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동영상 스토리콜렉터 90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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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명가 출판사의 믿고보는 시리즈! 이번에도 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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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 -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낸 파리의 관찰자 클래식 클라우드 24
이연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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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의 작품 중에서는 <에투알> 정도만 기억하고 있다. 무대 위의 발레리나를 묘사한 작품으로, 드가! 하면 누구나 이 작품을 떠올리지 않을까. 처음 이 그림을 접했을 때만 해도 무지했던 터라 '발레리나의 그림을 참 예쁘게도(?) 그려놓았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여러 그림 해설 책을 읽고나서 깜짝 놀랐다. 20세기 전까지만 해도 발레리나들은 최하층 계급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부유한 후원자와의 만남을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기도 했는데, 작품 뒤쪽에 정체 모를 남자가 그려져 있는 연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 후로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뒤쪽의 남자에게 더 신경이 쓰였는데, 클래식 클라우드 [드가 x 이연식] 편을 통해 다양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드가는 발레 무대를 많이 그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그가 그린 그림 중 무대 위를 그린 작품의 비중은 적은 편이다. 대부분 공연 시작 전이나 공연이 끝난 직후의 모습,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주제로 했다는데 발레에 대한 환상을 깨트릴 정도라고 해도 좋을만큼, 작품 안에서는 고통과 괴로움 등이 느껴지기도 한다. 몽환적인 분위기와 비참한 현실의 공존. 굉장히 이질적인 두 가지가 뒤섞여 있는 그림들을 통해 순간을 포착하면서도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던 화가의 신념같은 것이 보이는 듯 했다.

 

우리에게는 '드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본명은 '일레르 제르맹 에드가르 드가'다. 이탈리아에서 부를 축적한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풍족한 삶을 살았기에 귀족적이면서도 부르주아적이었던 드가. 계급적인 상승 욕구가 없었기 때문인지 여기에서 비롯된 초연한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드가는 19세기 파리 미술계를 대표하는 고전주의의 앵그르, 낭만주의의 들라크루아의 영향을 받아 초기에는 차분하고 체계적인 앵그르적인 경향을, 후기에는 자유분방한 들라크루아적인 경향을 띠게 된다.

 

인상주의 예술가들이 풍경을 주된 주제로 삼고, 인위적이고 타산적인 도시가 아니라 원초적인 그리움, 과거로의 회귀본능을 자극하는 것을 예술의 절대적인 것으로 여겼던 것과는 달리, 드가는 자연에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시선은 온갖 모순과 악덕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도시를 향했고, 사람과 현실에 관심을 가지면서 노동하는 여성, 공연하는 사람들을 그렸다. 인상주의에 속했지만 풍경이 아니라 인물을 그렸던 그의 목표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바뀌는 세계의 모습을 붙잡는 것이었다. 그는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면서도 본능적이고 직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마네와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두 사람은 19세기 회화에서 화면 속의 인물을 가장 '잘 자르는' 이들이었다. 미국의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은 [절단된 신체와 모더니티]에서, 19세기 회화에 이런 식으로 곧잘 나타나는 절단은 프랑스 혁명 이래 자아가 파괴되고 사회체제가 해체되는 양상이 미술에 반영되었다고 설명한다. 저자 이연식님은 드가의 절단은 섬세하고 아름답다고 이야기했다. <발레 수업> 속 절단을 통한 발레리나의 다리는 화면에 역동성을 부여한다고.

 

무엇보다 드가의 매력은 '플라뇌르'적 성향에서 잘 드러난다. 경제적으로 넉넉해서 유유자적하게 대도시를 돌아다니는 사람을 의미하는 플라뇌르. 산업화와 함께 성장한 거대한 도시의 모습, 그리고 그 도시 속의 사람들, 도시가 낳은 유흥과 구경거리를 그렸던 드가는 가장 플라뇌르다운 존재로 작품을 완성했다. 군중을 바라보고 군중 속을 누비는 관찰자. 그와 함께 카페의 성장배경에 대한 기술은 어쩐지 드가라는 존재가 가진 낭만을 한층 강화해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완벽주의와 지리멸렬함이 공존했던 드가. 말년에는 <열네 살의 어린 발레리나>를 조각하며 '조각의 혁명'이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여성들을 경외하고 동시에 여성 예술가들을 인정했던 예술가.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통해 '드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어 가슴이 벅차다. 파리라는 현대적인 도시를 '드가'의 시선으로 관찰할 수 있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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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나이프 - 왼팔과 사랑에 빠진 남자
하야시 고지 지음, 김현화 옮김 / 오렌지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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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급변에 대비해 대기하는 하루하루. 연애, 결혼, 부부 생활, 친구 관계 말고도 여러 가지를 희생해야 한다. 그나마 얻을 수 있는 건 약간의 자부심과 자존심뿐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술의 완성도에 따라 실력이 판가름 나는 외과의에게는 그것도 부질없다. 위에는 또 다른 위가 반드시 존재하고, 그 정점에 선 외과의사만이 '톱 나이프'라고 불린다.

