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해드립니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로런스 블록 지음, 이수현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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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가 쓰고 싶어하는 이야기의 최종판>

유명한 작가 누구누구의 강력 추천! 이란 광고 문구... 너무나 식상한 문구라 상당히 팔랑귀인 저마저도 이런 문구에는 쉽게 혹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 누구누구가 다름아닌 '이사카코타로'라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그는 제가 무조건 믿고 보는 작가니까요. 게다가 켈러 시리즈는 이사카코타로의 최종 지향점과도 같은 책이라니.... 혹...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 책을 로런스블록이란 걸출한 중견 작가의 작품으로서가 아닌, 제가 애정해마지 않는 작가의 추천작으로서 펼쳐 들게 됐습니다. 그가 쓰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최종판이이란 어떤 스타일일지 점쳐 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감성감성 열매를 먹은 킬러 '켈러'>

'살인해 드립니다.'라니... 제목이 상당히 직설적입니다. 게다가 하드보일드라니, 그 수위(?)가 꽤나 강하겠구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그런데... 이 켈러라는 킬러(...운이 맞는 것이 참 좋네요...ㅋㅋ)... 마치 사춘기 소녀 같습니다. 출장지마다 그곳에 매료되어 이사를 꿈꾸지만, 또한 금방 자신의 현실로 돌아오는 변덕스러운 감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개를 키우기 시작하면서는 모든 생활을 개의 패턴에 맞춰나가기도 합니다. 정에도 한없이 약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며 의뢰인과 타깃 사이에서 내적 갈등도 자주 겪습니다. 우표 수집에 빠져들면서는 덕후스러움을 한껏 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섬세한 감성 덕분에 켈러는 심지어... 킬러라는 신분으로는 너무도 위험한 상담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개인적으로 10편의 단편 중 가장 맘에 들었던 단편 중 하나였습니다.) 만약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악마의 열매중 감성감성 열매란 것이 있다면 분명 그 열매는 켈러가 먹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악마의 열매를 먹은 사람은 그 열매 덕에 치명적인 약점이 생기는 동시에 어마어마한 능력을 소유하게 되지 않습니까? 켈러 또한 그렇습니다. 이런 예민한 감성은 분명 킬러로서는 지극히 불필요한 약점이 될텐데... 어쩐 일인지 켈러는 이 감성 덕에 그의 능력치...특히 독자를 끌어 당기는 매력치가 극에 달하게 되니까요. 때문에 시원한 액션 스릴러를 기대하며 이 책을 펼치신 분들은 아마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기에 대한 묘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총탄이 비오듯 퍼붓는 장면을 읽을 때면 머리가 멍~ 해져버리는 저에겐 이런 독특한 킬러 '켈러'의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그렇게 시간 순서대로 수록된 10편의 단편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켈러의 섬세한 심리 변화 과정이나 자아성찰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가 있습니다.

 

<독자를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킬러 '켈러'>

원래 킬러라함은 찔러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냉정함을 갖고 있다거나 어마무시한 살해 스킬(?)을 자랑하며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정석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속에서 접하게 되는 킬러들은 흔히 두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지요. 주인공을 괴롭히는 '철저한 악인'이거나, 그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주로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의적 스타일의 암살자'이거나. 그런데 켈러라는 인물은 그 어디에도 포함시킬 수 없는 애매함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독자들은 딜레마에 빠지고 맙니다. 그가 '철저한 악인'이라면 그를 미워하고 증오하며 단죄되기를 빌면 될 것이고, '의적 스타일의 암살자'라면 악의 무리를 처단해 가는 그를 응원하면 되는데... 도통 그를 어디에 포함시켜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어찌됐건 그의 직업은 사람을 죽이는 킬러이니... 그는 분명 선인에 포함될 수는 없는 인물인데다가 가끔 실수로(-_-) 의뢰받지 않은 무고한 사람까지 살해하는 켈러를 보고 있노라면 약간의 분노와 함께 켈러를 증오하게 됩니다. 역시 킬러라는 직업은 어쩔 수 없지...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켈러 역시 이점에 대해 끊임없이 내적 갈등을 겪으며 자아를 성찰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켈러에 대한 미움이 점점 사라져가게 되는 묘한 심리 변화 과정을 겪게 됩니다. 게다가 정에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거나, 개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저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한 사람은 없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거든요.) 어느새 그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말거든요. 또 그러는 와중에 켈러가 타깃을 살해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라도 하면... 아... 맞다... 켈러는 사람을 죽이는 게 직업인 사람이었지...하고 깨닫습니다. 그렇게 10편의 단편을 읽으며 이런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딜레마의 늪에 빠져 허우적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딜레마는 즐겁기 짝이 없는 딜레마이며 이 책의 페이지 터너가 되는 것이지요.

