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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의 파수꾼 ㅣ 이판사판
신카와 호타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10월
평점 :
[공정과 정의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위로]
저에게 신카와 호타테라는 작가의 이름은 어쩐지 가벼운 작품의 작가라는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전남친의 유언장]이라는 전작의 제목 때문이죠. 하지만 이것은 엄연히 편견이고 선입관이에요. 심지어 전 [전남친의 유언장]도 읽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가슴에 콱 박힌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아서 오디오북 앱에도 올라온 것도 청취하지 않고 있었는데요, 제가 이번에 또 이렇게 <이판사판> 시리즈의 덕을 봅니다!!
마포 김사장에서 삼송 김사장이 되신 출판사 대표님이 야심차게 기획하신 <이판사판> 시리즈. 쎈 언니 기리노 나쓰오의 [일몰의 저편]을 시작으로 [총리의 남편], [책의 엔딩 크레딧], [이형의 것들], [가족주의보]에 이은 여섯 번째 작품은 바로 신카와 호타테의 [공정의 파수꾼]입니다. 사실 <이판사판> 시리즈를 꽤 간절히 기다리는 독자의 입장으로서 저의 무지와 이상한 고집으로 '엥?' 하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믿고 읽어보자는 마음이 절대 배신당하지 않았던 그 동안의 작품 리스트를 보아 이번 작품도 고고! 했습니다. 역시!! 이 작가님, 이 작품 읽지 않았으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하는 생각에 순간 소름이 올라올 정도였습니다.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관인 시로쿠마 가에데와 고쇼부 쓰토무가 주인공입니다. 시로쿠마는 가라데 유단자로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스타일인 반면, 고쇼부는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는 엘리트입니다. 상극이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도 과정이지만, 북관동 지역의 호텔 3사가 관여한 결혼식 비용 가격 담합과 수익성이 맞지 않는 거래를 강요하는 납품업체 갑질 조사에 착수하여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도 감칠맛나게 재미나요!! 사회와 정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신념이 과연 올바른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도 충실하게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시로쿠마의 모습에 감동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시로쿠마니 고쇼부도 반할 수밖에!! 라고 쓰고 싶지만, 이 두 사람의 로맨스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것은 아니라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어요.
작품도 작품이지만 이번 작품 뒷편에 실린 <편집자 후기>도 매우 심각하게 읽었습니다. 호카와 신타테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부터 그 동안 출간된 <이판사판>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전 무엇보다 소개팅을 앞두고 키높이 스니커즈를 준비한 사장님의 뒷 이야기가 더 궁금했습니다! 분명 소설과 작가에 관한 글을 다 읽고 나면 마지막에 밝혀주겠다고 하셨는데, 아무리 책을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후기가 없어서 분노했습니다!! 틈틈이 사장님의 인별그램을 지켜보는(?) 독자로서 '연애전선 이상없다??!!' 상태이신 것 같지만, 그래도 사장님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답니다.
그 동안 제가 언급을 많이 해서 <이판사판> 시리즈 명이 탄생한 이유와 사장님의 포부(?) 등에 대해서는 이번에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판사판> 시리즈에 등극한 작품 중 어느 하나도 실망스럽지 않았으므로, 10권까지만 출간하겠다는 각오는 살포시 접어두시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계속 발굴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물론 일본에서 이미 출간된 [공정의 파수꾼-내정의 왕자] 도 곧 시리즈에 합류할 것이라 믿으며 전 이제 일하면서 [전남친의 유언장]을 들으러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