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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스티커 : 정글편 ㅣ 사파리 스티커
맨디 아처 지음, 마리아나 루이즈 존슨 그림, 김수민 옮김 / 애플트리태일즈 / 2019년 3월
평점 :
아이의 첫 스티커북은 <뽀롱뽀롱 뽀로로 가방스티커 놀이북>이었다. 한창 뽀로로에 빠져있을 때 우연히 친구 집에 놀러가
발견한 뽀로로 스티커에 한참 정신이 팔린 것을 보고 -그래! 이거야!-라며 시리즈를 구매했다. 하지만 스티커들은 얼마 못 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텔레비전 화면에, 거실 바닥에, 식탁 옆면에 자주 붙어 있었고, 당연하게도 어느새 그 자취를 감추고 만다. 지금은 가방 모양의 틀만
남아있는 상태. 더 이상 스티커북은 사주지 않으리라 다짐해보지만 어째서인지 아이는 스티커가 신기하고 재미있나보다. 한때는 가방에 얇은 스티커북을
한 권씩 넣어가지고 다녔는데 지금은 스티커북에는 약간 흥미를 잃었고, 대신 상처나면 붙이는 밴드를 스티커라 지칭하며 좋아한다. 살짝만 긁혀도
'엄마, 아야해. 여기 테-프 붙여야해'하며 어쩐지 신나하는데, 뚜렷한 용도 없이 폐기처분 되고 버려지는 밴드가 아까우면서도 '그래, 네가
즐거우면 됐다'하는 마음에 나는 오늘도 밴드를 두 어개 꺼내주었다.
그런 아이를 생각하며 고른 [사파리 스티커]. 그 중에서도 나에게 온 책은 정글편이다. 동물들에 관심이 많은 때. 한동안은
악어를 노래 불러서 내가 둘째 낳고 조리원에 있는 사이, 휴가를 낸 남편은 악어를 직접 보여주겠다며 아이와 함께 대전까지 다녀왔다. 그런데 정작
가서는 너무 겁을 먹어 내내 아빠에게 매달려있었다는 게 함정. 그래도 여전히 자연관찰 책을 보기도 하고, 그림책에 나오는 동물들을 좋아한다.
[사파리 스티커 정글편]에는 300개가 넘는 스티커가 있다. <원숭이와 장난쳐요>, <강가에서 목욕 중>, <살금살금
기어가는 벌레들>, <한밤중인 정글>, <깃털 친구들>, <맹그로브 숲에서 일어나는 일>, <훨훨
날아가요>, <개굴개굴>, <덩굴 안에 누가 있어요>, <호랑이 줄무늬>, <즐거운 게임
시간>의 챕터에 맞추어 뒷부분에 각각의 스티커들이 구분되어 있어 소제목을 찾아 스티커를 떼어 붙이면 된다.
뽀로로 스티커북은 아이가 쉽게 떼내고 붙일 수 있도록 두께가 적당히 도톰했고,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할 수 있어 어린 아이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사파리 스티커 정글편]은 아직 우리 아이에게는 이른 듯, 스티커와 책장 모두 얇아서 아이가 벌써 책을 찢어버렸다. 스티커도 한
번 붙이면 떼어내기가 어려웠고, 그저 여기저기 붙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스토리라인을 살려 붙이도록 주문(?)하기에는 아직 힘들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티커북이 꽤 마음에 든 이유는, 각각의 챕터에 맞춰 짧게나마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밤중인 정글>을 보면,
아프리카 정글은 밤이지만, 정글의 동물들은 깨어 있어요.
박쥐들은 하늘에서 빠르게 내려와
먹잇감인 곤충들을 찾고 있거나
나무에 매달려 있지요.
얼룩무늬 표범은 숲 속을 소리없이 걷고 있어요.
어둠 속에서 빛나는 크고 노란 눈은 누구의 눈일까요?
눈 스티커를 더 붙여주세요.
그런 다음 박쥐와 나방으로 하늘을 채워 주세요.
라고 짧게나마 이야기가 존재한다. 무턱대고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이번 챕터에서는 무엇을 소개하고 어떤 동물들이 등장하는
지 인지하게 해준다고 할까. 아이와 함께 스티커를 붙여보니 아직 체계적으로 작업을 할 수는 없었지만, 잠들기 전 이야기책으로 활용하기에 좋았다.
당분간은 동화책처럼 읽어주다가 때가 되었다 싶을 때 다시 함께 스티커를 붙여보면 좋을 것 같다.
찾아보니 [사파리 스티커 공룡편]도 있던데, 이 책도 똑같이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면 한 번 이용해봐도 괜찮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