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서양미술사 - 미술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다
기무라 다이지 지음, 황소연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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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 속에 숨겨진 풍부한 이야기!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어떻게 들러줄지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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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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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수줍게 '친구가 되어달라'고 말했던 한 남자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리에가 그, 다니구치 다이스케를 만난 것은 둘째 아들 료를 뇌종양으로 떠나보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남편과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이혼 후 고향으로 돌아온 다음이었다. 마치 아이를 보살피러 가는 것처럼 갑자기 세상을 떠난 친정아버지가 운영하던 문구점을 엄마와 함께 유지해가던 무렵. 타지에서 온 다이스케와 인연을 맺고 부부로 살아온 3년 9개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큰아들 유토는 누구보다 다이스케를 좋아했고 두 사람 사이에 딸 하나도 생겼다. 그렇게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작업현장에서 갑자기 사망해버린 것이다. 슬퍼할 시간도 충분히 갖지 못한 리에를 덮친 것은 남편이 사실은 다니구치 다이스케가 아니었다는 것. 그렇다면 이 남자는 대체 누구였다는 말인가. 그녀는 결국 전 남편과 이혼할 때 일을 맡아주었던 변호사 기도 아키라에게 남편의 일을 이야기하고, 기도는 한 남자의 자취를 좇아 그의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1998년 스물한 살, 문예지 <신초>에 첫 장편소설 [일식]을 발표하며 문단에 이름을 올린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 [한 남자]는 그의 등단 2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자 그가 항상 이야기하고자 했던 주제 '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정면으로 맞서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제70회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한 이 이야기는 이름을 바꾸고 진짜 자신을 감춘 채 세상을 살아야 했던 남자와, 그런 남자의 뒤를 좇는 재일 3세 기도 아키라의 정체성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이름이란 무엇인가, 이름을 바꾸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가, 나를 형성하는 것은 유전인가 아니면 환경인가 등 철학적인 소재가 녹아있는 주제로 깊은 문학적 성찰을 내보인다.

 

'한 남자'라는 제목은 다니구치 다이스케의 이름으로 살아온 죽은 남자와 기도 아키라 모두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여진다. 재일 3세로 이제는 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출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환경. 일본인처럼 살아왔음에도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은 물론 아내와 처가 식구들의 인식, 아들의 입장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는 그는 결국 아내에게 느끼는 정서적 거리감으로 가정생활까지 위태로운 처지다. 간토 대지진 당시 일어났던 조선인 학살에 대한 트라우마, 사회에 만연한 멸시와 조롱 등은 항상 기도의 등 뒤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작가는 '다른 사람으로의 변신'이라는 다니구치 다이스케의 경우와 나르키소스 신화 등을 적절히 융합시켜 '존재'에 관해 묻는다.

 

한 사람을 규정짓는 것은 무엇인가. 이름, 출신, 환경. 작가는 이 질문에 '사랑'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타인으로부터의 애정, 자기 자신에 대한 인정. 외부적인 요인이야 어떻든 결국 한 사람을 사람답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무엇으로 결정지을 수 있는 것. 미스터리 소설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여기고 덤볐다가 인간의 존재에 대해 묻는 근원적인 질문에 다소 당황했지만, 어쩐지 이래야 그답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 <현대문학>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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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마녀 또는 아그네스
해나 켄트 지음, 고정아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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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 마그누스도티르는 살인자였다. 프리드리크와 시가와 공모하여 농부이자 약사인 나탄과 도축업자인 피에튀르를 살해한 후 집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 그녀의 죄목. 이미 유죄판결을 받고 참수형을 선고받은 그녀는 형이 집행되기 전까지 지방 관원인 욘 욘손의 집, 코르든사우 농장에서 머무르게 된다. 그리고 소프바르뒤르 욘손(이하 토티)이 아그네스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녀를 교화의 길로 인도할 인물로 지목되었다. 바로 그녀, 아그네스에 의해.

 

고요하다-고 생각했다. 시린 눈의 계절. 모든 것이 침묵 속에 잠겨있는 듯한 이 시간에 아그네스조차 침묵한다. 홀로 그녀를 낳은 어머니, 이름 그대로 마그누스의 딸 마그누스도티르라고 알려져있지만 사실 그녀는 부정한 관계의 산물이었고, 여느 여성들에 비해 똑똑했으며 깨어있었다. 그런 아그네스가 토티를 지목한 이유는 실로 간단했다. 부목사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때, 그가 아그네스에게 친절을 베풀었다는 것. 아직 경험히 일천한 부목사는 그녀를 신앙의 길로 인도해 죄를 회개하게 하는 것보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선택한다.

