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네이버 카페 연재 당시 1/3쯤 달리다가 신발 끈 풀고 조용히 물러났던 이 소설, 책으로 나왔을 때도 읽을까 말까 살짝 망설였다.

사실, 연재 당시 처음부터 킬러와 총이 등장하여, 내게서 호감도가 낮아졌던 게 사실이다.(내 취향의 문제이므로, 어쩔 수 없다.)

작가와의 소통이 재미있고 좋았다. 연재를 1/3 이나마 함께 달릴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작가의 답댓글 때문이었다고, 이제와서 고백을.

 

그래서 읽을까 말까 망설이던 이 책을, 그래도 연재로 조금이나마 본 정도 있는데, 마지막까지 읽어보자 싶어서 종이책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아뿔싸!!!

뭐지 이건...? 모니터와 종이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인가, 아니면 나는 당시 그저 작가의 답글에만 정신이 팔려 소설은 뒷전이었던 것인가?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나는 왜 중도포기 했던 거야?!

안 그랬다면, 책 출간 후 설거지들 모임에 나가 작가도 직접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냄은 물론, 책에 대해 더욱 남다른 애정을 가질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이제서 아쉬워해봤자, 뭐 이미 끝난 연재는 다시 돌아와주지 않으니...

종이책, 내치지 않고 읽기를 참 잘 했어!!!

 

400여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이틀 밤만에 다 읽어버렸다.

요즘 기껏해야 하룻밤에 시집 반 권쯤 읽을까 말까한 내 독서량으로 보자면, 엄청난 분량의 책읽기였다.

밤에 읽었기에 중간에 끊어갔지, 아마 아침에 읽기 시작했다면, 중간에 멈추지 못 하고 하루 종일을 투자해 다 읽어내렸을지도 모른다.

킬러, 총, 칼이 나온다고 해서 딱딱하거나 낭만, 감상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내가 오해하는) 그런 분위기의 소설이 절대 아니었다.

(그걸, 연재로 읽을 당시에는 몰랐단 말이지? 도대체 뭘 읽은 거니, 바보야!!)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도대체 그런 말은 어디에서 나온 거야?

가을에는 유난히 마음이 스산하고 울적하여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놀러 다니기에도 좋고, 사색에 잠기기에도 좋고, 살 찌기에도 좋으나, 책 읽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 계절 가을.

9월 들어, 소설이라고는 유일하게 <설계자들> 한 권을 완독한 나로서는,

이 가을, 정처없이 떠도는 마음을 붙들어줄 책으로, 이 책을 '기필코' 추천하고 싶다.

기필코 읽으시라. 이 책을.

 

책을 읽는 내내 맥주와 핫브레이크가 당겼다.

서평을 쓸 때라도 맥주가 곁에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지금도 맥주 대신 믹스 커피를 마시는 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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