 

<누구누구의 추천작이 아닌, 로런스 블록의 '켈러' 시리즈>

글의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저는 이 책을 오로지 이사카코타로란 이름 때문에 펼쳐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덮고선 왜 그가 쓰고 싶어하는 이야기의 최종판이라고 표현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이사카코타로의 최근작인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에서의 킬러 '목부남'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거든요. 아마도 켈러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아 탄생시킨 캐릭터가 '목부남'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적인 요소와 더불어 질척거리지 않는 간결한 문장, 진지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대화체, 지루하지 않은 내면 묘사까지. 이 작품으로 처음 접하는 로런스 블록에 대한 저의 첫인상을 두 마디로 표현해 보자면 그것은 '섬세하게 담백하다.' 였습니다. 대중적인 요소와 문학적인 요소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로런스 블록의 대단한 필력을 저 또한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사카코타로의 추천작 켈러 시리즈가 아닌, 오롯이 로런스 블록의 매력적인 캐릭터 '켈러'의 이야기를 즐기고 싶은 욕구가 커졌습니다. 도트의 전화가 울리고, 켈러는 또 어딘가로 출장을 가서 그곳의 매력에 흠뻑 취해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흔들리다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겠지요. 여전히 우표 수집에 열을 올리면서 말입니다. 그런 그의 이야기들이 또 읽고 싶습니다. 부디 켈러의 다른 이야기들도 어서 번역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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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구두당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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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슈렉이라는 녹색 괴물과 피오나 공주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우리가 이전까지 접했던 아름다운 동화속의 잘생긴 왕자님이 아닌 못생긴 녹색 괴물, 아름답지만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공주님이 아닌 못생겼지만 당차고 적극적인 공주가 주인공으로 등장했었으니까요. 그러면서 이전까지의 동화들의 전형적인 패턴에 대해 비틀고 꼬집는 데서 오던 신선한 충격. 풍자와 패러디의 가장 올바른 예라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우리 국내 작가가 세계 명작 동화들을 새롭게 변주하여 10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기대가 컸습니다. 슈렉과는 또다른 약간의 한국적인 무엇을 곁들인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하고 말이죠.

 

우리가 어린 시절 접했던 동화들의 내용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왕자와 공주가 등장하고, 공주를 못 살게 구는 못된 마녀가 등장하지만, 결국 동화 말미엔... '마녀는 지옥 불구덩이에 떨어졌답니다.'. '그렇게 공주님과 왕자님은 평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끝을 맺지요. 철저하게 권선징악, 철저하게 주인공 중심적인 해피엔딩.

 

