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
왕원화 지음, 문현선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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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왕원화의 전작 [단백질 소녀]를 워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홍콩의 왕가위 감독이 영화화하기로 한  [단백질 소녀]는 월간 잡지에 에세이 형식으로 연재되었던 소설이기에  그 구조 자체는 극화하기에 문제가 있는 작품이라 봅니다. 따라서 왕가위 감독이 [단백질 소녀]를 대본화하는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 [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는 왕원화가 본격적인 장편소설로 만들어 낸 작품입니다. 원작을 구매해 영상화 작업을 할 지 판단하기 위해 책을 펴들었습니다.

소설의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즈핑의 결혼식을 계기로 어린시절 친구인 주요 등장인물이 소개됩니다. 항상 남들보다 앞섰던 모범생 즈핑은 이번에도 친구들 보다 앞서서 그레이스와 결혼식을 올립니다. 천하의 바람둥이인 두팡은 20대 초반의 어린 여자친구 안안을 데리고 결혼식장에 나타나지만 여전히 다른 여성을 향해 레이더를 돌리고 있습니다. 과거의 이별을 아직 극복하지 못한 밍홍은 거의 완벽한 여자인 주어치를 소개받지만 여전히 쭈빗거릴 뿐입니다.

이 소설은 밍홍의 스토리를 축으로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모범생 출신인 이 대만 남성 작가 자신의 모습이 소설 곳곳에 투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시의 삶 속에서 그들의 30대를 견뎌내려는 범생이들의 부딪치고 좌절하는 인생과 사랑이야기입니다. 비슷한 삶을 꾸리는 저이기에 작가의 캐릭터에 유난히 공감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설명한  '끝에서 두 번째 여자친구'란 여성들의 범주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너무 편안하지만 오히려 지루했기에 남자들은 그녀들을 떠납니다. 떠나고 난 후에야 남자들은 그녀들이 얼마나 훌륭한 여자인지 깨닫고 그제야 더 좋은 남자가 되어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합니다. 결혼 직전에 만난 마지막 여자친구들이 '끝에서 두 번째 여자친구'입니다. 제가 읽기에 주인공인 끝에서 두 번째 여자 주어치와 안안의 모습은 모든 남성이 그리는 거의 완벽한 배우자들입니다. 그 완벽한 여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밍홍과 두팡은 상당히 결함이 있는 남자라고 보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오히려 '끝에서 두번째 여자 친구를 버린 멍청한 남자'들의 얘기입니다. 이처럼 완벽한 여자들이 사랑을 얻지 못하는 이야기가 독자들이 손들 수밖에 없는 개연성과 싱싱한 캐릭터를 통해 전해진다. [단백질 소녀]에서 보여주었던 다채로운 캐릭터 플레이는  이번에도 여전히 재밌는 남과 여의 에피소드로 이어집니다.

캐릭터에 비해 소설의 스토리는 빈약합니다.  캐릭터는 따올 수 있지만 참신한 플롯은 아니기에 TV 드라마의 원작으로서는 힘이 없어 보입니다. 회사에 원작의 구매를 추천하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끝에서 두번째 여자인 저우치의 모습은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디 이런 여자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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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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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직업적인 필요로 읽은 책입니다. [언니네 (http://www.unninet.co.kr/ ]라는 여성 사이트에 올려진 가장 추천수가 많은 글을 모았다고 해서 구입했습니다. 오늘 우리의 여성들이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 알고 싶었고, 그들의 당면 과제가 무엇인지, 그들이 극복해야할 대상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두 가지 커다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첫째, 제 생각보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약하고 무지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상처받은 후 언니네 방이라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 치유 받은 고백을 했습니다. 저는 그 토로의 내용을 보며 우리 여성들이 세상에 대해, 또 그 들의 파트너인 남성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여성들은 더욱 공부하여 깨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둘째, 제가 여성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성에게도 욕구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게이 여성에게 우리 사회가 이처럼 무도하고 살기 어려운 곳인 줄은 몰랐습니다. 모든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산다는 것이 그리도 힘든 일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여성을 대하는 남성으로서 저의 자세를 되짚어보게 했습니다.