 

어머니에게마저 버림받은 아그네스는 이곳 저곳을 떠돌며 하녀로 생활하다 나탄의 눈에 띤다. 그에게 그녀는 '읽히지 않는 책'과 같았고, 그것은 당연했다. 아그네스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글을 읽을 줄 알고 이야기의 재미를 알며 명석했으므로.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한 아그네스는 나탄의 집으로 거처를 옮겨 그의 가정부가 되고, 그와 함께 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지만 현실은 그녀가 생각한 것과는 매우 달랐다. 나탄에게는 시가가, 로사가 있었으니까. 아그네스의 입에서 풀어내지는 이야기 속에서 그녀가 잔혹한 살인자라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제가 젊고 단순하다면 이렇게 손가락질을 받을까요? 아뇨. 모든 비난은 프리드리크에게 돌아갔을 거예요. 그 애가 우리를 휘둘렀다고요. 그 아이가 돈이 탐나서 우리에게 나탄을 죽이게 했다고요......하지만 사람들은 제게 머리가 있다는 걸 알고, 또 생각하는 여자는 믿을 수 없다고 여기죠. 절대 결백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목사님이 어떻게 생각하건 그게 진실이에요.

 

p206

 

기독교의 시대에 종교를 믿지 않는 이를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선과 여자가 너무 영리하면 마녀 취급을 받아야 했던 시기는, 진실마저 외면하고 한 인간의 생명을 결정지어버린다. 돋보이는 것은 아그네스가 머무는 코르든사우 농장의 안주인인 마르그리에트의 행보다. 처음에는 아그네스를 살인자로만 여기고 그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던 마르그리에트. 그녀는 이후 아그네스가 보이는 행동과 말을 유심히 관찰하며 어느새 자신의 눈에 덮여 있던 편견의 장막을 걷어내고 아그네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쩌면 남성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여성들의 연대. 잔혹한 점은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뒤에도 마르그리에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된 이 작품은, 읽는 내내 한겨울 추위를 온몸으로 맞아들이는 듯 내 가슴마저 시리게 만들었다. 아그네스의 기록을 발견한 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던 작가는, 과연 바람결에 어떤 소리를 들었을까. 여성에 대한 비하와 뛰어난 능력에 대한 두려움과 멸시는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왔고 지금도 어떤 장소에서는 현재진행형이다. 죽음 앞에서 공포에 질려있었으면서도 '내면의 자신'에게 매달려 소중한 무엇을 놓지 않으려 애썼던 아그네스에게서, 또 다른 형태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모습을 본다. 그녀의 차분하면서도 고요한, 비통에 젖은 목소리에 가슴이 종잡을 수 없이 펄떡거린다.

#  

 그들은 나를 모른다.

 

나는 조용히 지낸다. 세상에 나를 닫고, 마음을 다잡고, 아직 빼앗기지 않은 것들에 결연히 매달리자고 마음먹는다. 나마저 나를 흘려보낼 수는 없다. 내면의 나 자신에게 매달리고,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손이 틀 때까지 빨래하고 낫질하고 부엌일을 하며 쓴 시들, 내가 기억하는 사가들, 내게 남은 모든 것을 가라앉히고 물속으로 침잠한다.

 

 p055

 

 **<엘릭시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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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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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마여사님이지만 정작 그녀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것이 몇 년만인가 싶다. 지금은 <미친 아담 3부작> 시리즈로 개정되어 나온 듯 하지만 예전에는 [인간 종말 리포트] 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작품에 홀딱 반했던 것도, 생각해보니 10년도 훨씬 더 전의 일이다. [시녀 이야기]를 비롯, 출간된 그녀의 책을 종종 구입하고는 있지만 이렇게 마음 먹고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한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라 어쩐지 처음 접하는 작가를 대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의미를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았던 [도덕적 혼란]. 요즘들어 민음사의 책을 자주 읽게 되는데 그 때마다 '텍스트를 해석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 책 역시 문장 하나 읽고 그 의미에 대해 곱씹어보는 시간이 꽤 길었던 작품 중 하나.

 

1939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태어난 그녀의 가족은 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매년 봄이면 북쪽 황야로 갔다가 가을에는 도시로 돌아오는 생활을 이어갔는데, 이런 생활 속에서 친구가 별로 없었던 애트우드를 지탱해준 것은 독서였다. 권위적이고 지배적인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들을 통해 페미니즘 작가로도 평가받는 동시에, 외교 관계, 환경 문제, 인권 문제, 현대 예술, 과학 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룬다. 2000[눈먼 암살자]로 첫 번째 부커상을, 2019[시녀 이야기]의 후속작인 [증언들]로 두 번째 부커상을 수상한 애트우드는, '문학이 인류를 발전시켰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작가다([쓰고, 싸우고, 살아남다/장영은] 에서 인용).