p016

교통사고 외상으로 머리에 고인 혈전과 급성 경막하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14세 소년 소에노 요이치. 사실 교통사고가 아니라 어머니가 자기를 죽이려 했다는 증언을 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엄마는 엄마가 아니라 '외계인'이라며 황당한 소리를 하는데, 처음에는 의학소설의 탈을 쓴 미스터리인가 했지만, '카프그라 증후군' 증상의 시작이었다. 얼굴을 보고 '엄마'라는 시각 정보는 인식하지만, 애정이나 정서를 느끼는 부위와의 회로가 끊어져 있어 친근한 감정이 조금도 솟구치지 않는 것이다. 엄마를 봐도 생판 남을 볼 때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데, 겉보기에는 엄마이지만 애정이 느껴지지 않으므로 뇌가 이상하다고 판단, 결국 엄마를 엄마가 아닌 외계인이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도토종합병원 신경외과 차장으로 일해온 미야마는 가정과 일 중 일을 선택한 의사였다. 유학 중 만난 남편과 결혼, 딸 마미를 낳았지만 도토종합병원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인 후부터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기란 역부족이었다. 딸의 '맨 처음'을 항상 놓쳐야 했던 엄마. 남편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지만 출산 후에도 3개월만에 복귀하여 응급실 최전선에서 한 달에 3-6회 당직을 서야 했고, 가사와 육아는 대부분 남편의 몫이었다. 미야마가 딸아이와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줬으면 남편의 바람은 무산되었고, '뇌동맥류와 뇌혈관문합술의 전문가'로서 톱 나이프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던 중이던 마미야는 결국 이혼하고 현재까지 이른 것이다. 싱글맘으로 아이를 키워온 요이치의 엄마와 자신의 상황을 비교하며 가출한 마미와 함께 생활하던 미야마의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톱 나이프]는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네 명의 의사들이 등장한다. 전국에서 실력을 기르고자 하는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모인 지옥 훈련장 같은 도토종합병원. 이 곳에서도 천재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구로이와는 세계 최고의 신경외과의에게 주어지는 톱 나이프상을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수상했다. 여자관계도 화려한 그에게 닥쳐온 하나의 시련. 그리고 언제나 냉철한 판단과 실력으로 차기 '톱 나이프' 자리를 노리는 니시고오리, 성적이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신경외과를 지망한 고즈쿠에가 의사로서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박진감 넘치는 수술장면이 감동적인 이야기와 어우러지며 감동을 전달한다.

 

일본 작가들이 그리는 병원 이야기에는 대체로 따스함이 빠지지 않는다. 병을 치료하면서 자신의 마음도 들여다보며 의사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겪는 고뇌를 바라보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 적이 많았다. [톱 나이프]에 등장하는 의사들도 실력은 최고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상처와 시련을 간직한 인물들로, 환자들을 만나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 더 따스해지거나, 분연히 다시 일어나는 굳건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문적인 내용들이 망라되어 있는 한편 울컥하게 만드는 사연들이 절묘하게 엮여 있어 한편 한편의 이야기를 음미하며 읽어나갔다.

 

그런데! 왓??!! 표지가 너무 아쉽다!! 작품 면에서는 훌륭한데 표지가 그 매력을 잘 못살려주고 있다는 느낌. 게다가 그냥 [톱 나이프]가 아니라, '왼팔과 사랑에 빠진 남자'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 처음에는 그런 의사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어떤 환자의 병증 중 하나였다. 일본 원서 표지에 이렇게 되어 있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더 표지에 공을 들였다면 독자들 눈에 확 들어왔을텐데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다.

 

여러분, 표지는 제 취향 아니지만, 이 책 재미납니다!

** <orange D>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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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흄 -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한 철학자 클래식 클라우드 25
줄리언 바지니 지음, 오수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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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철학자지만 클클의 선택인만큼 믿고 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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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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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의 작품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그의 대표작인 [한자와 나오키]에서도 그랬듯, 작가는 이야기의 초반에서는 독자에게 답답함을 넘어서 울화를 치미게 만드는 못되고 얄미운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뒷머리 잡고 쓰러져도 충분할만한 윤리도, 도덕도 모르는 인간들을 앞세워 고구마 백만개는 먹은 듯 가슴을 탕탕 치게 만든다.