이 작품속 10편의 단편들은 이런 해피엔딩, 권선징악 따위 전부 집어치우고, 독하고 때론 사악하고 적나라하게 동화들을 변주해 갑니다. 공주나 왕자가 아닌 그들의 주변 인물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해피엔딩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기도 하며, 아예 배경을 달리 하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그런 과정 안에 다분히 정치적인 색이나, 사회 풍자적인 요소를 담뿍 담아놓았습니다. 때문에 전혀 동화같은 느낌이 없습니다. 작품들에 담긴 메타포를 읽어 내기에 다분히 어렵기도 하고, 또한 아이다운 순수함은 없기에 솔직히 어린 아이들이 읽을만한 책은 아님에 분명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라고 할까요? 그리고 그런 결코 순수하다거나 착하다고 할 수 없는 잔혹성(?)을 읽어내는데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다만 개인적 아쉬움은 남습니다. 저는 솔직히 그림 형제니, 안데르센 동화니...등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솔직히 여기 차용된 수많은 동화들 중에서 제가 제대로 읽었다고 기억하는 동화는 성냥팔이소녀...뿐이었습니다. 이런 작품을 감상하는 가장 큰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원작과의 차이점을 찾아가며 그 차이점 속에 담아놓은 새로운 메시지는 무엇인지를 읽어내는 것인데... 저의 좁디 좁은 배경지식으로 인하여... 그 재미가 반감해버리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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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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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엄마 아빠가 살고 계신 제 고향은 제가 초등학교(사실은 국민학교 시절이죠.) 저학년까지도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펌프로 끌어 올린 지하수를 마시고, 빨래는 저수지 빨래터에서 해야 하는 그야말로 심각한 깡촌이었습니다. 집 앞뒤는 전부 산이나 논밭이고 담 아래에는 토끼풀이 무성해 가끔 뱀이 출몰하기도 했습니다. 강원도도 아닌데 눈이 오기 시작하면 마구 퍼부어 어른 허리까지 쌓이게 오는 적도 많았습니다. 학교까지는 걸어서 30분쯤. 그래도 동네에 또래 친구들이 많아 손잡고 그 긴 길을 오고 가는 것이 마냥 심심하지만은 않았었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분들이나, 나이가 좀 어린 분들은 아마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해 현실감이 없게 들리실 겁니다. 하긴 지금의 저조차도 그때... 대체 어떻게 살았을까...싶으니까요.

 

엄마가 집을 나가버리고 아버지 홀로 힘들게 키우다 시골 외가에 맡겨진 11세 소녀 둘녕, 그리고 그녀의 이종 사촌 수안. 둘녕이와 수안이는 지금은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그 시절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둘녕과 수안이 다니던 시골 분교. 그녀들이 등하굣길에 오가던 논두렁 길. 호기심과 두려움이 반반 섞여 자꾸만 들여다 보게되는 토담집. 그녀들이 읽던 수많은 추억속의 문고들. 때론 정겹고, 때론 조금 아픈 그것들을 읽어 나가며 저는 그녀들과 함께 그곳을 걷고 읽고 보다가... 결국엔 그시절의 저로 돌아갑니다.

 

둘녕이 외가에 내려오며 시작되는 이 소설엔 정말 수많은 에피소들이 담겨 있습니다. 때론 즐겁지만, 때론 아픈 에피소드들. 그런 에피소드들을 통해 그녀들은 점점 성장해 가지요. 그리고 그녀들은 아주 아픈 성장통을 겪습니다. 그리고 그런 성장통을 겪고 38세의 어른이 된 현재의 둘녕이 등장합니다. 현재의 둘녕의 이야기와 함께 그녀가 회상하는 소녀시절의 둘녕의 이야기와 더불어 둘녕의 편지들, 그녀가 어린 시절 수안과 함께 읽었던 동화들까지 뒤죽박죽 섞여 있습니다. 이런 구성은 굉장히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소녀 둘녕과 어른 둘녕의 이야기를 번갈아 듣다 보니 그 경계가 조금씩 모호해집니다. 도대체 어른이 된다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만 20세가 지나고 나면, 성년의 날을 넘기고 나면 우리는 정말 어른이 되는 걸까요? 그런데 그렇다기에 어른 둘녕은 여전히 아픈 성장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비단 둘녕 뿐은 아니겠지요. 우리는 아마 죽을 때까지 미완성의 성장을 계속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이 된 둘녕은 옷 수선집을 운영하며 틈나는 대로 잠옷을 만듭니다. 오로지 자기 손만을 빌어서. 그리고 그 잠옷이 완성이 되었을 때, 그리고 책 제목의 의미를 깨달았을 때, 저는 결국 펑펑 울어버렸습니다. 이 잠옷을 만드는 것으로 둘녕은 다시 한번 성장통을 이겨 냅니다. 그 과정을 지켜 보며 같이 아팠고 또한 위로를 받게 됩니다. 그렇기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많이 울었지만 또한 웃을 수도 있었습니다.

