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9
제임스 M. 케인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평점 :
제목만 보고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못지 않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글이 펼쳐지길 기대하며 읽었는데,
글은 내 상상을 벗어났다.
(작품해설에 따르면) 포스트맨이 벨을 두 번 울린다는 것은 1927년에 벌어진 루스 스나이더-저드 그레이 소송 사건에 등장하는 이야기였다.
잡지 편집자인 앨버트 스나이더가 그의 아내와 그 정부에 의해 살해 당하는데, 그 아내 루스 스나이더가 남편을 살해하기 전에 남편 명의로 보험에 가입한다. 그리고 그녀는 보험 지급증서를 자신이 직접 배달 받기 위해 우편배달부에게 초인종을 두 번 울리라는 신호를 정해준다. 이 사건 이후 포스트맨이 벨을 두 번 울리는 것과 '배액 보상'은 성적 불성실성을 뜻하는 진부한 표현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제목의 이 책은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글이 아니라, 아내가 정부와 함께 남편을 죽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나는 1927년의 그 사건을 전혀 몰랐으니, 그런 내용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게다가, 얼마 전에는 무척 아름다운 우편배달부를 만났잖은가.)
여기저기 떠돌며 생활하던 프랭크가 어느 한적한 간이식당에 취직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사장의 부인 코라와 눈이 맞는다.(오갈 데 없는 자기를 거두어준 착한 사장을 저버리다니!) 끝내 둘이 함께 사장을 죽일 계획을 세우는데, 첫 번째 사건은 미수에 그치고, 두 번째(로 다시 시도할 줄 몰랐다)에는 성공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조금 흔들린다. 여차저차해서 둘 모두 풀려나 둘만의 생활을 하게 되지만, 이미 흔들려 버린 믿음에 위태위태해보인다. 아이가 생기면서 다시 둘 사이에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재건된 듯 보였으나, 글쎄, 생의 마지막 순간에 그녀는 그를 믿었을까?
긴장감 있게 진행된 이야기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나를 잡아 끌었지만,
책을 덮고 나서는 허무함과 쓸쓸함이 가득 밀려온다.
한순간 밀려온 사랑의 파도에 휩쓸려 한 생명까지 없애버리더니, 결국 둘 사이에 남은 게 뭔가?
너무 슬펐던 건, 생의 마지막에 코라 마음속에 프랭크를 향한 의심이 자리 잡았을 거라는 점이다.
결국은 진심을 품지 못하고 끝나는 삶, 진심이 어떤 것인지 코라도 프랭크도 알 수 없는 둘의 사랑이 안타까웠다.
고작 그걸 위해 그런 죄를 저질렀나 생각하니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
책에는 끝끝내 포스트맨이 등장하지 않았다.
붕어빵에 붕어가 안 들었듯이...(?)
_ 당신을 사랑해, 코라. 하지만 당신이 사랑 안에서 두려움을 느낄 때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야. 그건 미움이야.(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