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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 ㅣ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6월
평점 :

전직 판사인 고엔지 시즈카와 나고야의 안하무인 영감 고즈키 겐타로 영감의 두 번째 콤비 작품집이자, '시즈카 할머니'로는 세 번째인 시리즈가 돌아왔다!! 두 분 다 이미 고령의 연로하신 분들이지만 세간의 염려나 우려와는 상관없이 각기 다른 방면의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사건을 해결하는 묘미를 보여주는 인물들.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에서는 나고야를 무대로 활약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시즈카가 생활하는 도쿄를 중심으로 다섯 편의 사건을 수사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시즈카가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에서 등장한 손녀 마도카를 키우게 된 마음 아픈 경위가 드러나기도.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읽다보면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과 그 섬세함에 놀라게 되는 때가 종종 있다. 이번 단편집에서 그의 그런 매력이 유독 도드라진 이야기는 <철제 관>이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를 소재로 한 남성의 교통 사고 경위를 조사하게 된 시즈카와 고즈키 겐타로를 통해, 고령 운전자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모습이 엿보인다.
늙는다는 것은 매일매일 무언가를 내려놓는 과정이다. 오랜 친구들, 체득한 기술, 지식, 그리고 기억. 본인이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해도 소중한 것이 손가락 사이로 주르르 흘러내린다. 면허증 반납을 거부하는 사람은 그런 일상에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p 150
현실에서도 고령 운전자들이 사고를 냈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하곤 하는데, 나도 그 때마다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을 제한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아직은 건재하다는 자신감으로 누군가를 위험에 빠트리느니 이제는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려놓아야 할 때를 알아야 하는 거라고. 냉정한 나의 마음과 그런 나에게 동조해주는 사람들은 고령운전자들의 마음까지 헤아리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자괴감, 슬픔, 허탈함. 고령 운전자들 누구나 다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은 아니더라도 분명 그런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는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세상은 어마어마하게 비합리적이고 불행은 사람을 고르지 않아. 착한 사람에게 재앙이 닥치고 정직한 사람은 손해를 보지. 그런데 말이야, 그런 비합리에 얽매인 채 살아 봤자 소용없어."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
"비합리와 싸우기 위한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어. 계속 정직하게 사는 것, 혹은 자신이 세상보다도 더 비합리적인 인간이 되는 것."
p 280
겐타로 영감이 안하무인인 것 같아도 멸시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세상의 이치를 몸소 부딪혀 깨달았다는 것에 있다. 책만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세상의 실체 같은 것. 그것을 겪어내고 이겨낸 사람이 말하는 내용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만 같다. 자신에게 닥칠 죽음의 방법이 어떻든, 그것마저도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 이미 그의 마지막이 어떤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마음 아픈 대사들이 많았지만, 역시 그의 멋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즈카의 옛 동료들이 연달아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고 시즈카 자신도 위협을 당하는 이야기, 절망에 빠진 한 남자가 꾸민 복수극, 한 노인의 심상치 않은 죽음 등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시즈카와 겐타로가 투닥투닥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즐겁다. 이미 겐타로와의 마지막을 예감한 듯한 시즈카지만, 부디 이 두 사람의 투샷을 다시 한 번 보는 때가 오기를. 어쩐지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이 시리즈가 끝나지 않고 계속되기를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