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주노 디아스의 이 추천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말이지, 추천사를 읽고, 추천사만을 읽고, 눈물이 글썽였더랬다.

 

어서 빌러비드를 읽어야겠다 어서 빌러비드를 읽어야겠다 어서 빌러비드를 읽어야겠다

당신이 당신의 보배야, 세서 당신이 당신의 보배야, 세서 당신이 당신의 보배야, 세서

 

이런 생각으로 며칠을 보내고 오늘 아침, 드디어 『빌러비드』를 펼쳐든...!

 

 

ㅜ_ㅜ

 

나는 왜 이 책을 여태 안 읽고 있었던 거지?

이제 겨우 몇십 쪽 읽었을 뿐이지만, 이 책에 사랑을 느끼기까지는 사실 몇십 쪽까지도 필요 없었던. ㅜ_ㅜ

그러고 보니, 친구들은 이미 『빌러비드』 읽고 카톡으로 진짜 좋다며, 감상 나눴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나는 표지가 그닥 내 취향이 아니어서(-_-;;; 표지 취향 심하게 타는 독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

 

이제야, 친구들보다 뒤늦게(_-_) 읽으며, 왠지 모를, 졌다는 기분에(ㅋㅋㅋㅋ) 사로잡혔.......

 

어서 읽고, 나도 진작 읽었다는 듯이, 그냥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아, 빌러비드 말이야..." 하면서 슬쩍 책수다의 물꼬를 트고 싶다.

 

 

 

 

그렇게 나는,

출근과 동시에,

 

 

퇴근을 간절히 기다리며,

어서 다시 『빌러비드』를 펼치고 싶어, 눈물이 납니다아아아아.............

 

 

 

 

오늘 아침, 내 출근길을 눈물길로 만든 그 첫 부분을 옮기며,

어서 퇴근 시간이 되어 이 책과 다시 만나길 애타게 기다리며,

다시 나의 책상 앞으로...

 

 

십 분이오. 남자가 말했지. 십 분을 허락하면 공짜로 해주겠소.

네 글자를 새기는 데 십 분. 십 분을 더 허락했더라면 '디얼리'란 글자도 새길 수 있었을까? 그때는 남자에게 물어볼 생각조차 못했지만, 그럴 수도 있었으리라는 미련이 아직도 그녀의 마음을 괴롭혔다. 이십 분, 아니 삼십 분이었다면 장례식에서 들은, '디얼리 빌러비드(참으로 사랑하는)'라고 한 목사의 말(사실 목사가 한 말은 그게 다였다)을 전부 아기의 묘비에 새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중요한 한마디만을 새겨넣었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비석들 사이에서 비문을 새기는 사내와 그 짓을 하면서. 사내의 어린 아들이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의 얼굴에는 아주 오래된 분노와 함께 새롭게 눈뜬 욕망이 어려 있었다. 그 정도면 분명 충분했다. 또다른 목사나 또다른 노예제 폐지론자, 그리고 혐오로 가득찬 마을 사람들에게도 대답이 될 만큼.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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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죽었어.” 어머니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말했다. “여기에 있었는데 갑자기 죽어버렸어.”

“아, 정말 안됐네요, 엄마.” 슬픈 표정을 지으며 아르준이 말했다. “제가 모르는 사람 같은데… 누구예요?”

“정말 좋은 사람이었지.” _ 70

 

 

슬픔은 아무것도 면제해주지 않은 것 같았다. 슬픔은 진부한 감정일 뿐이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아내를 잃은 남편, 남편을 잃은 아내, 자식을 잃은 부모, 부모를 잃은 자식 들이 있었다. _ 218

 

 

라시미를 잃은 슬픔은 그녀가 아직 그에게 들려주지 못한 모든 이야기가 망각된 것에 대한 슬픔이었다. 아르준에게 라시미의 이야기를 해주는 고통은 그녀가 두 번 다시 실재로서 설명될 수 없다는 고통일 터였다. _ 221

 

 

