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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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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가 자라면서 내가 어렸을 적 읽었던 책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챙겨야 하는 분야는 또 찌나 많은지, 내년 여섯 살이 되는 첫째와 읽을 책을 고르다보면 과연 이 길에 끝은 있나-하는 심정이랄까. <이솝 우화>도 나의 리스트에 들어있는 책 중 하나였는데, 내가 먼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애정하는 현대지성에서 나온 [이솝 우화 전집]!! 우화 원작 358편에, 클래식 일러스트 88장이 수록되어 있다. 소크라테스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도 탐독했던 지혜의 책. 나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이미지로 남아있는 이솝 우화를 이번에 마음먹고 읽게 되었다.

 

쉽게쉽게 술렁술렁 읽어넘길 줄 알았는데 첫페이지부터 멈칫했다.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 의 이야기다. 좋은 것들은 힘이 없어서 나쁜 것들에게 쫓겨 다녔는데 하늘로 올라가 어떻게 해야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겠느냐고 제우스에게 물었더니 한꺼번에 가지 말고 한 번에 하나씩만 가라는 말을 들었다. 그 다음 문장이 가슴에 콕 와 박힌다. '나쁜 것들은 사람들 가까이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신속하게 몰려오지만, 좋은 것들은 하늘로부터 하나씩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드문드문 더디게 온다'는 이야기. 내가 읽어도 '아...'하게 만드는 이 이야기를 아이에게 전달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다. 이제 네 돌 지난 아이에게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뭘까. 나쁜 일이라고 해도 유치원에서 친구랑 싸웠다, 엄마에게 혼이 났다, 이 정도 아닐까. 그런 일들이 한꺼번에 아이에게 일어난다고 해도 과연 이 좋은 일과 나쁜 일들이 오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할 것인가. <이솝 우화>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첫장부터 깨달았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여우와 포도송이>. 배고픈 여우가 나무를 휘감고 높이 올라간 포도나무에 포도송이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것을 보고 먹고 싶었지만 먹을 수 없게 되자 '저건 아직 덜 익은 포도들이야'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난다. 나는 '신 포도'라고 알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사용된 그리스어 '옴파케스'는 덜 익은 포도들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게다가 생각보다 잔인한 표현들이 많다. 정말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독수리, 나이팅게일, 쇠똥구리, 갈까마귀, 제비, 고양이, 수탉, 당나귀, 물총새, 여우, 표범, 원숭이, 독사, 돌고래, 피라미, 게, 붉은부리까마귀, 달팽이, 늑대, 사자, 사슴, 심지어 낙타까지 아이들이 보는 자연관찰 책을 능가하는 숫자다. 동물들이 등장하면 또 등장하는 것은 약육강식. 서로 먹고 먹히는 장면이 묘사되는데 몸이 찢어졌다느니, 시체가 되어 널부러졌다느니라는 표현이 등장해 나도 깜짝 놀랐다.

 

이솝 우화는 원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 모음집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성인들을 일깨우고 일상에서 겪은 여러 경험과 삶의 지혜를 재치있게 전달할 목적으로 구전되다가 조금씩 수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솝 우화 전집]에는 악인들을 경계하라는 이야기가 유독 많았다. 악인들의 속내는 겉만 보아도 알 수 있고, 거짓말하는 사람은 신조차 미워한다는 교훈 등이 들어 있다. <신상을 박살낸 사람> 편에서는 '악인을 때리면 많은 도움을 얻는다' 라는 표현에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재치가 번뜩이는 부분. 귀족이나 지식인이 아닌, 그리스에서 살다간 평범한 사람들의 민낯과 사회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이솝 우화].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었다. 아이에게는 좀 더 순화된 책으로 찾아 읽어줘야겠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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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2차 세계대전 세트 - 전2권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세계대전
A. J. P. 테일러 지음, 유영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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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에 대해 이만큼 깊이있게 다룬 책이 또 있을까요!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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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4부작 세트 - 전4권 나폴리 4부작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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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인의 60년에 이르는 우정을 그린 이야기라니, 그 깊이에 매료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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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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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한 이야기부터 훈훈한 웃음이 살아있는 이야기까지, 크리스마스에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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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엘러리 퀸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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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추리소설 작가들이 풀어내는 이야기의 향연! 게다가 소재가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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