이 책은 여성들에게는 세상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각성시킬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입니다. 남성들은 쉽게 생각했던 우리 여성에 대한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입니다. 하지만 사이트에 올려진 글을 편집했기에 이 책의 가치는 딱 그 정도의 무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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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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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의 [뷰티풀 몬스터]를 한마디로 요약한 제목이 '강남 싱글 패션 문화 포탈 북'이다.

나는 강남에서 8학군의 초중고를 나와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연예 산업의 종사자가 되었다. 여기에 건강 때문이었지만 좋은 직장을 관두고 패션 관련 직종에도 잠시 다닌, 나름대로 感좋은 아내와 10년 가까이 살고 있다. 이 정도면 '강남'의 패션 문화에 가까울만한데 여전히 난 그 문화로부터는 소외되고 있다. 오죽하면 '시크'하다는 어휘를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알게 되었을까.

책을 펴든 순간, 그토록 그리워하고(?) 알고 싶었던 문화의 입구(포탈)를 찾은 느낌이었다. 이 책의 어휘와 인물, 정보들만 소화한다면 나도 어느 정도는 '시크'해 지지 않겠나하는 바람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이 책을 내리 두 번이나 읽었다. 

두 번 읽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재밌는 책이다.  '대책 없는 솔직함과 미친 망아지처럼 날뛰는 글' 이 이 책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작가의 표현이다. 작가는 애써 '쿨'하다는 정서를 비껴가려했지만, 요즘 우리 주위의 쿨한 전문인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한겨레신문을 창간 초부터 줄곧 탐독해온 삐따기들은 자본주의적 소비욕구를 절절히 드러낸 탐욕스런 글이라고 비판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한겨레 적이지 않은 욕구를 한겨례 신문과 그  소속 잡지를 통해 솔직히 드러낸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한겨례 적인 사람들은 세상이 그들의 생각처럼만 돌아가길 원할 테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이 세상의 진면모이다. 사실 다른 색깔의 세상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우리 모두가 평화로울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8,90년대를 거쳐 혁명을 부르짖는 이들에게 지겨워진 내 마음을 이쯤에선 솔직히 인정해야겠다. 제인 버킨의 백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이도 사람이란 말이다, 한겨레신문아!

김경의 글을 읽고난 최후의 깨달음은 '솔직하자'와 '스타일을 갖자'이다. '욕망에 솔직하자는 것'이 아닌 척하다 위선을 부리는 것보다는 훨씬 고결한 느낌일 것이다. '스타일을 갖자'는 아름답게 보이려고 애쓰자는 것인데, 남들에게 보이려고 애쓰는 동안 정말 스스로가 아름다워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니 '솔직하자'나 '스타일을 갖자'나 다 세상 유일무이한 자신의 정체를 찾자는 것이다.  작가가 꺼내 보여준 수많은 인물과 어휘만으로도 배가 부른데, 뜻 깊은 배움도 있었다.

사족 같지만 글쟁이에게 딴죽을 걸어본다. 인용과 옮겨온 말이 많아서 어느 것이 작가의 생각인지 헛갈리는 경우도 있다. 심하게 말하면 이 사람, 저 사람의 말과 글을 옮겨 편집한 에디터의 글 같은 부분도 있다. '미친 망아지'를 좀 정리해서 '준마'로 키워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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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리처드 코니프 지음, 이상근 옮김 / 까치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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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면서도 정작 부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주위에는 부자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시중에 팔리고 있고, 또 어찌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관련 실용서들이 널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리처드 코니프의 [부자]는  위에 언급한 예와는 아주 다른 종류의 '부자' 관련 서적이다.

부자를 '호모 사피엔스 페쿠니오수스'라고 동물의 한 種 쯤으로 정의하는 것처럼, 저자는 이들을 생태학적으로, 더욱 정확히 표현한다면 진화 심리학자로서의 시각으로서 관찰하고 있다. 그리하여 부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부를 확대하고, 후손 대대로 계승하고자하는, 다시말해 부자라는 현재의 경제적 특징을 유전적으로 고착화시키려는 인간들 사이의 특별한 종자로 바로보고 있다.