이곳에서 찾을 수 없는 건 미국에 가서도 찾을 수 없어. 네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남겨두고 어디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라. _ 223

 

 

이제 그의 생각은 9월에 태어날 아기에게 맞춰졌다. 그는 그 아기에게 모든 희망을 걸었다. 그 아이만큼은 제대로 키울 생각이었다. 아기는 아직 산기타의 뱃속에 들어 있지만 결국 세상의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아기가 자궁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면서 라케시는 자신의 힘을 느낄 것이다. 그의 욕망, 그의 남성다움, 삶에 대한 그의 집착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아기가 자라서 세상사에 눈뜨고 성년이 될 즈음이면 아후자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 것이다.

지금 아기에게 얘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기에게 그의 꿈과 두려움 그리고 야망에 대해 말해줄 수 있다면. 아내의 부드러운 배에 머리를 얹고 속삭여줄 수 있다면…… _ 227

 

 

 

 

왜 자꾸 동생을 낳는 거예요?

이미 열세 명이나 있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도시 뉴델리,

그 무질서한 풍경 속에서 아후자 가족의 시끌벅적한 일상이 빚어내는

요절복통 블랙코미디!

 

책 뒤표지를 보고 엄청 웃길 거 같아서 집어든,

카란 마하잔의 『가족계획』.

처음에는 큰아들 아르준의 상황이 웃겨서 낄낄대다가

(그렇잖아요, 동생이 열두 명(+엄마 뱃속에 하나 더!)이나 있어 '찢어진 콘돔'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다니!(아 맞다, 친구들은 동생이 여섯 명밖에(!) 없는 걸로 아는데도...;;) 그런데 또 부모님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왜 자꾸 아이를 낳느냐고 도대체 내 이름은 아느냐고 묻는 웃픈 모습.^_ㅠ)

 

책을 읽어나갈수록 아버지인 아르후의 독백에 점점 몰입되더라고요.

 

해마다 기억력이 쇠퇴하면 라시미를 좀더 쉽게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비밀을 털어놓는 일도 쉬워질 거라고. 하지만 그는 라시미를 조금도 잊지 못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_ 225

 

라시미는 이 소설에서 아주 잠깐 등장했지만,

아르후의 기억속에 살며 이 소설 내내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해요.

(아, 그러고 보니 아주 잠깐의 등장마저도 아르후의 기억속에서였네요. 아르후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인물...)

웃길 거 같아서 읽다가, 순간순간 코끝이 찡하게 매워졌더라지요.

 

 

 

아참, 그리고 이 문장, 정말 사랑해요!

 

 

네가 내 동생을 물풍선으로 때렸다며? 그럼 나는 너를 물풍선 일만 개로 때려주지! 네가 내 여동생을 깜짝 놀래주려고 폭죽이 일만 발이나 든 폭죽통을 샀다며? 그럼 나는 (…) 폭죽이 일조 발이나 든 통을 사서 네가 죽는 날까지 터뜨려주지! _ 75

 

 

이것이 바로 형제간의 으ㅡ리!!!

복닥복닥 사남매가 엉켜 살던 우리집에서도 볼 수 있던 풍경이거든요.

하도 어린시절 기억이라, 누구와 누구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일도 있었지요.

밖에 나갔던 누가 당하고(!) 왔다고 집에 있던 누가 슬리퍼를 들고 뛰쳐나가 "이놈 자식 가만 안 둔다!!!" 고함치며 철길을 따라 달렸던...ㅋㅋ (그래서 그 슬리퍼가 제대로 임자를 찾아 혼내줬는지 그거까지는 기억이 안 나는 거 보니, 저는 뒤따라 달리다 지쳤던가 뭐 그랬겠지요.)

 

으음...?

