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1%의 법칙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법칙들
피터 피츠사이몬스 지음, 강성희 옮김 / 프리윌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 분야를 적기 위해 책 상세 정보를 찾았는데 '자기계발'이라고 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220쪽의 이 책을 읽는 동안 단 한 번도 이 책이 자기계발서라는 생각은 못 했다. 아니 '자기계발'이라고 써진 걸 보고도 못 믿겠다.
이 책이 정말 자기계발서란 말인가?!
내 멋대로 이 책을 분류하자면 [8.유머]라고 썼을지도 모르겠다.
동생 집에 가져간 책을 다 읽고 동생의 빈약한 책꽂이를 훑어보다가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골라 든 것이 이 책이었다.
이 책에는 무지 많은 '법칙'들이 나온다. 법칙 하나 당 평균 두 쪽 정도가 할당 되어 있으니 거의 80~90개 정도의 법칙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조카를 돌보며 짬짬이 읽기에 좋은 구조로 되어 있었기에, 말 그대로 '짬짬이', 그러면서도 빠져들어 읽었다.
별점은 별로 안 주고 '빠져들어 읽었다'라고 하니 뻥치는 거 같지만, 책의 유익함이나 책의 질과 무관하게 책이 꽤나 흥미로운 건 사실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법칙들이 있다는데, 그리고 그 법칙들은 대부분 51%만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니, 도대체 이 법칙들은 다 무언가, 또 나는 과연 51%의 편인가 49%의 편인가 고민도 하느라 정말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다가 공감 가는 게 별로 없어서 초반에 덮었다는 동생이 희한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언니, 그 책 재밌어??"
그러니까 아마 나는 이 책의 51%에 공감을 한 독자 51% 중 한 명인 모양이고, 내 동생은 이 책의 51%에 공감을 못 한 49% 중 한 명이 되었던 모양이다.
수많은 법칙 중에 내가 정말 그렇군 그래! 하고 공감을 한 법칙은 몇 개 없고, 음, 그럴 수도 있겠군, 이라는 생각이 든 법칙까지를 모조리 꼽아보면 이 책의 절반 가량, 그러니까 51% 쯤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100% 공감할 필요는 없다. 51%만 공감하면 딱 저자의 의도에 맞는 결과인 것이다.
표지에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법칙들'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 말에는 49%의 공감만을 보낸다.
아니, 정말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법칙들이 다 이 책에 실려 있다면 나머지 법칙들은 어쩌라고? 아마 저자가 모르는 정말 재미있는 법칙들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책을 읽어봐도 저자의 세계(호주, 스포츠 분야 등)에 크게 치우쳐 있는 법칙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저자가 속한 세계 외에도 재미있는 법칙들이 많을 것이라는 데 51%의 희망을 걸고 싶다.
이 책에 나온 법칙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법칙은 '애덤스의 법칙'이었는데, 이 법칙만큼은 51%가 아니라 100% 맞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러니까 애덤스의 법칙이 뭐냐하면,
매주 책을 한 권씩 읽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
애덤스의 법칙에 의해 우리 모두는 좋은 사람! 혹여 독자들이 흥, 그런 게 어딨어,라는 마음이라도 가질새라 그 법칙에 이런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다양한 주제의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지성을 겸비하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욕구가 있다는 뜻이다. 또한 그것은 곧 다양한 생각들을 접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이 닫힌 마음의 비열한 정신을 가질리는 만무하다. 그러므로 매주 책을 한 권 이상 읽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는 것이다.'(199~200)
그리고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머피의 법칙'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역시 '머피의 법칙'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을, 공감대 형성이 잘 되는 법칙인지라 아주 깔깔거리고 웃으며 허공에다 대고 '미투하기'를 클릭했다. 머피의 법칙에서 파생된 이른바 그 아들 법칙들인데, 일테면 이런 것들.
치통의 법칙 : 치통은 꼭 치과 문 닫는 토요일 오후부터 시작된다.
라디오의 법칙 : 라디오를 켜면 언제나 제일 좋아하는 노래의 끝부분이 나온다.
애프터 서비스의 법칙 : 고장난 제품은 서비스맨이 당도하면 정상으로 작동한다.
전화의 법칙 : 전화번호를 잘못 눌렀다고 판단하는 순간 상대방이 통화중인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법칙들은 다 내가 겪어본 것들이므로, 절대 공감.
이 책에는 이런 다양한 법칙들이 가득하다. 뭘 크게 얻을 것은 없지만, '파레토의 법칙'에서 확장된 한 법칙, '한 권의 책에서 취할 수 있는 가치의 80%는 그 책 20%정도의 페이지에서 나온다.'처럼 이 책의 20% 정도는 공감하며 웃을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 충분하지 않은가? 가볍게 머리 전환하며 한번씩 공감의 웃음도 터뜨려가며 재밌게 읽을 수 있으니까.
내 동생이 의아한 눈초리를 보냈던 말던, 나는 이 책이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