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Fat Cat Goes to Town - 빅팻캣 도시로 가다
무코야마 다카히코.다카시마 데츠오.스튜디오 ET CETERA 지음 / 윌북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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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팻캣 시리즈 두 번째 권이다.

첫 권인 <Big Fat Cat and The Mustard Pie>에 비하면 난이도가 약간 높아진 게 느껴진다.

이런 약간의 난이도 차이도 민감하게 감지할 만큼 지금 내 영어 실력이 박약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뭐 그래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고 믿고 있다.)

 

1권에서 하루 아침에 (거의) 모든 걸 잃고 떠난 Ed 앞에 새로운 도전이 다가온다.

바로 New Everville Mall '입성'!

전날 아침만 해도 꿈도 못 꾼 일이었는데, Ed는 마지막 남은 재산을 탈탈 털어 New Everville Mall에 파이 가게를 얻기 직전이다.

그래서 Ed가 새로운 가게를 열고 뚱뚱한 고양이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겠구나,라고 생각하다니, 나는 너무 단순했다.

이 책은 2권 완결이 아니라 7권까지 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막판에 벌어진 엄청나게 안타까운 사건은 (조금 과장해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리고 당장 3권을 펼쳐보고 싶게 만들었다.

이게 바로 이 책의 힘인가 싶다.

영어를 알든 모르든 일단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니, '읽고 싶다!!'는 마음에 이 영어책을 떠날 수 없게 만드는 것.

1권에서 모든 것을 잃고 고양이와 남겨진 Ed의 모습이 그랬고, 2권에서도 막판에 벌어진 경악스러운 사건이 그랬다.

그래서 Ed가 과연 어떻게 되었는가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1권과 마찬가지로 한 번 더 정독한 뒤에 3권으로 넘어갈 생각이다.

아아, 마음이 간질간질해서 조금 더 속도를 내어 읽어야겠다.

 

3권이 궁금한 건, 다음 이야기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난이도 때문이기도 하다.

3권에는 어떤 문장들이 나올까? 3권도 무사히 읽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의 리뷰를 쓰면 쓸수록  내 영어 실력(이랄 것도 없는!!)이 무참히 드러나겠구나.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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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9
제임스 M. 케인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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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못지 않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글이 펼쳐지길 기대하며 읽었는데,

글은 내 상상을 벗어났다.

 

(작품해설에 따르면) 포스트맨이 벨을 두 번 울린다는 것은 1927년에 벌어진 루스 스나이더-저드 그레이 소송 사건에 등장하는 이야기였다.

잡지 편집자인 앨버트 스나이더가 그의 아내와 그 정부에 의해 살해 당하는데, 그 아내 루스 스나이더가 남편을 살해하기 전에 남편 명의로 보험에 가입한다. 그리고 그녀는 보험 지급증서를 자신이 직접 배달 받기 위해 우편배달부에게 초인종을 두 번 울리라는 신호를 정해준다. 이 사건 이후 포스트맨이 벨을 두 번 울리는 것과 '배액 보상'은 성적 불성실성을 뜻하는 진부한 표현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제목의 이 책은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글이 아니라, 아내가 정부와 함께 남편을 죽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나는 1927년의 그 사건을 전혀 몰랐으니, 그런 내용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게다가, 얼마 전에는 무척 아름다운 우편배달부를 만났잖은가.)

 

여기저기 떠돌며 생활하던 프랭크가 어느 한적한 간이식당에 취직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사장의 부인 코라와 눈이 맞는다.(오갈 데 없는 자기를 거두어준 착한 사장을 저버리다니!) 끝내 둘이 함께 사장을 죽일 계획을 세우는데, 첫 번째 사건은 미수에 그치고, 두 번째(로 다시 시도할 줄 몰랐다)에는 성공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조금 흔들린다. 여차저차해서 둘 모두 풀려나 둘만의 생활을 하게 되지만, 이미 흔들려 버린 믿음에 위태위태해보인다. 아이가 생기면서 다시 둘 사이에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재건된 듯 보였으나, 글쎄, 생의 마지막 순간에 그녀는 그를 믿었을까?

 

긴장감 있게 진행된 이야기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나를 잡아 끌었지만,

책을 덮고 나서는 허무함과 쓸쓸함이 가득 밀려온다.