나는 부자라는 사람들이 정녕 어떤 부류의 인간들인지 궁금해서 이 책을 선택했다. 수 많은 영화와 드라마, 문학에서 부자는 주요한 캐릭터로서 자주 등장하는 사람들이지만, 정작 그들의 삶을 실제로 연구하고 그린 작품은 많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내 생각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욕망하고 또 욕망한다. 모든 것을 다 가진 故 정주영 회장에 왜 대권에 도전하는 무리를 했는지, 이 책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오라클의 회장 래리 앨리슨이 말한  "나의 성공으로만은 충분치 않다. 다른 모든 이들이 실패해야 한다"는 표현처럼 부자들의 정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인용도 즐거운 발견이었다. (오죽하면 그가 별명이 '샤크'이겠는가.) 중산층인 우리가 빈민층의 삶에 대해서 거의 무관심한 것 처럼, 부자들은 우리 중산층의 삶에 대해서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부자들의 눈에는 자신의 주의에 부자들만 보이기에, 그들도 우리와 비슷하게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로서는 황당할 수도 있는 사실이 것 같다.

부자는 다른 누구보다 더 자신이 부자이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그들의 경제적 욕망과 신분 상승의 욕망은 고갈되는 법이 없다. 누가봐도 부자인 그들이 종종 '신이시여,내가 뭘 잘못했기에 돈이 이 정도 밖에 없습니까'라고 한탄한다고 한다. 그러니 보통사람인 우리가 부자가 되는 첫번째 방법은 부자가 되길 끊임 없이 갈망하는 수 밖에 없는 것같다.

끝으로 재밌는 책이지만, 역자의 번역에는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어식 국어표현이 곧곧에서 발견되고, 몇 번은 읽어도 문장의 뜻이 불분명한 곳이 상당수이다. 저자의 위트가 역자의 경직된 번역으로 어색한 인조 깃털 꼬리처럼 부자연스럽게 붙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고 원서를 읽어보고픈 고난의 욕망을 불러오니, 기회가 되면 역자는 다시 문장을 다듬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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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a 2006-04-0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별셋밖에 안되다니... 별 좀 넉넉하게 쏘시와요.
 
그린 Green 1 - 농촌 총각에게 시집갈래요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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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기획하다보면, 시청률을 위해 항상 여성의 환타지를 생각해보곤 한다.

젊은 여성들이 꿈꾸는 환상이란 어떤 것일까, 아마 '백마탄 왕자'애 관한 환타지가 가장 대표적일텐데, 사실 요즘의 '백마탄 왕자'는 돈 많은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재벌2세가 많이 나오고, 여주인공은 '파리의 연인'에 태영처럼 소소하고 성격만 좋은 아가씨가 꼭 등장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만화의 주인공 도꾜 처녀 와꼬는 시골로 시집가길 원한다니... 아무래도 책을 잘못 고른 것 같다.

도무지 말이 되질 않는다. 이탈리아 요리 학원에 다니는 아가씨가 시골에 농사짓는 청년에게 반해 농가를 자기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며 농촌일을 배우고 사랑을 키운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미있으니 이 황당함은 충분히 용서해줄 수 있다. 씩씩한 처녀 와꼬의 캐릭터나, 그 씩씩함을 받아주는 미소년이자 농촌 총각인 마코토의 사랑 얘기도 구수하고, 와꼬의 씩씩함이나 억측이 지나쳐 사고를 칠 때마다 얼굴에 빗금이 쳐져가며 싸해지는 쿨한 분위기의 농담도 재밌다. 그렇다. 이 만화는 아주 따뜻한 스토리를 쿨한 감성으로 연출하여, 그 결과로 독자는 피식거리며 4권 분량의 이 만화를 독파해버리고마는 즐거운 한 때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미 맺어진 사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전긍긍하는 와꼬, 속 깊은 정이 있으면서도 내색 안하는 마코토.( 때문에 이 남자는 약간 鼓子 로 보이기도 한다)  둘의 아옹다옹한 싸움을 보면 농촌에서의 삶도 보라빛으로 윤색되어 보이기도 하는데, 그래서 이 만화는 환타지이다. 농가의 삶이 도회의 삶보다 고달픔은 너무나 분명하지 않은가. 말 그대로 벌레 많고,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덥다. 거기에 농사일까지 한다면야...

작가는 바로 이런 선입견의 빈틈을 뚫고 들어와 우리에게 이 만화를 새겨 놓는다. 이쯤되니 나도 새삼 깨닫는다. 역시 가장 좋은 기획은 신선한 기획이고 차별성있는 기획이라고.

니노미야 토모코의 만화는 앞으로도 주목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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