 

시즌을 거듭하며 우리를 과거로 되돌려 놓는 인기 드라마가 있습니다. 얼마전에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어 다시 한번 화제가 되고 있지요. 그 드라마 뿐 아닙니다. 이런 복고 열풍은 드라마나 음악이나 예능 등에서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이토록 과거 그 시절들에 열광하는 걸까요? 그건 아마도 그것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그 시절의 나 자신이 떠오르기 때문일 겁니다. 그 시절 행복했던 내가, 그 시절 아팠던 내가. 하지만 그 시절로 되돌아가 같이 기뻐해 줄 수도 없고, 위로해 줄 수도 없기에 우리는 드라마나 책이나 음악을 통해 지금의 나와 그 시절의 내가 소통하려 하는 것이 아닐까요? 잠옷을 입으렴을 통해 울고 웃으며 소녀 시절의 저와 소통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p.438 한때 내 것이었다가 나를 떠난 것도 있고, 내가 버리고 외면한 것도, 한 번도 내 것이 아니었던 것도 있다. 다만 한때 몹시 아름다웠던 것들을 나는 기억한다. 그것들은 지금 어디로 달아나서 금빛 먼지처럼 카를거리며 웃고 있을까. 무엇이 그 아름다운 시절을 데려갔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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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좋은썬 2015-11-14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저도 재밌게 읽은 책이에요. 사서함110호의 우편물? 그것도 참 좋더라구요..

그녀,읽다. 2015-11-14 22:54   좋아요 0 | URL
네 옛날 생각 나고 참 좋더라구요. 먹먹하고 애틋하고 정겹고^^ 아직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못 읽어봤는데 그 작품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그레이맨 그레이맨 시리즈
마크 그리니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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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8 그레이맨의 존재 이유는 단순했다. 세상에 처단해야 할 악인이 남아있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이 직업인 킬러에게 정의감이란 것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인 그레이맨을 보자면 분명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넘치도록 말이죠. 그런 정의로운 오지랖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자신의 임무가 끝났으면 조용히 탈출하면 편했을 걸 지나친 정의감과 오지랖으로 자신을 버렸던 조국의 군인들을 돕느라 일이 꼬일 대로 꼬여버린 젠트리. 급기야 전세계 킬팀들의 표적이 되고 맙니다. 고작 킬러 하나를 수십명의 킬러들이 온갖 무기를 동원하여 그를 추격합니다. 하지만 워낙 전설적인 존재였던 우리의 주인공은 끝까지 살아남지요. 끊임없이 다치고 다치고 또 다치는데도 절대로 죽지 않는 불사신! 마치 빗발치는 총알들 속을 뚫고 나오던 람보 같습니다.

 

킬러치고 지나치게 정의롭고 오지랖 넓고 정이 철철 넘치는 코트에게 점점 빠져들었습니다. 수없이 밝혔지만 저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면 그 책은 일단 80%는 먹고 들어가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정들어 버린 인물이 첫페이지부터 심지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고난이 계속 되기에 이렇게 극한까지 젠트리를 계속해서 몰아넣는 작가가 혹시 변태가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덕분에 독자는 책을 펼쳐 둔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지만요. 그리고 이야기 속에 좀 반갑다고 해야할지... 당황스럽다고 해야할지... 모를 인물이 등장합니다. 수많은 킬팀중에 한국에서 온 국정원 킬러 김성모. 다른 킬팀들은 떼로 다니는데 홀로 유유히 움직이던 인물. 그렇기에 젠트리와 가장 많이 닮았고, 그렇기에 또한 유일하게 젠트리의 맞수다운 맞수였던 인물이지요. 김성모가 등장하는 부분에선... 묘하게 젠트리를 응원해야할지 성모를 응원해야할지 내적갈등을 겪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것도 애국심으로 봐야할까요? ㅋㅋㅋㅋ;;)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액션이란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습니다. 책은 거의 접한 바가 없고, 그나마 액션 영화들을 봐 온 경험은 좀 있는데... 영화 속에서 액션씬들이 펼쳐지면 저는 자연스레 멍~ 해지더라구요. 그런 액션씬들에서 희열이나 통쾌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요. 그러다가 아아, 이런 것이 액션의 묘미구나...하고 깨달았던 게 본시리즈를 보았을 때였습니다. 본의 화려한 액션은 너무도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쳤기에 본에게 완전 반해버렸었지요. 그럼에도 총알이 빗발치는 장면들에선 여전히 멍~해집니다. 그러다 원티드라는 영화를 보고서 총격 액션에도 눈을 뜨게 되었지요. 그레이맨은 읽고서 본시리즈와 원티드의 액기스만을 뽑아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제가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영상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런 액션물은 화려한 영상으로 감상하면 더 꿀잼이겠지요.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었고 주연캐스팅까지 되었다고 하니 기대해 봅니다. 물론 코트가 코트니가 되어 성별이 바뀌어버렸다는 것은 좀 멘붕이지만요.