한순간 밀려온 사랑의 파도에 휩쓸려 한 생명까지 없애버리더니, 결국 둘 사이에 남은 게 뭔가?

너무 슬펐던 건, 생의 마지막에 코라 마음속에 프랭크를 향한 의심이 자리 잡았을 거라는 점이다.

결국은 진심을 품지 못하고 끝나는 삶, 진심이 어떤 것인지 코라도 프랭크도 알 수 없는 둘의 사랑이 안타까웠다.

고작 그걸 위해 그런 죄를 저질렀나 생각하니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

 

 

책에는 끝끝내 포스트맨이 등장하지 않았다.

붕어빵에 붕어가 안 들었듯이...(?)

 

 

_ 당신을 사랑해, 코라. 하지만 당신이 사랑 안에서 두려움을 느낄 때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야. 그건 미움이야.(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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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Fat Cat and the Mustard Pie - 빅팻캣과 머스터드 파이
무코야마 다카히코.다카시마 데츠오.스튜디오 ET CETERA 지음 / 윌북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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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적과 맞닥뜨렸다. '영어 정복'을 외치며 호기롭게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며칠 만에 그만 두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상당히 짧은 시간 안에 '절친' 맺은 중국어와는 달리 영어는 어떻게 해도 결코 친해지지가 않았다.

그러면 아예 사귀질 않으면 될텐데, 내 마음은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리고 영어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다가 문득 영어 원서 읽기에 마음이 끌렸다.

계기는 『위대한 개츠비』였는지도 모르겠다. 개츠비를 읽으며 '아, 이 문장은 원서에 어떻게 쓰여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자꾸 일었다. 지금껏 많은 번역서를 읽어오며 별로 해보지 않은 생각이었는데, 개츠비를 읽는 동안은 유난히 그랬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사람은 역시 친구(이웃 블로거)를 잘 사겨야 한다고, '원서 읽기'를 하고 있는 한 이웃 블로거의 글을 꾸준히 접하다가 나도 원서 읽기에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다. 이웃 블로그를 방문해 원서 읽기에 관한 글을 이리저리 찾아 읽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원서 읽기를 처음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주는 책이라기에 검색해보니 과연 그런 듯 했다. 중간에 포기할까봐 아예 시리즈로 구입해 놓고는(돈이 아까워서라도 다 읽겠지!) 그 첫 권을 꺼내 읽었다.

 

책의 앞부분에는 영어로 된 이야기가 나오고 뒷부분에는 '<빅팻캣과 머스터드 파이> 꼼꼼히 읽기'라고 해서 한 문장 한 문장 문장 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이 실려 있다.

책을 한 번 읽으면 사실은 영어 이야기를 두 번 읽게 되는 셈이다.

내 영어 실력 내가 아는지라 사실, 첨에는 좀 걱정이 많이 됐다. 1권도 못 읽고 접시물에 코 박고 싶어지면 어쩌나 싶어서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야기가 다 읽혔다. (물론 100% '완벽한' 해석을 하도록은 아니지만. 중간중간 달아준 단어 뜻에 큰 도움을 받았지만.)

와, 과연! 이 책은 나 같은 사람도 영어를 읽을 수 있도록 쓰여진 책이로구나, 신기하고 고마웠다.

비록 쉬운 이야기일지라도 어쨌든 영어로 무언가를 읽어냈다는 생각에 갑자기 영어와의 거리가 부쩍 가까워진 느낌도 들고, 그 동안 영어를 대하며 느꼈던 두려움이 조금쯤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읽고, 다시 영어 이야기 부분만 한 번 읽고, 그 다음은 한 문장 한 문장 소리 내어 읽으며(물론 발음은 '안습'이지만!) 우리말로 옮겨봤다. 같은 이야기를 네 번을 읽고 나니 빅팻캣과 굉장히 친해진 기분이 든다. 내가 (입으로) 옮긴 우리말 문장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전혀 엉터리 이야기가 탄생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건 확신한다. 저자 말마따나 내가 번역가도 아니고(아참! 나는 번역가입니다. 그러니까 영어 번역가가 아니라는 말!) 영어학자도 아닌데 굳이 꼭 들어맞는 우리말로 옮기기 위해 고심할 필요는 없는 거다. 내가 하고 싶은 건 영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게 아니라, 영어로 되어 있는 이야기를 읽고 싶을 뿐이니까. 무슨 이야기인지 알았으면 됐다.

