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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 / 2019년 2월
평점 :
1988년 고단샤 만화상을 수상하고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2009년에는 미야기현 예술선장을 수상한 만화. 바로 <보노보노>다. 현재까지도 작가는 <보노보노>를 활발히 연재 중이며 30년 넘게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는 이렇게 꾸준히 연재해 온 에피소드 중 가장 특별한 이야기만을 모은 베스트 컬렉션이다. 보노보노와 숲속 친구들이 모두 등장하는 선물 꾸러미같다고 할까. <보노보노>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나, 이름만 들어보고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엄선된 에피소드들. 특히 작가의 '여러분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아, 읽어서 참 좋았어'라고 느낄 수 있다면 더욱 기쁠 것 같습니다'라는 문구에서 특별한 애정이 엿보인다.
베스트 컬렉션답게 첫장에는 보노보노와 숲속 친구들이 소개되어 있다. 보노보노는 항상 태평하고 느긋한 해달. 언제나 공상을 하곤 해서 너부리에게 종종 핀잔을 듣기도 하고, 갑자기, 괜히 무서움을 느껴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보노보노의 절친이자 암컷으로 자주 오해받는 수컷(!) 포로리. 숲속 개구쟁이로 아빠와 자주 티격태격하고 말썽도 자주 일으키며 난폭하지만, 이따금 남을 잘 챙기는 성격 좋은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는 너부리. 그리고 야옹이 형과 홰내기, 아로리, 보노보노 아빠와 포로리 아빠, 너부리 아빠와 똥사개 린, 그런 린의 아빠와 오소리가 보노보노와 친구들의 생활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행복은 아주 작은 편이 좋아.
작은 행복에도 기쁘다면,
큰 행복에는 아주 많이 기쁠 테니까.
보노보노는 기본적으로 소심하고 겁이 많다. 엉뚱하기도 하다. 실제로 이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답답해서 가슴을 팡팡 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책을 읽는 동안에는 글자를 읽는 속도마저 느려진다. 글씨가 세로로 적혀 있어서 그런가, 글자들이 조금 붙어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여 빨리 읽어보려고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잘 되지 않는다. 평소 말이 느리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내 말투가 여기서 한 템포 더 느려지게 되는 것이다. 이상하다. 보노보노의 마법인가. 그런 보노보노지만 한 번씩 심오한 이야기를 무심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풀어놓는다. 가령 '혼자 있다는 건 이렇게 그냥 걷는 거야. 하지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한다는 건 이렇게 풍경을 보는 게 아닐까?'라는 말들. 곳곳에 있는 보노보노와 친구들의 대화를 통해 주위를 한 번 더 둘러보게 된다.
독자들이 보노보노에게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눈물도 많고 겁도 많은 보노보노지만 순수하다. 느릿느릿한 말투와 동글동글한 모습에서 안정감과 다정함을 느낀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를 고민조차 하지 않는 깨끗함과 그런 보노보노와 어울리는 친구들의 생활이 독자들에게 이상향을 제시하는 것은 아닐까. 바쁜 일상에 마음마저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면 <보노보노>를 읽어보자. 조금은 느리게 이 시간을 걸어가도 괜찮다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