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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의 운동화 ㅣ 봄봄 어린이 4
원유순 글, 김병하 그림 / 봄봄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지은이가 초등학교 교사이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물 웅덩이에 빠진 운동화를 벗어 놓고 실내화를 신고 집에 가는 걸 봤다.
어째서 신발을 챙겨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이는 엄마에게 다시 사달라고 하면 된다는 참 천연덕스러운 대답을 했다 한다.
그렇게 운동장에 버려진 신발을 떠올리며 이 동화를 썼노라고 작가의 말에 밝히고 있다.
물질 귀한 것 모르고 풍요로움을 누리고 사는 우리나라 아이들과 전쟁과 가난의 공포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이 함께 나온다.
우리나라 아이 대표 석이.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공이 잘 차지지 않자 괜한 신발 탓을 하며 신발을 벗어 휙 집어 던져버린다.
엄마에게 축구화를 사달라고 할 참이다. 축구는 꼭 축구화를 신고 해야 하나보다.
그렇게 버려진 운동화는 깨끗이 잘 빨려 어딘가로 향한다.
전쟁의 공포 속에 살고 있는 아이 대표 모하메드.
한때는 석이의 것이었던 운동화는 이제 모하메드의 발에 신겨져 신나게 뛰어다니며 공을 찬다.
석이의 발에서는 공 한번 제대로 차지 못하던 운동화가 모하메드의 발에서는 뻥뻥 공을 잘만 찬다.
모하메드는 열심히 연습해서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이야기는 폭탄 폭발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모하메드가 오른쪽 운동화를 껴안고 자신의 꿈을 말하며 눈물 흘리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양 옆에 목발을 놓고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는 모하메드의 뒷모습과,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단 말이야."라는 한 마디...
동화의 주인공이지만, 사실은 이 세계 곳곳에 실제로 존재하는 수많은 '모하메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겪어야 하는지도 모른채 겪고 있는 전쟁으로 다리를 잃고, 친구를 잃고, 가족을 잃고, 심지어는 목숨도 잃었을 수많은 '모하메드'들.
이런 표현 참 미안하지만, 그냥 '남일' 인 듯,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간간이 뉴스를 통해서나 접하고 있었으면서,
이 동화책 한 권으로 갑자기 마음 아파하고, 미안해 하는 것이 더 미안하고 염치 없다.
석이의 운동화가 모하메드의 품에 안긴 그 여정에, 앞으로는 나도 조금이나마 동참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그정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