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Fat Cat and the Mustard Pie - 빅팻캣과 머스터드 파이
무코야마 다카히코.다카시마 데츠오.스튜디오 ET CETERA 지음 / 윌북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안의 적과 맞닥뜨렸다. '영어 정복'을 외치며 호기롭게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며칠 만에 그만 두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상당히 짧은 시간 안에 '절친' 맺은 중국어와는 달리 영어는 어떻게 해도 결코 친해지지가 않았다.

그러면 아예 사귀질 않으면 될텐데, 내 마음은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리고 영어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다가 문득 영어 원서 읽기에 마음이 끌렸다.

계기는 『위대한 개츠비』였는지도 모르겠다. 개츠비를 읽으며 '아, 이 문장은 원서에 어떻게 쓰여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자꾸 일었다. 지금껏 많은 번역서를 읽어오며 별로 해보지 않은 생각이었는데, 개츠비를 읽는 동안은 유난히 그랬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사람은 역시 친구(이웃 블로거)를 잘 사겨야 한다고, '원서 읽기'를 하고 있는 한 이웃 블로거의 글을 꾸준히 접하다가 나도 원서 읽기에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다. 이웃 블로그를 방문해 원서 읽기에 관한 글을 이리저리 찾아 읽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원서 읽기를 처음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주는 책이라기에 검색해보니 과연 그런 듯 했다. 중간에 포기할까봐 아예 시리즈로 구입해 놓고는(돈이 아까워서라도 다 읽겠지!) 그 첫 권을 꺼내 읽었다.

 

책의 앞부분에는 영어로 된 이야기가 나오고 뒷부분에는 '<빅팻캣과 머스터드 파이> 꼼꼼히 읽기'라고 해서 한 문장 한 문장 문장 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이 실려 있다.

책을 한 번 읽으면 사실은 영어 이야기를 두 번 읽게 되는 셈이다.

내 영어 실력 내가 아는지라 사실, 첨에는 좀 걱정이 많이 됐다. 1권도 못 읽고 접시물에 코 박고 싶어지면 어쩌나 싶어서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야기가 다 읽혔다. (물론 100% '완벽한' 해석을 하도록은 아니지만. 중간중간 달아준 단어 뜻에 큰 도움을 받았지만.)

와, 과연! 이 책은 나 같은 사람도 영어를 읽을 수 있도록 쓰여진 책이로구나, 신기하고 고마웠다.

비록 쉬운 이야기일지라도 어쨌든 영어로 무언가를 읽어냈다는 생각에 갑자기 영어와의 거리가 부쩍 가까워진 느낌도 들고, 그 동안 영어를 대하며 느꼈던 두려움이 조금쯤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읽고, 다시 영어 이야기 부분만 한 번 읽고, 그 다음은 한 문장 한 문장 소리 내어 읽으며(물론 발음은 '안습'이지만!) 우리말로 옮겨봤다. 같은 이야기를 네 번을 읽고 나니 빅팻캣과 굉장히 친해진 기분이 든다. 내가 (입으로) 옮긴 우리말 문장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전혀 엉터리 이야기가 탄생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건 확신한다. 저자 말마따나 내가 번역가도 아니고(아참! 나는 번역가입니다. 그러니까 영어 번역가가 아니라는 말!) 영어학자도 아닌데 굳이 꼭 들어맞는 우리말로 옮기기 위해 고심할 필요는 없는 거다. 내가 하고 싶은 건 영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게 아니라, 영어로 되어 있는 이야기를 읽고 싶을 뿐이니까. 무슨 이야기인지 알았으면 됐다.

 

"하나만 기억하세요. 번역가나 영어학자가 아니라면 더 이상 영어를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것. 때론 단어가 막힐 수도 있고 전치사의 정확한 쓰임이 헷갈릴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 문장의 내용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정확한 우리말로 바꾸려고 굳이 애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지요."

 

이 말은 반드시 기억해둬야 할 거다. 앞으로 어떤 언어이든 원서를 읽게 될 때, 이 내용만 기억한다면 원서 읽기에 드는 품이 한결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7권까지 읽는 동안 다 이렇게 밝은 마음으로 리뷰를 올리게 될지 그건 조금 의문이다.

2권은 1권보다 더 힘에 부침이 확실하게 느껴져서, 역시 내 영어 실력은 '빅팻캣 1권짜리'로구나, 하고 깨닫고 있는 참이기 때문이다. 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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