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캔들 ㅣ 민음 경장편 3
하재영 지음 / 민음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젊은 작가 밴드 '말도 안 돼'를 통해 처음 이름을 접한 하재영 작가.
전직 발레리나였다가 소설가가 되어 현재 젊은 작가 밴드에서 베이스를 담당하고 있는 미모의 작가.
이 책은 그녀의 첫 책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낮게 매겨져 있는 별점을 보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더랬다.
그런데 짜디짠 별점과 달리 내게는 의외의 재미와 내 감성과 통하는 문장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으니!
어쩌면 결코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한 작가와 그의 책을 알게 해 준 젊은 작가 밴드에 고마운 마음이 슬몃.
소설은 여배우 신미아의 자살 소식을 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화자는 여배우의 고교동창생인 '나'이다.
'친구가 아니라 친구였다고' 과거형임을 강조하는 '나'를 보며 뭔가 있겠구나, 궁금증을 한아름 안고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는데,
생전 스캔들 메이커였던 신미아와 학창시절부터 심심찮게 친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신미아의 여러 루머들, 그리고 그 뒤의 또다른 이야기(어쩌면 진실, 혹은 또다른 사실).
장편소설치고는 책이 워낙 얇기도 하지만, 지루할 틈 없이 책의 끝장까지 나를 이끌고 간다.
루머는 스스로 번식한다. 루머의 자가 번식에 필요한 것은 불특정 다수의 호기심뿐이다. 호기심은 선의에서 우러나지 않는다. 그 안에는 타인의 치부를 훔쳐보고 싶은, 관음증을 닮은 저열한 욕망이 있다. 호기심에 사로잡힌 이들은 루머의 끝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더라도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할 결말을 지어내려 하지 않을까? 그 결말이 완전한 창작, 100퍼센트의 허구여도 말이다. (116)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가기까지 하는 루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는 것만으로 이 소설이 내게 의미있게 다가온 건 아니다.
그런 반성과 뉘우침의 시간이라면, 간간이 터지는 연예인 자살 사건이 더욱 효과(?)가 좋을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루머며 악성 댓글을 지탄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나는 절대로 그런 짓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내가 이 소설을 마음에 들어한 것은, 내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일부 스토리와 문장들이었다.
(여기에 밝히진 않겠다. 마치 일기장처럼, 속내를 심하게 드러내는 기분이 드는 밑줄긋기가 될 테니까...)
한 신인 작가의 첫 소설을 출간된 지 얼마 안 되어 만나볼 수 있었으며, 앞으로 이 작가의 책은 꼬박꼬박 발맞추어 읽으리라 마음 먹게 된 것.
이런 특별한 의미도 함께 내게 남기며...
아름다운 그녀의 글쓰기와 함께, 밴드에서의 모습도 더욱더 기대해 본다.
_ 열정은 순수에서 나온다. 그러나 삶은 순수가 더렵혀지는 과정이다. (40)
_ 연애는 두 사람만의 은밀한 무엇이면서 은밀한 무엇이 아니다. 둘만의 추억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희열은 연애의 즐거움 중 하나다. 행복은 관객이 있을 때 배가 된다. (73)
_ 거짓은 사람에게 생채기를 입히지 않는다. 비수를 꽂는 건 언제나 진실이다. (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