 

총 열한 편의 이야기가 실린 [도덕적 혼란]은 마여사님 자신의 자전적 소설이자 연작 소설집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나쁜 소식>에서는 주인공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지만 ''이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그녀의 연대기를 기술한다. '나쁜 소식'으로 시작했지만 어딘가 평온함마저 느껴지는 넬과 티그의 아침은, 아직은 도달하지 않은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시간 속에 있고, 그녀의 이야기는 여동생 리지가 태어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요리와 접대의 기술>은 이 작품집에서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였는데, 열한 살 해의 여름 넬은 어머니의 출산예정일을 기다리며 배내옷 일습(새로 태어난 아기를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올 때 따뜻하게 입히는 옷가지 세트)을 뜨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아주 오랜만에 아기를 가진 어머니는 평소와는 다른 느슨한 모습으로 넬에게 불안감을 안겨주며, 아버지 또한 직간접적으로 넬에게 윗형제로서의 역할, 딸로서 취해야 할 행동들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기를 출산하고 난 뒤에도 넬은 어머니의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또래 소녀들과는 다른 생활패턴을 이어가지만, 결국에는 자신만의 삶을 찾기 위해 어머니에게 얼굴을 얻어맞았다.

 

 내가 왜 해야 해요? 내가 말했다. 내 아기가 아니잖아요. 내가 낳은 게 아니에요. 어머니가 낳으셨잖아요.

 

 p49

 

 

울며 깨어난 아기를 재우는 것을 지시하고 자신은 빨래를 정리하는 것을 선택한 어머니 앞에서 ''를 주장하는 넬의 모습은 앞으로의 그녀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기대하게 만든다. 그 후 학창시절을 보내는 넬은 <나의 전 공작 부인>에서-

 

우리는 왜 이런 불운하고 짜증스러운 멍텅구리 여자들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가? 나는 의문이 들었다. 교과 과정에 포함되는 책과 시는 누가 고르나? 그것이 앞으로의 우리의 삶에 무슨 소용이 있나?

    

p137

 

같은 생각을 하며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남편으로부터 살해당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를 공부하면서, 어째서 이런 여자들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지 의문을 표하는 것이야말로 '나는 절대 이렇게 살지 않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한 것과 같지 않겠는가. 그런 그녀의 인생은 <다른 곳>에서 '분투의 시대에 성장했고, 휴식이 지루했으며, 어디에서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므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p150)'라고한 부분에서 절정을 맞이한 것으로 보여진다. 비록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시간이었지만 무언가를 그릴 수 있었으므로. 이후 넬의 삶은 '사랑' 때문에 한동안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지므로로.

 

당찬 소녀시절의 넬, 성인 여성으로서 성장하기를 소망했던 넬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사랑'을 선택한 탓에, 현실의 자신과 마음 속 이상향으로 삼았던 자신 사이에서 '도덕적 혼란'을 느끼는 모습만이 남아있다. 아직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인 티그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그녀. 다른 여성들은 선택하기 어려운 길이었기에 어쩌면 그 삶도 넬에게는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중 하나였던 것일까. 하지만 이후 보여지는 그녀의 모습-티그의 아들들과 모노폴리 게임을 하면서 억지로 져주는 모습, 전처인 오나의 지시를 따르는 모습 등-은 개인적으로 무척 실망스러웠다. 나에게 그것은 '도덕'은 차치하고라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 나라면 아무리 사랑해도 티그 따위.

 

티그와 농장에서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넬 또한 평범한 생활을 이어간다. 아이를 갖기 원하지 않는 티그로 인해 양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조차 '애정'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고통스러운 시간도 있었지만 어느 덧 아이들은 자라나고, 오나와의 관계도 정리되면서 넬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다. 과거를 추억하며 부모님에게도 노쇠의 시간이 다가오고, 이제 애도의 기간이다.

 

사실 완전히 이해했다고 보기 힘든 이야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넬의 삶 전체가 스냅 사진처럼 선명하게 다가오면서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나는 원했던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가슴 벅참, 애잔함, 씁쓸함 등 이 작품 하나로 생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맛보았다. 이러니 빠져들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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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밤이 뛰어올라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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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작가가 고단한 현실과 그럼에도 잃지않으려는 삶의 희망에 대해 어떻게 그려냈을 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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