에 묻어나오는 따스함이 조금은 부러웠다. 세상에는 그들같은 모녀관계가 있으면 나와 엄마같은 관계도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남아있었나 보다. 만약 엄마가 내가 쓴 이 글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그렇다고 쿨하게 넘기실까, 아니면 그런 적 없다고 서운해하실까. 어쨌든 엄마가 이 글을 볼 일은 없을 것이고, 나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로 기억 속에 자리잡게 될까. 이런 저런 상념에, 왠지 마음이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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