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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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역사 미스터리! 그 반가운 시작]

1137년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는 한때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이었으나 지금은 평범한 수사로서 허브를 가꾸는 일에 열정을 쏟는 캐드펠 수사가 있습니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그에게 떨어진 하나의 임무는 바로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수도원으로 가져오라는 것이었죠. '임무가 떨어졌다'기보다 그 스스로 자원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 여정에는, 사실 성인의 유골을 안치함으로써 수도원의 명성을 드높이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하는 부수도원장의 야심이 숨어 있었습니다. 한 젊은 수사의 발작으로 비롯된 이 일로 인해 웨일스 지방인 귀더린으로 떠난 수사들. 그러나 그들은 귀더린 지방 사람들의 생각지도 못한 반발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급기야 반대파의 대표인 영주가 비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캐드펠 수사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조용히, 그러나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구판으로는 [성녀의 유골]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나 지금은 절판되어 도서관에서 낡은 책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었던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완간 30주년을 맞이하여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그 포문을 연 작품은 당연히 위니프리드라는 성녀의 유골을 둘러싼 사건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이예요. 처음에는 제목이 너무 그로테스크한 것이 아닌가 싶었으나 작품을 읽으면서 유골에 대한 집착과 광기를 내보이는 수사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보다 더 찰떡같은 제목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세 역사 미스터리라고 한다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이 거론되곤 합니다. 저도 무척 재미있게 읽은 작품인데 이 [장미의 이름]에 비견된다는 시리즈라고 해서 무척 기대가 컸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정말 재미있게, 푹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이자 가장 큰 공로(?)를 세운 것이 최인석 번역가님의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장들이 막힘없이, 그야말로 물 흐르듯이 술술 읽혀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역사 미스터리를 무척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중세, 수도원 등과 같은 단어들이 나오면 어딘가 어려운 듯한 기분을 느끼곤 했는데 이 작품을 읽는 동안에는 이럴 수가 있나 싶을만큼 문장들이 입에 짝짝 달라붙더라고요. 번역 하나만으로도 앞으로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기대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작품 속 캐릭터들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겠죠. 산전수전 다 겪어 이제는 평온한 생활을 보내는 캐드펠 수사의 노련함이나 통찰력은 말할 것도 없고, 넘치는 활력과 유머가 느껴지는 존 수사, 위엄을 가장한 오만함의 대명사인 부수도원장, 그에게 아첨하려는 제롬 수사, 명문가의 아들이지만 발작을 일으키는 콜룸바누스 수사에 아버지를 잃었음에도 자제력과 냉철함을 발휘하는 쇼네드와 수많은 귀더린의 사람들까지 누구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통통 튀는 개성을 발휘해요. 저는 존 수사가 그렇게 귀엽더라고요. 순간의 충동으로 수도원에 들어왔으나 늘 바깥 세상을 엿보고 싶어하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며 말도 통하지 않는 귀더린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모습까지도요. 캐드펠 다음으로 인상깊은 캐릭터인데 다음 작품에서는 보지 못할 것 같아 살짝 아쉽습니다.

마음은 어서어서 이 리뷰를 끝내고 두 번째 작품인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로 넘어가고 싶은 뿐이에요!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아직도 더 읽을 수 있다니, 애독가로서 가슴이 벅찹니다. 훌륭한 번역으로 만나게 해주어서 정말 감사하다며 출판사에 무릎이라도 꿇고 싶네요. 유후.


** 출판사 <북하우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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