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짓하다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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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미드 크리미널마인드를 봤을 때가 떠오릅니다. 저는 솔직히 여타 인기절정인 수사 미드들에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경우는 프로파일러라는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직업 덕에 서너 시즌을 꽤 재밌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후 시사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면서 유명해지신 그분(...아시죠? 다들? ㅋㅋ)덕에 아, 우리 나라에도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있긴 있구나...하고 신기해하며 외국 드라마에서만 존재하는 직업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지요. 하지만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이제 제법 익숙해지고 친숙한(?) 직업이 되었음에도 생각해보면 국내 소설에선 쉽게 찾아 볼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케이블 드라마 속 주인공에서는 가끔 볼 수 있었지만요.

 

이 소설은 프로파일러가 주인공인 시리즈의 서막을 여는 작품입니다. 프로파일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해박한 지식, 강렬한 카리스마, 섬세한 감성. 저는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 속 프로파일러인 김성호란 인물은 이런 제 선입견을 완전히 깨는 인물이었습니다. 평범하달 수 있는, 그닥 뛰어나달 수 없는 체력, 왠지 불안해 보이기만 하는 멘탈. 이래서야 과연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 자체가 실은 잘못되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프로파일러는 범인을 잡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인물이 아닌, 수사의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니까요. 여타 드라마들로 인해 잘못된 인식이 박혀 있었던 거지요. 때문에 김성호라는 인물은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프로파일러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인물형은 독자에게, 그러니까 저에게 긍적적으로도 또한 부정적으로도 다가오게 됩니다.

 

몇 해 전, 한 인터넷 사이트의 회원들 사이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었지요. 또다른 모 사이트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자주 오르곤 합니다. 이 작품 속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터집니다. 주간파라 불리우는 사이트에서 한 여성을 살해하기로 모의하고 실제로 그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건 10대 청소년이었습니다. 그를 프로파일링하기 위해 투입된 사람이 김성호. 하지만 이를 개기로 김성호는 시쳇말로 신상이 탈탈 털리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 김성호는 진도의 삼보섬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 실종사건의 수사 협조 명목으로 차출당하게 되지요. 그리고 그는 그 섬에서 제목처럼 섬찟한 일들을 당하고, 또한 떠올리게 됩니다. (덧붙이자면 상당히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센스 있는 제목에 무한 박수를 보냅니다.)

 

사실 소설을 중반까지 읽어 나가는 동안 조금 답답했습니다. 주간파 살인사건 외엔 여타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고, 또한 사건들이 해결될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아아, 싶기 시작합니다. 이것 저것 그것들(...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서요;;)이 다 얽히고 섥혀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순간 섬찟한 반전에 한방 먹고맙니다. 특히 씻김굿 장면은 여러면에서 압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작가가 얼마나 자료 조사를 철저히 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구체적으로 언급해가며 하고픈 말이 많지만... 스포가 될까봐서 말을 고르기가 참 힘이 드네요;;;

 

시리즈물의 서막인지라... 끝을 보고도 결코 끝을 본 것 같지 않은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이번 편은 시리즈의 큰 맥이 되는 주인공을 소개하고자 했다는 것이 많이 느껴지거든요. 때문에 다음 편을 빨리 보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창하게 주인공을 소개 받고도... 제가 그를 애정해야할지 미워해야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거든요. 저는 그를 한없이 애정하고 싶은데... 그러자면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봐야지 싶습니다.

 

단순 살인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의 방향성에 대해서까지 담고 있는 소설을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한다지요. 인터넷 악성댓글, 인터넷 중독, 히키코모리, 학교 폭력.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큰 주제는 바로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이 소설을 꽤 근사하게 빠진 한국형 사회파 추리소설이라 감히 칭하고 싶네요. 다른 나라 미스터리를 읽을만큼 읽고 국내로 눈을 돌렸는데 무얼 읽어야할지 모르겠다 싶으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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