잘 들어. 이 세상에는 두 가지 규율이 있어. 바로 윤리와 법률이지. 사람이 여간해서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 건 법률로 금지됐기 때문이 아니야. 그런 짓을 해서는 윤리에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회사는 달라. 회사에 윤리는 필요 없어. 회사는 법률만 준수하면 무슨 짓을 하든 벌을 받지 않아. 다른 기업의 숨통을 끊어도 상관없어. 놀랍지 않아?

p72

이번에 탐욕스러운 자들의 먹이감이 된 사람은 쓰쿠다 고헤이. 그는 과거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시험위성 발사 로켓에 탑재된 신형 엔진 '세이렌'을 개발했지만, 결국 실패, 그 후 7년동안 아버지의 공장을 이어받아 경영해오고 있다. 시련은 연달아 닥치는 법. 먼저 거래처인 게이힌기계공업에서 핵심부품을 자체 생산하게 되면서 쓰쿠다에게 맡겼던 엔진도 거래를 중단하게 된다. 적자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부탁하러 가지만 현재의 영업실적으로는 어렵다는 말을 들으며 굴욕적인 퇴짜를 맞았다. 여기에 나카시마 공업에서 쓰쿠다제작소에서 5년 전에 출시한 스텔라, 소형 엔진과 관련 부품을 제조하는 라인에 소송을 걸어온다. 쓰쿠다와 직원들이 매년 개량을 거듭한 끝에 사양을 대폭 변경한 최신형을 작년 봄에 출시했고 특허까지 신청했는데, 나카시마 공업에서 자사에서 개발한 엔진을 베꼈다며 특허 침해 소송을 걸어온 것이다. 손해배상액은 90억 엔. 이 말도 안되는 사건의 중심에는 돈이 될 것 같으면 일단 베끼고 상대방 기술에 트집을 잡아 풍파를 일으키려는 비열한 전략이 숨어 있었다.

 

한숨 쉬어갈 찰나, 이번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거대자본 데이코쿠중공업에서 쓰쿠다제작소가 소유한 엔진의 특허를 자기 회사에 팔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회사와 직원들을 위해서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 하지만 쓰쿠다는 꿈과 사업 사이에서 번민하고, 이를 이해해주지 않는 직원들과 대립하게 된다. 꿈을 위해 자신들을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사원들 앞에서 로켓 발사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는 쓰쿠다. 그는 과연 직원들과 협력해 로켓 발사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난 말이야, 일이란 이층집과 같다고 생각해. 1층은 먹고살기 위해 필요하지. 생활을 위해 일하고 돈을 벌어. 하지만 1층만으로는 비좁아. 그래서 일에는 꿈이 있어야 해. 그게 2층이야. 꿈만 좇아서는 먹고살 수 없고, 먹고살아도 꿈이 없으면 인생이 갑갑해. 자네도 우리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었을 거야. 그건 어디로 갔지?

p353

이케이도 준의 작품을 읽다보면 숨이 가빠온다. 초반에는 갖은 시련과 수모를 겪어 과연 이 고초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염려스러울 때도 있지만, 작가가 통쾌하게 상황을 반전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어서 빨리 그 장면이 읽고 싶어 안달이 나는 것이다. 긴장감이 궤도에 올라 정상에 도달, 숨도 못 쉴 지경이 되면 그 동안 잘 참아왔다고 칭찬해주는 듯 빵! 독자의 목마름을 한방에 해소시켜 준다. 손바닥 위에 독자를 올려놓고 놀리는 실력이 아주 일품인 작가. 그런데 그 시간이 결코 싫지 않다. 읽을 수 있는 페이지가 몇 장 안남은 시점에서는 오히려 그의 손바닥 위에서 더 놀고 싶어질 지경이다.

 

그의 작품이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히어로가 아니더라도 작품 속 세상의 소시민들이 '정의'라는 것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실이었다면 끝내 패배했을지도 모를 대결. 그 대결을 소설속에서나마 승리로 이끌어주며 사람들의 가슴에 희열과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이케이도 준은 탁월하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독자를 쥐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분야라, 아무리 이케이도 준이라고는 해도 나에게 어느 정도의 감동을 줄 수 있을 지 반신반의했는데, 결말 부분에서는 마음이 울컥해져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제 의심하지 않겠다! '이케이도 준'이라는 이름만 보이면, 그게 뭐든, 그냥 읽어버리련다! 145회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는데, 당연하다! 이 작품말고 그 상을 탈만한 이야기가 또 있었을까. 속편을 예고하는 마무리에 슬쩍 뒷날개를 펼쳐보니!꺄오~시리즈로 아직 세 권이나 더 읽을 수 있다! 너무 기쁘다!

 

 

** <인플루엔셜>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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