갑자기,

눈에 습기가 차네요...;

 

밑줄긋기 이만 마쳐야겠어요;;

 

 

 

사랑합니다, 우리 가족들...♥

(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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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예의를 향해

 

 

  오 년여 전, 아우슈비츠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무렵엔 폴란드에서 살고 있었으니 그곳에 가는 게 어렵지는 않았죠. 중앙역에서 기차를 한 번만 타면 다섯 시간 이내에 아우슈비츠가 있는 도시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물리적으로 그토록 가까운 곳에 아우슈비츠가 있었음에도 폴란드를 떠나기 석 달 전에야 그곳을 찾아갔던 건 감정적인 거리감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곳에 가는 걸 기다리면서도 두려워했습니다.

 

  귀국 후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이현경 옮김, 돌베개, 2007), 서경식의 『디아스포라의 눈』(한승동 옮김, 한겨레출판, 2012), 그리고 『디아스포라 기행』(김혜신 옮김, 돌베개, 2006)을 읽으며 살아남은 자의 예의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전쟁을, 학살을, 혹은 그와 비슷한 무게의 고통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이 화두는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지속될 테지요. 그리고 우리의 죽음 이후에도 누군가는 짊어질 생의 무게일 것입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세대와 세대가 지나가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어떤 영원한 예의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한다면 너무 거창하겠죠. 실은 저도 잘 모르는 영역입니다. 그러니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저는 이렇게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대단하고 위대한 삶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인간다워지는 순간에 대해서 쓰고 싶어서였다고요.

 

  그 빛의 순간이 읽는 분들의 마음속에도 비쳐지길 소망합니다.

 

 

_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조해진 「빛의 호위」 작가노트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다가, 조해진 작가의 '작가노트'를 읽고 또 읽었다.

뒤에 줄줄이 기다리는 다른 글들을 읽지 못하고, 이 글만 읽고 또 읽으며,

영원한 예의를,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어떤 영원한 예의를, 생각했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그 영원한 예의를.

 

 

 

전쟁의 비극은 철로 된 무기나 무너진 건물이 아니라, 죽은 연인을 떠올리며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는 젊은 여성의 젖은 눈동자 같은 데서 발견되어야 한다. 전쟁이 없었다면 당신이나 나만큼만 울었을 평범한 사람들이 전쟁 그 자체니까. (49)

 

나는 생존자고, 생존자는 희생자를 기억해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다. (53)

 

_ 「빛의 호위」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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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애작가' 소식이 풍년이었다.

 

김중혁 작가 신간 예약판매가 시작되었고,

한창훈 작가님이 새 연재를 시작하셨고,

김연수, 김중혁, 한창훈 작가님의 단편 영문판이 나왔고!

 

 

그 단편 영문판이 바로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에서 나온 가장 중요하고 첨예한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별하여 총 105권의 시리즈를 기획"했다는데, 이번에 김연수 김중혁 한창훈 작가님 작품이 나오고야 이 시리즈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_*

 

그래서 찾다보니, 신경숙 작가님의 <풍금이 있던 자리>도!

뒤늦게 발견한 신경숙 작가님의 책 말고 세 권은 이미 구매 완료!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단편 작품을 한글과 영어로 동시에 읽을 수 있는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

앞으로는 주목해야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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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은 뭡니까?

당신의 비밀과 그림자를 지워드립니다

비밀은 월요일처럼 길어집니다

비밀은 우물보다 깊어집니다

 

당신의 비밀을 말해주십시오

제가 모든 걸 알려드리겠습니다

비밀의 등급

비밀의 가격

비밀의 의미

 

오늘부터 당신의 비밀은

영원히 당신만의 것이 될 것입니다

 

자, 시작해볼까요?

 

 

 

 

 

3월 20일 출간 예정인 김중혁 작가님 새 장편소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문학과지성사)  북트레일러가 올라왔다.

http://www.youtube.com/watch?v=3sUBZfO6KTY

 

 

김중혁 작가님이 직접 만드셨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촬영/편집 김중혁'...! ^^

 

(지금 소리는 못 듣고 영상만 봤는데도, 아아, 좋으다!!! 역시, 쭝혁쌤! 역시, 혁사마!!)

 

 

  

 

그럼, 3월 20일을 두근두근 기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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