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구두당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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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슈렉이라는 녹색 괴물과 피오나 공주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우리가 이전까지 접했던 아름다운 동화속의 잘생긴 왕자님이 아닌 못생긴 녹색 괴물, 아름답지만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공주님이 아닌 못생겼지만 당차고 적극적인 공주가 주인공으로 등장했었으니까요. 그러면서 이전까지의 동화들의 전형적인 패턴에 대해 비틀고 꼬집는 데서 오던 신선한 충격. 풍자와 패러디의 가장 올바른 예라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우리 국내 작가가 세계 명작 동화들을 새롭게 변주하여 10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기대가 컸습니다. 슈렉과는 또다른 약간의 한국적인 무엇을 곁들인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하고 말이죠.

 

우리가 어린 시절 접했던 동화들의 내용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왕자와 공주가 등장하고, 공주를 못 살게 구는 못된 마녀가 등장하지만, 결국 동화 말미엔... '마녀는 지옥 불구덩이에 떨어졌답니다.'. '그렇게 공주님과 왕자님은 평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끝을 맺지요. 철저하게 권선징악, 철저하게 주인공 중심적인 해피엔딩.

 

이 작품속 10편의 단편들은 이런 해피엔딩, 권선징악 따위 전부 집어치우고, 독하고 때론 사악하고 적나라하게 동화들을 변주해 갑니다. 공주나 왕자가 아닌 그들의 주변 인물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해피엔딩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기도 하며, 아예 배경을 달리 하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그런 과정 안에 다분히 정치적인 색이나, 사회 풍자적인 요소를 담뿍 담아놓았습니다. 때문에 전혀 동화같은 느낌이 없습니다. 작품들에 담긴 메타포를 읽어 내기에 다분히 어렵기도 하고, 또한 아이다운 순수함은 없기에 솔직히 어린 아이들이 읽을만한 책은 아님에 분명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라고 할까요? 그리고 그런 결코 순수하다거나 착하다고 할 수 없는 잔혹성(?)을 읽어내는데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다만 개인적 아쉬움은 남습니다. 저는 솔직히 그림 형제니, 안데르센 동화니...등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솔직히 여기 차용된 수많은 동화들 중에서 제가 제대로 읽었다고 기억하는 동화는 성냥팔이소녀...뿐이었습니다. 이런 작품을 감상하는 가장 큰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원작과의 차이점을 찾아가며 그 차이점 속에 담아놓은 새로운 메시지는 무엇인지를 읽어내는 것인데... 저의 좁디 좁은 배경지식으로 인하여... 그 재미가 반감해버리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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