 

"하나만 기억하세요. 번역가나 영어학자가 아니라면 더 이상 영어를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것. 때론 단어가 막힐 수도 있고 전치사의 정확한 쓰임이 헷갈릴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 문장의 내용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정확한 우리말로 바꾸려고 굳이 애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지요."

 

이 말은 반드시 기억해둬야 할 거다. 앞으로 어떤 언어이든 원서를 읽게 될 때, 이 내용만 기억한다면 원서 읽기에 드는 품이 한결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7권까지 읽는 동안 다 이렇게 밝은 마음으로 리뷰를 올리게 될지 그건 조금 의문이다.

2권은 1권보다 더 힘에 부침이 확실하게 느껴져서, 역시 내 영어 실력은 '빅팻캣 1권짜리'로구나, 하고 깨닫고 있는 참이기 때문이다. 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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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풍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
장 지오노 지음, 박인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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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서정적인 느낌이 드는 제목에 그와 어울리지 않는 괴기스러운 분위기의 표지 그림.

책의 내용은 제목의 느낌일까 그림의 느낌일까 궁금했다.

얼마 읽지 않아, 아니 책을 읽기도 전에 앞에 그려져 있는 가계도를 보고 후자일 것임을 짐작했다.

 

가계도부터 상당히 뜨악한 기분이었다.

가계도가 미리니름(스포일러)인가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는데, 그러니까 5대에 걸쳐 한 일가가 어떻게 죽었는지가 설명되어 있는 가계도였다.

(지금 내가 설명하는 이들의 죽음은 미리니름이 아니다. 어차피 이 책을 펼치면 맨 첫 장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그림을 글로 바꿨을 뿐.)

1대인 코스트는 낚싯바늘에 찔려 죽고 그의 아내와 첫째 둘째 아들은 사고사를 당했으며, 큰딸과 그의 남편과 두 아들은 기차 사고로 일가족이 몰살 당하고, 둘째 딸은 아이를 낳다가 죽고 그녀의 남편은 정신병원에 갇히고, 그들의 첫째 아들은 실종되고 딸은 버찌 씨가 목에 걸려 죽었으며, 둘째 아들은 급사하고 그의 아내는 남편의 죽음 후 실성한 채로 두 달을 보내다 죽었으며, 그들의 아들은 권총 자살을 하고 딸 쥴리는 정신 착란을 일으켰으며, 쥴리와 조제프 사이에 난 아들은 아내가 반신불수가 되자 매춘부와 함께 달아난다.

한때는 위풍당당했던, '폴란드의 풍차'라 불리는 영지에 살았던 한 가족의 역사이다. 죽음의 역사이다.

 

소설은 처음에는 조제프의 등장으로 시작하여, 조제프가 어떻게 그 영지를 손에 넣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그 일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일가의 이야기란 바로 저 죽음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한 가족의 역사가 어쩜 이리도 비극으로 비극으로 연결되어 있을 수 있는지, 읽는 내내 참 소름끼쳤다.

잘 죽는 것도 복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따지자면 이 집안에 복 받은 인물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이 한 일가의 몰락을 통해 이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도대체 뭔가 궁금했지만, 내 깜냥으로는 그저 죽고 죽고 또 죽었다는 내용만 읽혔을 뿐, 어떤 깨달음은 오지 않았다. 책 뒤표지에 실린 문장을 보니 '한 가문의 숙명적 몰락을 통해 인간의 유한성을 알리는 한편 야누스의 얼굴을 한 죽음, 생의 위협이자 따뜻한 위안인 죽음의 양면성을 그린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아아, 한 가문의 숙명적 몰락이라니. 정말 '운명'이라는 단어 앞에만 서면 인간은 얼마나 한없이 작아지는 존재인지! 그 모든 걸 '운명'이라는 말로 덮어버리다니! 운명이든 숙명이든 두렵고 두렵게만 느껴졌다.