 

그리고 불사의 전설적인 킬러 코트 젠트리의 마드리드에서의 임무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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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짓하다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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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미드 크리미널마인드를 봤을 때가 떠오릅니다. 저는 솔직히 여타 인기절정인 수사 미드들에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경우는 프로파일러라는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직업 덕에 서너 시즌을 꽤 재밌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후 시사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면서 유명해지신 그분(...아시죠? 다들? ㅋㅋ)덕에 아, 우리 나라에도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있긴 있구나...하고 신기해하며 외국 드라마에서만 존재하는 직업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지요. 하지만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이제 제법 익숙해지고 친숙한(?) 직업이 되었음에도 생각해보면 국내 소설에선 쉽게 찾아 볼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케이블 드라마 속 주인공에서는 가끔 볼 수 있었지만요.

 

이 소설은 프로파일러가 주인공인 시리즈의 서막을 여는 작품입니다. 프로파일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해박한 지식, 강렬한 카리스마, 섬세한 감성. 저는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 속 프로파일러인 김성호란 인물은 이런 제 선입견을 완전히 깨는 인물이었습니다. 평범하달 수 있는, 그닥 뛰어나달 수 없는 체력, 왠지 불안해 보이기만 하는 멘탈. 이래서야 과연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 자체가 실은 잘못되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프로파일러는 범인을 잡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인물이 아닌, 수사의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니까요. 여타 드라마들로 인해 잘못된 인식이 박혀 있었던 거지요. 때문에 김성호라는 인물은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프로파일러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인물형은 독자에게, 그러니까 저에게 긍적적으로도 또한 부정적으로도 다가오게 됩니다.

 

몇 해 전, 한 인터넷 사이트의 회원들 사이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었지요. 또다른 모 사이트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자주 오르곤 합니다. 이 작품 속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터집니다. 주간파라 불리우는 사이트에서 한 여성을 살해하기로 모의하고 실제로 그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건 10대 청소년이었습니다. 그를 프로파일링하기 위해 투입된 사람이 김성호. 하지만 이를 개기로 김성호는 시쳇말로 신상이 탈탈 털리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 김성호는 진도의 삼보섬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 실종사건의 수사 협조 명목으로 차출당하게 되지요. 그리고 그는 그 섬에서 제목처럼 섬찟한 일들을 당하고, 또한 떠올리게 됩니다. (덧붙이자면 상당히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센스 있는 제목에 무한 박수를 보냅니다.)

 

사실 소설을 중반까지 읽어 나가는 동안 조금 답답했습니다. 주간파 살인사건 외엔 여타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고, 또한 사건들이 해결될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아아, 싶기 시작합니다. 이것 저것 그것들(...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서요;;)이 다 얽히고 섥혀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순간 섬찟한 반전에 한방 먹고맙니다. 특히 씻김굿 장면은 여러면에서 압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작가가 얼마나 자료 조사를 철저히 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구체적으로 언급해가며 하고픈 말이 많지만... 스포가 될까봐서 말을 고르기가 참 힘이 드네요;;;

 

시리즈물의 서막인지라... 끝을 보고도 결코 끝을 본 것 같지 않은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이번 편은 시리즈의 큰 맥이 되는 주인공을 소개하고자 했다는 것이 많이 느껴지거든요. 때문에 다음 편을 빨리 보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창하게 주인공을 소개 받고도... 제가 그를 애정해야할지 미워해야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거든요. 저는 그를 한없이 애정하고 싶은데... 그러자면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봐야지 싶습니다.

 

단순 살인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의 방향성에 대해서까지 담고 있는 소설을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한다지요. 인터넷 악성댓글, 인터넷 중독, 히키코모리, 학교 폭력.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큰 주제는 바로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이 소설을 꽤 근사하게 빠진 한국형 사회파 추리소설이라 감히 칭하고 싶네요. 다른 나라 미스터리를 읽을만큼 읽고 국내로 눈을 돌렸는데 무얼 읽어야할지 모르겠다 싶으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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