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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 대 살인귀 ㅣ 스토리콜렉터 88
하야사카 야부사카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외딴섬의 아동보호시설 '착한 아이의 섬'에는 아바시리 히토리를 비롯해 서른 아홉 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폭풍이 닥친 어느 밤, 섬 밖으로 나간 어른들이 시설로 돌아오지 못하고 아이들만 남자, 아바시리는 아이들을 악의적으로 괴롭히던 고류지의 방으로 조용히 들어간다. 목적은 그를 살해하는 것. 여기에는 깊은 사연이 있었는데, '착한 아이의 섬'에 입소하고 육지의 중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까, 우연히 고류지 일당이 괴롭히는 '고미'를 발견하게 된다. 학교의 쓰레기를 뒤지고 다니는 일로 그들에게 비웃음과 모욕을 당하고 있었던 것. 처음에는 무심히 지나친 아바시리지만,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열쇠가 없어지고 그 열쇠를 고미가 찾아주면서 차츰 그녀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고류지 일당의 괴롭힘은 계속되고, 결국 고미는 자살을 기도한다. 그녀가 절벽에서 떨어진 후에야 고미의 본명이 사실은 '이츠미'였음을 깨달은 아바시리는 복수를 결심하고 오늘밤까지 이른 것이다.
하지만 몰래 숨어든 아바시리를 맞이한 것은 이미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한쪽 눈에는 금귤이 박힌 처참한 모습의 고류지였다. 도대체 누가 고류지를 죽인 것인가! 아바시리 외에 고류지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야 있었겠지만, 아바시리는 자신의 손으로 고류지를 해치지 못한 것에 분노를 느끼며 다음 타깃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마침내 자신의 손으로 고류지 일당의 두 번째 목표물을 제거하지만, 아바시리는 계속해서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시신들과 마주친다. 그는 이제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귀에 대항하면서 남은 타깃을 살해해야 한다. 도대체 넌 누구야??!!
그동안 다양한 추미스를 읽어왔지만 제목부터 이리 적나라한 작품은 처음이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나이 한 번 보소! 주인공인 아바시리가 13세, 맨 처음 살해당한 고류지는 15세다. 연장자인 모가미조차도 17세이고 가장 나이어린 아이는 8세. 분명 이들 중 살인귀가 있을텐데 그렇다면 8세인 즈시 카즈시조차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몸서리가 처졌다. 아무리 그래도 8세인 아이조차 살인용의자가 되어버리는 소설이라니, 이건 아니다!-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음머! 살인귀 X 의 비밀스럽고 비극적인 과거가 하나씩 둘씩 밝혀지면서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사이비 영능력자였던 어머니를 실수로 살해한 후 악령에 시달리면서 하나 둘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하는 살인귀. 과연 이 살인귀는 누구인가, 마지막까지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 결말로 내달렸다.
으악! 이런 반전이라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살인귀가 꼭 남자일리는 없다고, 여자일 수도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기 때문에 아바시리가 누군가와 대면했을 때 '훗!'하는 생각까지 했는데, 작가는 완전히 판을 뒤집어 엎어버렸다. 이런 결말이라면 누구도 짐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결말을 읽고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었다. 여기에 이런 숨은 뜻이 있었을 줄이야. 영리한 작가다. 제50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으로 2015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신인상을 거머쥐었다니, 일본에서 최고로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꼽힐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