 

끔찍하고 잔인한 이야기였지만, 나 또한 그 못지 않게 잔인한 인간인지,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운명이란 녀석은 어쩐지 좀 싫어진다.

"한결 같은 운명은 죽은 자의 것. 그러므로 운명은 절대로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말하는 순간 그 운명은 바뀔 테니까. 뿌넝숴, 뿌넝숴." (김연수, 「뿌넝숴」 중에서)

문득 떠오른 문장이다.

 

 

_ 우리는 칼이나 맹금보다도 우리가 삶에 대해서 품고 있는 관념과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13)

 

_ 중요한 것은 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사는 이유를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90)

 

_ 하지만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은 죽음밖에 없었다.(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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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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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려면, 얼마만큼 아이들을 사랑해야 할까?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해야 그 아이들이 뛰노는 땅마저 사랑스럽고 성스럽게 느껴져 입을 맞출 수 있을까?

 

김용택 시인이라면, 과연 그럴테지, 하고 절로 수긍이 가며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는 김용택 시인의 글을 많이 접해보지도 않았고, 시인에 대해 잘 알지도 못 하지만, '김용택' 하면 그런 이미지가 그려진다.

아이들을 무척이나 사랑하여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도 엎드려 입 맞출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말이다.

 

이 책은 시인이 교사로 재직하던 기간 중 몇 년 동안 여기저기 적어두었던 생각들을 모은 것이라 한다.

아이들과, 특히 2학년 아이들과 보낸 신비로운 시간이 이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은 아이들을 '신비롭다'고 표현했다. 특히 시인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2학년 아이들을.

운동장 구석에서 고개를 땅에 붙일 듯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개미였다. 신비롭지 않은가?

딸랑 둘 뿐인 2학년 학생 둘이 어디선가 정신없이 노느라 수업 시간에 들어오는 것도 잊어버렸다.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들. 신비롭지 않은가?

아이들이 선생님 앞으로 우루루 몰려와 재잘재잘 조잘조잘 열과 성을 다해 무언가를 일러바친다. 저렇게 열심히 이를 수 있다니. 신비롭지 않은가?

한 아이가 유리창을 깼다. 왜 그랬냐고 하니, 머리로 받으면 유리가 깨지는지 안 깨지는지 궁금해서 머리로 받았다고 한다. 신비롭지 않은가?

 

"신비롭지 않아요?"

시인의 질문에 객석이 조용하자, 시인이 다들 감정이 메말라서 뭐가 신비한 건지 모르고 산다고 했다. 이런 것이 바로 신비한 거라고.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매 순간 순간이 신비로움의 연속이라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시인의 시선이, 시인의 마음이, 시인의 생각이 더 신비로웠다.

나라면 '아이들은 별걸 가지고 다 난리법석이구나'라며 시큰둥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들이 시인에게는 다 신비롭고 신기하다고 했다.

김용택 시인은 과연 남들과 다른 감성을 지닌 사람이로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게 바로 신비한 거라는 시인의 가르침이 내 안 깊숙이 들어왔는지,

갑자기 세상이 달라보였다.

알고 보니 이 세상은, 특히 이제 18개월 된 조카를 둘러싼 일상은 온통 신비로운 일 투성이였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제대로 서지도 못 해 연신 넘어지며 뒤통수를 콰당콰당 해 울음 그칠 날이 없던 조카가 이제는 뛰어다니다니, 피리 소리에 왕왕 짖어대며 날뛰는 강아지를 보고 그렇게 재미있어 하며 꺄르르르 넘어가다니, 밖으로 나가고 싶으면 유모차 앞으로 이모를 끌고갈 줄도 알다니,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음악만 나오면 그렇게 흥겹게 몸을 흔들어댈 줄 알다니…… 새삼 조카의 행동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 옹알이 한 마디 한 마디가 무척이나 신비롭게 여겨졌다. 나도 조카가 뛰노는 땅에 기꺼이 엎드려 입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책이다.

읽고 나면 세상이 새삼스러워 보이는 책. 읽고 나면 세상이 신비로워 보이는 책. 읽고 나면 세상 모든 아이들이 예뻐 보이는 책.

내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해 준 이 책에, 김용택 시인에 고마운 마음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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